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색채와 언어를 소재로 다양한 사회 현상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상반되지만 그 경계가 애매한 두 단어 사이에서 작가의 경험과 자유로운 생각이 담겼습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 자기다움을 잃어버린 이들에겐 위로가,
다음 세대를 위한 안배 없이 당장의 안위만을 위하는 사회엔 묵직한 울림이 되길 바랍니다.
<목차>
현실/가상
어른/어린이
직업 / 취미
억압 / 자유
정상 / 비정상
계급 / 평등
풍요 / 빈곤
반말 / 존댓말
무거움 / 가벼움
전쟁 / 평화
빨강 / 파랑
<책 속의 문장>
언어는 모든 색에 이름을 붙이는 대신 일곱 색을 특정했습니다.
덕분에 누구나 무지개를 말하면 빨주노초파남보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의되지 못한 빛깔들을 잃어버립니다.
어느새 무지개엔 뚜렷한 경계가 생겼습니다.
(p.5, 들어가는 말 중에서)
모니터가 꺼지면 지독한 고독이 밀려왔다.
무궁무진했던 세상이 모두 허상이었단 사실이 드러나자 부풀었던 시간은 현실을 더 작게 만들었다.
오늘 하루는 무엇이 남았나. 나는 종종 가야 할 곳을 잊어버렸다.
그보다 자주 나의 존재를 잃어버렸다.
(p.15, 현실/가상 중에서)
근면이 미덕인 사회지만 근로자의 대부분은 불로소득을 꿈꿨다.
건물주처럼 말이다. 내가 지내는 건물만 해도 매달 거둬들이는 임대료가 회사원의 일 년 치 급여와 맞먹었다.
야근하고 돌아와 월세와 관리비를 송금하는 날이면 한 번쯤 건물주의 삶을 상상해 보곤 했다.
어쩌면 땀방울의 가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진부한 가스라이팅이 아닐까.
(p.26, 어른/어린이 중에서)
반면 경력 한 줄로 남은 회사의 이름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었다.
교육 수준과 검증된 능력, 경제적 안정성, 어쩌면 노후까지.
사람들은 명함 한 장에 많은 걸 상상했다.
회사는 연봉과 복지뿐 아니라 사회적 시선으로부터도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한 셈이다.
그곳에서 벗어난 순간 나를 증명하기 위해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했다.
(p.34, 직업/취미 중에서)
고단한 걸음에도 딛고 있는 길을 의심하지 않았다.
앞서간 이들의 시행착오로 만들어진 최적의 경로, 잘 포장된 도로 위를 누가 먼저 달리느냐의 문제였기에 우는소리를 하다간 도태되기 십상이었다.
그곳에선 의문을 품는 것조차 시간 낭비로 여겼다.
정말이지 아무도 질문하는 법을 몰랐다.
(p.57, 정상/비정상 중에서)
거리의 부랑자가 하루를 연명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남의 도움을 받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당장 내일 굶어 죽을 마당에 그들에게 도덕적 가치를 논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
삶이 극한으로 내몰린다면 나는 마지막까지 인류애를 유지할 수 있을까.
오페라 가르니에의 내부는 바깥 사정 따윈 안중에도 없이 화려했다.
(p.78, 풍요/빈곤 중에서)
나는 종종 여행을 다녔고 그때마다 인생의 축소판을 경험했다.
만남과 헤어짐. 즐거움 뒤에 찾아오는 아쉬움.
특히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흘렀다.
일분일초 또렷해질 때마다 붙잡지 못하는 무력감에 울적한 기분마저 들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선 항상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구름 속엔 아무것도 없지만 보이지 않는단 이유로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었다.
(p.95, 무거움/가벼움 중에서)
법은 살인을 금하지만 전쟁은 살인을 요구한다.
살인을 금지하는 이유가 생명은 소중하기 때문이라면 살인을 허용하는 이유는 다른 군복을 입었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전쟁은 그런 모순 한가운데 젊은이들을 던져 넣는다.
(p.107, 전쟁/평화 중에서)
<서지 정보>
제목: 나의 작은 팔레트 2
저자: 이정현
판형: 105*148mm(국반판)
쪽수: 122p
ISBN: 979-11-978592-2-9
가격: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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