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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입고소식

마이 구미 / 그런의미에서

by 다시서점터미널 2024.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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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기차역에서 자신이 가진 시간과 씨름하며 소설을 썼습니다."

 

 


<책 소개>

 

와글와글 시리즈는 여러 작가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쓰는 프로젝트 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공통 주제인 기차역과 한 시간, 하루, 한 달, 일 년, 십 년이라는 시간이 작가마다 하나씩 주어졌습니다. 작가들은 기차역에서 자신이 가진 시간과 씨름하며 소설을 썼습니다.

 

한 시간 빨리 기차역에 뛰어들어 자살한 여자

낯선 만남으로 이어진 일 년

10년 전, 세심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여행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을 맞이하는 하루

비둘기 대왕에게 사정없이 시달리는 한 달

 

배경이 같은 기차역이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상황, 서로 다른 시간을 다루더라도 오묘하게 이어지는 감정선 사이에서 무탈한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 사랑의 일환으로

 

사랑의 일환으로 기차역에 뛰어든 어느 학생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무임승차를 피하려다 발생한 사고인지, 아니면 자살을 한건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가방에서 흘러나온 엽서 하나가 언론의 눈길을 끕니다. 그곳은 ‘토찰산’으로 새하얀 산꼭대기 위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기관사인 연호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출근을 하러 가는데, ‘일환’으로 가는 표를 묻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처음 들어보는 역에 당황한 연호는 다시 되물으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여자가 말하는 ‘일환’역은 어딘지 찾지 못합니다. 주변 기관사들도 ‘진상 승객’이라는 말로 그 여자를 무시합니다. 여자는 다시 연호를 찾아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연호는 도망치듯 벗어나게 되지요. 결국 사고가 터져버립니다.

 

■ 마이 구미

 

트라우마가 있는 선경은 친구의 권유로 어느 모임에 참석하게 됩니다. 그곳은 선경과 같은 트라우마를 잊기 위한 곳입니다. 첫 날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선경은 모임에 나온 것을 후회합니다. 점차 긴장하며 초조해진 선경은 결국 기절하게 되지요. 주변 사람들의 걱정 속에 금방 깨어난 선경은 모임을 떠나지 않고 마저 참여 합니다. 늦게 도착한 도원과 한 조가 되며 수 개월의 모임을 지속해 나가지요.

 

도원은 차갑기도 하다가 점차 가까워지기도 하고, 은연중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야기 합니다. 그것을 매개로 둘은 가까워 지지요. 하지만 계획된 모임의 일정이 끝나자 둘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다음 모임에서도 둘은 한 조가 되어 모임을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선경은 김천구미행 기차에 오릅니다.

 

■ 안녕의 시간

 

연우는 어린 시절 무책임한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 언니 선우와 함께 살기 시작합니다. 엄마 춘희는 강한 정신력으로 연우와 선우를 부족함 없이 키우고 거기에 보답하듯 연우는 좋은 대학교 진학과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합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지만 연우에게는 커다란 사고가 터지고, 좋지 않은 일은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회복에 오랜시간 전념하다가 간신히 허락을 받아 언니인 선우와 여행을 가려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선우가 갑작스레 약속을 취소합니다. 가족들 반대에도 혼자 떠나기로 한 연우 앞에 낯선 남자 정환이 나타납니다.

 

■ 스노볼

 

현실에서 혼자있는 청년은 종종 과거의 강이와 대화를 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처럼 대화를 하다가도, 때로는 의외의 대답에 서로 놀랍니다. 추운 길가에 쓰러진 사람의 지갑에서 현금을 훔치면 강이는 타박합니다. 하지만 청년은 강이에게 배웠다며 맞서죠. 그 돈을 가지고 가장 빨리 떠나는 기차에 오른 청년은 어디론가 향합니다. 불쑥 떠오르는 과거 기억들과 거기에 한마디씩 얹는 강이와 하는 대화. 기차는 어느 역에 도착합니다.

청년은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보이는 마을의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Pub PAU이라고 쓰여진 곳에 들어가죠. 그곳은 칵테일과 위스키, 맥주와 소주 그리고 부대찌개를 팔고 사다리를 빌려주며 장화와 시금치를 파는 곳입니다. 청년은 자리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고, 말을 거는 강이, 불쑥 튀어나온 오래된 기억으로 잠깐 잠에 들고 말아버립니다.

