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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다시서점 일기

우리의 월급은 30만원이었습니다

by onebookonelife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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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이었나, 친구와 이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우리의 월급은 30만원이었습니다. 세상은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어떤 사람은 연봉이 330만원이었고 어떤 사람은 연봉이랄 것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영화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뭘 하면 영화가 살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연봉 330만원씩 받는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는데, 그 잘난 영화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스태프들 돕바라도 사줘봤냐고 성질을 부리다가 나가는 길. 뒤를 돌아보니 영화감독들과 촬영감독 등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저는 종종 착취의 구조. 아니, 착취가 당연한 시스템을 보곤 합니다. 정당한 댓가가 지불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고 누구도 바꾸지 않는, 바꾸겠다고 이야기하던 사람들도 똑같이 착취를 당연시 하는. 사회 구조가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는. 잘못되었다고 말하지만, 바꾸는 시작점이 어딘지 모르는. 그저 그렇게 자기 기분 내키는대로 사느라 남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왜 영화를 살려야 하나요. 이 질문은 서점에게도, 문학에게도 돌아옵니다. 영화가, 서점이, 문학이 언제 죽은 적이 있던가요. 영화하는, 서점하는, 문학하는 사람들이 죽었을 뿐. 그리고 그때마다 잠시 잠깐 사람들은 울었을 뿐. 뭘 하면 그 사람들이 살겠느냐는 고민은 하지 않은 채. 사람들은 여전히 타인의 삶을 관람하듯 관망합니다.

여전히 누군가는 월급 30만원, 여전히 누군가는 연봉 330만원. ‘그래도 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잖아’라며 위로를 건내려는 친구들의 말이 씁쓸한.

이강백 선생의 희곡 ‘파수꾼’은 양치기 소년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입니다. 양철북을 두드리며 마을 사람들에게 이리 떼를 경고하는 소년 파수꾼 ‘다’가 이리 떼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아름다운 흰구름만이 있을 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 후, 마을 사람들에게 이리 떼는 거짓이라고 알리고자 진실을 말하려는 내용입니다.

촌장은 진실을 알리면 마을의 질서가 무너진다며 소년을 만류하고, 마을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가상의 적인 이리떼가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결국 촌장의 설득에 수긍한 소년은 다른 파수꾼과 마찬가지로 양철북을 두드리게 됩니다.

저는 종종 현실을 외면한 채 가상의 적을 설정하고, 마을의 질서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지만 착취의 구조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 하지 않고 다른 이름으로, 다른 방식으로 똑같이 착취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파수꾼의 삶.

모두 자기 삶의 파수꾼일테지만, 오늘도 누군가 슬프고 괴롭고 망가진 마음을 추스를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탓입니다. 하루 아침에 세상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면서 시간이 켜켜이 쌓아온 하루와 그 하루가 빼곡히 쌓인 삶을 면밀히 들여다 보지못한 탓입니다.

매일 아침, 주문처럼 되냅니다. ‘대체로 가짜 개량은 진짜 혁명을 꼭 불러온다.’ 망명한 중국인 신하오넨 교수가 한 말입니다. 어쩌면 기대하는 바를 말한 것은 아닐까요. 그래도 진짜, 진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어떤 무엇보다 사람이, 그 어떤 무엇보다 우선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짜든 진짜든, 개량이든 혁명이든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저 그 사람이 저에게는 서점이고, 문학이고, 영화이고, 세상일뿐. 다른 건 퍽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울서쪽끝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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