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는 대부분 논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유한 관광자원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겸재 정선, 허준 등과 같은 인물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강서구는 조선시대 양천군과 부평군으로, 일제강점기에는 김포군 양서면과 양동면, 부천군 오정면으로 불렸습니다. 1963년 서울 영등포구로 편입되면서 양서출장소와 양동출장소가 생겼고 1977년에서야 강서구가 되었습니다. 이후 1988년에는 양천구가 강서구에서 분구되었습니다.
지역명이 여러 차례 바뀐 탓에 기록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록이 흩어져있고 수집하거나 보관하려는 주체가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답답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고유 땅이름이 사라졌고 주거지만 가득한 동네가 되었습니다. 정주 도시, 정주 공간이 되기 어려운 건 이 때문입니다.
강서구의 큰 변화를 불러온 것은 김포공항 확장과 마곡 지구 개발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자살폭격기 훈련장으로 쓰였던 경성신비행장이 이후 김포국제공항으로 쓰였고 두 차례 확장을 하면서 인근 지역도 덩달아 활기를 찾았지만 국제선이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면서 조금은 생기를 잃은 듯합니다. 논뿐이었던 마곡동이 주거, 상업, 업무, 문화시설 등 도시기능이 집적된 콤팩트시티이자 미래도시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마곡지구는 주변 지역 상권과 기관, 은행 등을 빨아들이면서 인근 지역을 슬럼화시키고 거꾸로 개발을 가속화합니다. 교통이 편하고 랜드마크로 기능하며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정주 공간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지역축제를 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식물원 인근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처럼 호수를 중심으로 복합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확장성을 갖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강서구는 지역은 있지만, 지역민이 당사자성을 갖지 못한 채 127년을 보냈습니다. 아마도 더 오래 이러한 역사를 보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용 없는 콘텐츠는 외면 받기 마련입니다.
차별성 없는 소프트웨어 없이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어 가시적인 하드웨어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에 답습하던 콘텐츠에서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발굴해야 합니다. 자원이 없다면 사람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람을 단순한 숫자나 평가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기회이자 투자할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제 다른 곳에서 베껴온 것, 똑같이 따라 하는 것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도정일 교수의 말을 빌려 오자면, "그것은 '결핍' 이 아니라 '부재'"입니다.
지도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 서울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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