 

■ 나의 비둘기 신부

 

서울에서 진행한 책 행사. 김월리 작가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낯선 사람의 일기를 받아듭니다. 일기의 주인은 이 일기 속 내용을 가지고 소설을 써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작가는 일기를 펼치자 소설 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건물 외벽 청소를 하는 주인공에게는 모든 현장이 다 시련입니다. 특히 비둘기가 싸놓은 똥이 굳어버린 곳 만큼은 고되기 그지없습니다. 난이도 높은 서울역 현장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비둘기 머리 모양의 라텍스 가면을 뒤집어 쓴 여자가 나타납니다. 새빨간 실이 연결된 자신의 비둘기 인형을 사달라고 말이죠. 그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선택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저자 소개>

 

이영주

 

2022년 독립출판소설 『프라하 러브레터』 중 1편인 「재인의 시간」을 발표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프라하러브레터가 교보문고에 입고되면서부터 쓰기 시작한 소설 『플레이리스트 인 뉴욕』이 곧 교보문고 e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9살 때부터 품었던 소설에 대한 짝사랑이 언젠가는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쓰려고 합니다.

『프라하 러브레터(2022)』

 

오종길

 

안녕하세요, 독립출판으로 글을 쓴 지 7년 차에 접어든 오종길입니다. 해방촌 끝자락에 살고요. 후암동 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근무하며 일인 출판사 시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구과학을 사랑해(2023)』

『DIVE(2022)』

『뒤로하고 안아줘(2021)』

『겨울을 버티는 방(2020)』

『무화과와 리슬링(2020)』

 

임발

 

안녕하세요. 독립출판으로 주로 소설을 쓰고 펴내고 있는 임발이라고 합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소설을 썼습니다. 보통 '일상의 소설화, 소설의 일상화를 꿈꾸며 자신과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소설로 기록합니다.'라는 말로 간단하게 저를 소개하곤 합니다.

『선택은 망설이다가(2023)』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켰다(2022)』

『당신의 인생 어딘가(2021)』

『도망친 곳에서 만난 소설(2020)』

『부끄러움이 사람을 구할 수 없다(2020)』

 

윤탐

 

안녕하세요, 윤탐입니다. 소설 씁니다. 다른 것도 하고요.

『이후의 숲(2022)』

 

김월리

 

살면서 단 한 발짝도 충청도를 벗어나지 않은 '게으른 칸트' 김월리입니다. 만 3세에 한글을 뗀 이후 중증의 활자 중독자로 전락하여, 서점에 가자는 말 한마디에 눈물을 뚝 그칠 정도로 심각한 책 중독증까지 앓게 되었습니다.

 

읽는 행위에서 갈증을 느낀 나머지 주변의 온갖 사물들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지경에 이르렀고, 어른이 되어서도 괴벽을 못 버린 채 연작소설 『파리의 아메리카노』를 쓰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줄글로 사기 치는 알량한 이야기꾼을 자처하며 아메리카노 시리즈의 후속작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아메리카노(2022)』

 

 

 

 

<목차>

 

사랑의 일환으로 _8

마이 구미 _48

안녕의 시간 _84

스노볼 _126

나의 비둘기 신부 _168

 

 

 

<책 속으로>

 

"근데 저 진짜 모르겠던데, 일환역이 어디예요?"

"음."

여자의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일환역이 아니고 일환이요. 예전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거기를 정말 가보고 싶어 했거든요."

"지금은 어디 있는데요, 그 사람?"

"아마 거기로 갔을 거예요."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은 여자는 커피를 빨대로 쑥 빨아들였다. 그 바람에 좀처럼 줄어들지 않던 음료가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여자의 옷깃에는 언제 묻힌 것인지 모를 민트색 휘핑크림이 묻어있었다. 그때 연호의 집으로 가는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는 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여자의 얼굴색은 여자가 입고 있는 하얀 원피스만큼이나 창백해져 있었다. 연호가 급하게 버스를 향해 뛰어갈 때 여자는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여자의 몸이 점점 작아지다가 점이 되어 사라졌다.(32p)

사랑의 일환으로 중에서

 

"창경궁 쪽까지 가볼래요?"

끊어진 말과 걸음을 도원이 이어 붙였다. 담벼락을 따라 인적 드문 골목이 길게 나 있었다. 도원과 나의 발소리,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잎새에 닿아 떨리는 소리가 우리 사이를 흘렀다. 그러다 저 멀리 모여있는 무리가 눈에 띄었다. 언뜻 보아도 서넛의 학생들이 한 명의 학생을 괴롭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도원은 내게 눈짓했다. 저쪽으로 가자고. 분명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우리가 가서 어떻게든 해보자고. 네가 응한다면 내가 해결할 것이라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도원의 팔을 잡아끌며 방향을 틀었다. 최대한 그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소리를 죽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괜한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 없었으니까. 어떤 화를 입을지 모를 일이니까. 사건 사고에는 휘말리지 않는 쪽이 나으니까. 그날 나는 도원의 눈에 비친 분명한 실망을 보았다. 우리는 말없이 길을 돌아 걸었고, 도원은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창경궁으로 가려면 길을 건너고 터널을 지나야 했는데도 말이다. (63p)

마이 구미 중에서

 

