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이제 좀 그만두라고 말합니다. 서점만 그만두면 내가 투자해주겠노라고. 돈 안 되는 짓, 널 갉아먹는 짓 이제 그만 하고 식당이나 술집 같은 걸 했으면 좋겠다고요. 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자수성가를 이룬 친구는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내 모습이 많이 안쓰러울 겁니다.
요즘은 그만두라는 말과 조금만 버티어 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둘 다 마음을 써서 하는 말인 걸 알지만, 저는 이런 것보다 언젠가 누군가 돌아올 곳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음악을 듣고 싶거나, 책을 읽고 싶거나,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산으로 올라가 소리를 치기에는 체력이 안 될 때, 다시서점은 꾸역꾸역 어디선가 지키고 있었으면 합니다. 다시 만날 날이 있을 테니까요.
왜 오만 짐을 짊어지고 사냐고, 왜 결혼도 안 하고 그렇게 사냐고, “왜”라는 말을 임진왜란 이후로 가장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이 아직도 이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볼 낯이 있나요. 만나는 사람마다 돈, 돈, 돈 거리는. 모든 걸 거래로 보는, 청년에게 여전히 미래가 없는. 아이고 어른이고 도무지 책을 읽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
친구는 모릅니다. 내가 이 돈 안 되는 짓을 하지 않으면, 나를 갉아먹는 것처럼 보이는 이 짓을 하지 않으면 죽을 거라는 걸요. 살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하루라도 더 의미 있게 살다 죽고 싶으니까. 언젠가부터 인간은 감동이 없으니까.
내가 나를 사랑하려면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존재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비관적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저의 태도는 ‘희망을 향한 약간의 비관’일 뿐입니다. 돈은 가끔 사람을 죽이지만 책은 사람을 살립니다. 마음에 책을 심으세요. 비관 말고 희망을 보세요. 나를 안쓰러워 하기보다 응원해줄 수도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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