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거리는 오이나 가지를 묶어 세는 단위로 50개를 ‘한 거리’라 한다.
오이나 가지를 한 움큼, 아니 한 개 사기도 버거운 시대에 그것을 50개, 한 거리나 들고 다닌다는 건 사치에 가깝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공허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이렇듯 공허가 사치가 된 시대에, 빈 마음을 사색으로 채우며 적어낸 50편의 글과 40편의 단상을 수록하였다.
오이나 가지는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다. 가지의 식감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나의 한 거리가 가지 멘보샤처럼 새로운 맛의 지평선을 열어줬으면 좋겠다. 오이 향을 싫어하는 그들에게 나의 한 거리가 오이소박이처럼 아삭하고, 산 정상에서 맛보는 오이처럼 삶의 갈증을 해갈해 주는 맛있는 한 줄기가 되길 바란다.
단위 명사를 활용한 에세이 시리즈로 《고민 한 두름》과 《불안 한 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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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택민
《첨벙하고 고요해지면서》, 《라이딩 모드》, 《불안 한 톳》, 《갈 데가 있어서요》, 《고민 한 두름》을 썼다.
공허한 마음 어찌하지 못하고 구름 몇 점 만들어 낸 하늘이나, 쓸쓸한 시간 어찌하지 못하고 문장 몇 줄 끄적이는 나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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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다섯 개/ 여섯 개/ 일곱 개/ 여덟 개/ 아홉 개/ 열 개/ 열한 개/ 열두 개/ 열세 개/ 열네 개/ 열다섯 개/ 열여섯 개/ 열일곱 개/ 열여덟 개/ 열아홉 개/ 스무 개/ 스물한 개/ 스물두 개/ 스물세 개/ 스물네 개/ 스물다섯 개/ 스물여섯 개/ 스물일곱 개/ 스물여덟 개/ 스물아홉 개/ 서른 개/ 서른한 개/ 서른두 개/ 서른세 개/ 서른네 개/ 서른다섯 개/ 서른여섯 개/ 서른일곱 개/ 서른여덟 개/ 서른아홉 개/ 마흔 개/ 마흔한 개/ 마흔두 개/ 마흔세 개/ 마흔네 개/ 마흔다섯 개/ 마흔여섯 개/ 마흔일곱 개/ 마흔여덟 개/ 마흔아홉 개/ 쉰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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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수평으로 거리를 훑는 사람들은 대개 손가락으로 시간을 수직으로 긁어내기 바빴다. 비어있는 것을 보면 그의 전생을 떠올려 본다. 저것은 본래 비어 있던 것인가, 채워져 있다 비어 버린 것인가. 빈 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결국 비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_ 서문
고독을 말할 때 의문문을 취할 수밖에 없는 건 고독의 실체를 알 수 없어서다. 고독이란 본래 물음으로부터 형태를 가진다. 고독에 혼을 불어넣고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건, 자신 주변에서 맴도는 고독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자뿐이다.
_ 여섯 개
묵호에서의 새벽. 축축한 기억이, 기름진 추억이 내게 감돈다. 나는 차단할 수 없는 장면을 마주한다. 애니메이션 같기도 하고, 꿈같기도 한….
_ 열네 개
바다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다시 땅으로 내려온 비를 보며 나는 나를 다시 되돌아본다. 걸어온 길, 마셨던 술, 뱉어낸 말. 명확하지 않아 발자국을 되짚어갈 수 없음에, 한 번 취한 자는 또다시 취할 수 없음에, 꺼낸 말을 도로 돌릴 수 없음에. 나는 영원한 이별이다. 내게 안녕은 영원한 작별이다.
_ 열여섯 개
표정을 감추고, 마음을 숨기고, 감정을 죽이고, 행동을 멈추고, 나를 지운다. 나는 나를 참지 않고 선뜻 내보이고 싶은데, 진짜 나를 받아줄 사람은 없는 것만 같아, 진짜 나였던 시절을 종종 그리워한다. 돌아갈 수 없던 그 시절을, 돌아갈 수 없는 그 품을.
_ 스물아홉 개
중력에 의해 툭 떨어지는 것이 있고, 관성에 의해 턱 떨어지는 것이 있다. 툭이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라면, 턱은 의도를 가지고 손에 든 무언가를 던진 것이겠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툭 보다는 턱이 더 슬픈 법. 더 빠르게 떨어지는 법.
_ 서른다섯 개
공허한 마음 어찌하지 못하고 구름 몇 점 만들어 낸 하늘이나, 쓸쓸한 시간 어찌하지 못하고 문장 몇 줄 끄적이는 나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만 같다. 허공에 문장 몇 줄을 새긴다. 그사이 구름이 한 뼘 이동해 있다. 펜을 내려놓는 나도 한 뼘 이동해 있다.
_ 쉰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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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제목: 공허 한 거리
저자: 이택민
출판사: 책편사
발행일: 2023년 12월 1일
ISBN: 979-11-971216-3-0
쪽수: 152p
판형: 120*188mm
가격: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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