정환이 열흘간 지방으로 출장을 가서 얼굴조차 볼 수 없었을 때, 연우는 서울역을 찾았다. 마침 쉬는 날이었다. 바깥에서 보는 서울역의 외양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로비에 들어서니 변화를 실감했다. 이제는 완전히 자리 잡은 3D 홀로그램 간판들이 연우의 정신을 사납게 했다. 예전에 비하면 눈에 띄게 오가는 사람들의 수가 줄었다. 인구 절벽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피부로 느껴질 지경이었다. 연우는 전보다 상대적으로 넓어 보이는 로비를 거닐었다. 정환과 처음 만났던 벤치에 앉아보기 위해 로비를 몇 바퀴나 돌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연우의 기억에 벤치가 있어야 할 장소는 사라진 게 분명했다. 아쉬운 마음에 주위를 돌아보다 연우는 신기한 곳을 발견했다. '타임 트래블러'라는 여행사 로고가 먼저 연우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산란한 빛으로 구현되고 있는 3D 홀로그램 홍보문구가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꽤 긴 문장이었다.

'당신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더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 미래의 당신이 궁금하다면 정교한 시뮬레이션과 통계 누적치를 바탕으로 한 미래 여행을 떠나보세요. 당신의 현재는 한층 더 풍성해질 겁니다.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넉넉하게 확보해 드립니다. 당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여행사, 타임 트래블러입니다.'(104p)

안녕의 시간 중에서

 

있는 건 다 파시나요?

대체로요.

스노볼도 있나요?

폴이 씩 웃었다. 마침 하나 있는데, 드릴까요?

아뇨. 청년은 잠시 가만히 있다 덧붙였다. 돈이 없어요.

눈 좋아해요?

아뇨, 스노볼을 좋아해요.

청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스노볼을 좋아한다고 하면 왜 다들 눈을 좋아하냐, 겨울을 좋아하냐 그러는지. 폴이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멋쩍게 웃었다.

바보 같은 질문이었네요.

청년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폴이 웃으며 오므라이스를 가리켰다.

드세요. 음식 내오고 계속 말을 시켰네.

청년은 오므라이스를 떠먹었다. 따뜻했고 맛있었다.

폴은 왜 스노볼을 좋아하는지 되묻지 않았다. 대신 자기 이야기를 했다.

어릴 때 집에 스노볼이 있었어요. 오르골 겸용이라 밑에 있는 태엽을 감으면 크리스마스캐럴이 나왔죠. 부모님이 우리 남매들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거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서로 갖겠다고 싸워서 난처해하셨을 것 같네요. 다들 스노볼을 좋아했어요. 사시사철 눈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죠.

어떻게 생겼었어요? 청년이 물었다.

나무가 가득한 숲이었어요. 소나무였던 것 같네요.(151p)

스노볼 중에서

 

"원하는 만큼 주세요."

여자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이건 뭐 머리에 꽃만 안 달았지 화내 봐야 나만 손해였다. 지갑엔 다행히 천 원짜리 지폐가 석 장 남아 있었다. 지폐를 전부 꺼내어 주며 내심 걱정했다. 삼천 원밖에 안 주냐며 질질 물고 늘어지면 어쩌지. 다행히 여자는 유순한 태도로 돈을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내 손을 끌어당겨 비둘기 장난감을 꼬옥 쥐어 주었는데 참으로 기이한 건 내 손바닥에 닿는 여자의 피부였다. 거칠거나 한 게 아니라 꼭 사람 피부 같지가 않다고 해야 하나 굳이 따지자면 깃털처럼 보드라웠는데 뭐랄까 분유 냄새 나는 애기나 손에 물 하나 안 묻히고 자란 사람처럼 폭신하게 부드러운 게 아니라 아무튼 사람 살갗처럼 매끈한 느낌이 아니었다. 그건 확실했다. 근데 말이다. 일이 여기까지였다면 그렇게 재수 없을 것도 없다. 진짜는 다음부터다. 요상한 촉감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쳐 퍼뜩 손을 거두어들였는데 뭔가 팽팽하게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꼭 낚시터에서 입질 올 때 손맛이랑 비슷하다고 할까? 뭐지 싶어 손에 쥔 비둘기를 보니 발목에 빨간 고무줄이 매여 있었고 비둘기 발목에 매인 줄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꼭 전래동화에 나오는 여우 새끼마냥 배시시 웃었고 빨간 줄을 쥔 주먹손을 살래살래 흔들었다. 소름 끼치도록 부드러운 그 손을.(183p)

나의 비둘기 신부 중에서

 

 

 

 

 

<서지 정보>

 

 

저자 : 이영주, 오종길, 임발, 윤탐, 김월리

출판사 : 그런 의미에서

출간일 : 2023.11.30

페이지 : 224p

판형 : 128*182*18

가격 : 13,000원

ISBN : 979-11-971382-9-4

분류 : 소설 > 한국소설 > 단편소설

키워드 : 기차역, 시간, 엔솔로지, 단편소설

무게 : 29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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