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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다시서점 일기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by 다시서점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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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만 죽지 않았습니다. 어제는 ‘5년 새 40% 급증한 고독사 50~60대 남성에게 특히 가혹했다’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전 세계 자살 1순위, 펜데믹 3년차인 올해는 예년보다 3만 7000명이 더 세상을 떠났습니다.

통계청 2021년 사망원인통계 보도자료에 따르면 10-30대 사망 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 40대부터는 암이 사망원인이었습니다. 2021년 고령자의 사망원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알츠하이머병 순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꼴찌 수준의 합계출산율과 더불어 사망자 수는 급증했습니다. 곧 인구절벽이라는 말을 체감할 터입니다. 담당 부처의 이름만 바꾸는 식으로 하는 행정과 정책만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난 12일 이태원 참사 생존 고등학생이 실종신고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희생자 모욕 댓글을 보며 고통스러워 했지만 정부와 포털, 기업 등은 막지 않았고 언론은 되려 부추겼습니다.

국가 애도 기간을 지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심리지원, 그리고 재발 방지입니다.

국민의 사망을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요. 국가입니다. 국민의 생존을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요. 국가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세상이 꽝꽝 얼어붙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 길에는 내리는 눈을 보면서, '하늘은 이렇게 하얀 눈을 뿌리는데 땅에 닿으면 한없이 더러워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백석 시인의 시를 떠올리면서 오늘 다시서점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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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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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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