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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다시서점 일기

저는 오늘도 춤을 춥니다

by onebookonelife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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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판매만으로 어떻게 서점을 운영하십니까?“


매월 공간 두 곳 월세를 낸다는 말에 어제 방문한 지역구 국회의원님이 물었습니다. ”지역에서 프로그램 운영도 하고 밤에는 술도 판매합니다.“라는 대답 뒤로 ‘너무 힘들다고, 이제 내려놓고 싶다’라고 말을 잇고 싶었지만 바쁜 시간 짬을 내어 방문해준 분께 징징대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서점인은 서점에 오신 분들께 그저 좋은 책을 구입해주신데 감사한 마음만을 전해야지요.


전심전력.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4시간 정도 자면서 내일을 향해 목숨을 거는 것 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집안일을 하고, 낮에는 서점으로 나와 일을 하고, 밤에는 다른 공간에 가서 술을 팔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으며 온 마음과 힘을 쏟는 것뿐입니다. 누군가에게 부족해보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 쉽게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언제나 한 발 떼기에 목숨을 걸어보는 것입니다.


어제는 다시서점이 코로나가 터지고 난 뒤 받은 사업자 대출 첫 납입일이었습니다. 자영업자들 모두, 우리 모두 그동안 버티기 위하여, 살아남기 위하여 애썼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다시 한 발 떼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2014년 5월 18일, 처음 서점을 열던 날을 생각합니다. 그날의 마음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마음은 언제나 오늘이 처음’입니다. 처음처럼 서점을, 맡은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됩니다.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진행했던 수업을 통해 연을 맺은 제자가 찾아왔습니다. 이토록 부족한데도 찾아와주어서 행복했습니다. 어느새 성인이 되어서 차근차근 하루를 쌓으며 내일을 꿈꾸는 모습에 저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라는 말을 되뇌었습니다. 2013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시집 <꽃, 비틀거리는 날이면>에 저의 짧은 시를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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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헌(初獻)
김경현


오늘도 사람들은
내가 마냥 술에 취해서
술잔을 바닥에 엎는 줄로 알지만
이 땅은 용기 있는 자를 위한
무덤이라는 생각입니다

가끔씩 첫 술잔 쏟던 것
버릇이 되어 담배도 내려놓고
그저 바라보는 것
늘 일상이 되어 마음을 벼리고
술주정으로 보인다던 나의 몸부림도
그대를 향한 춤이었다는 걸
땀인지 눈물인지 술인지
아무도 모를 것으로 한없이
바닥이 젖었던 날이었습니다


-


이 땅은 용기 있는 자를 위한 무덤. 저는 오늘도 춤을 춥니다. 매일 매일 시작입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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