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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소식지/2024년 방방

방방 - 2024 5월호 - 전남 바다부터 서울로 잇는다는

by 다시서점 2024.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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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바다부터 서울로 잇는다는

시골끝에서 서울끝으로 : 해저 초고압 직류송전 고속도로

2023년 12월 5일치 〈光州日報〉를 펴면 첫머리에 “전남 신재생에너지, 해저망 통해 수도권에 공급된다”라 적은 글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무슨 소리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 글을 곰곰이 읽자니 몇 가지로 추릴 수 있겠더군요. 알아보기에 좋도록 끊어서 적어 보겠습니다.

1. 지난 문재인 대통령 동안, 전남에 깐 태양광 설비가 온나라 43.4%

2. 우리나라 태양광 설비는 1/2이 전남에 있는 셈

3. 그런데 전남은 전기 쓸 일이 적어, 이 가운데 1/2은 안 돌린다

3. 엄청나게 남아도는 태양광 전기를 서울로 보내야 한다

4. 바다에 박은 태양광 설비에서 얻는 전기를 서울로 보내자면 송전탑 세워야 함

5. 뭍으로 송전탑을 이으려면 ‘토지수용이 비싸’고 ‘주민 반발이 크’다

6. 바다밑으로 ‘초고압 직류송전(HVDC)’ 고속도로를 깔면 값싸다

7. 바다밑에 ‘송전선 고속도로’를 깔면 주민이 반발을 할 수 없다

8. 2024년부터 2036년까지 7조 9000억 원을 들여서 지으려고 한다

9. 전남 바다 태양광부터 충남 바다를 거쳐 인천 앞바다를 지나 서울로 잇는다

끊어서 적어도 짧지 않습니다만, 어마어마한 일을 벌인다고 여기기에 고을새뜸에 이런 머릿글이 나오는구나 싶습니다. 그나저나, 자그마치 8조 원에 이르는 돈을 쓰는 일이라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하는 셈인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새뜸(신문·방송)에는 아예 안 나오다시피 하는 듯합니다. 한두 푼이 아닌,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는 데에도 왜 꽁꽁 숨길까요?

문득 돌아보면, 전라남도 이야기를 담는 새뜸은 〈광주일보〉가 아닌 〈光州日報〉입니다. ‘빛고을’이라고도 일컫는 광주인데, 우리가 쓰는 한글은 우리 넋과 숨결을 우리 나름대로 담아낼 수 있는 글씨라고 하는데, 왜 〈광주일보〉는 〈朝鮮日報〉마냥 아직도 한자를 붙잡을까요? 부산에서 나오는 〈부산일보〉는 일찍부터 한글로 씁니다. 대구에서

나오는 〈대구일보〉도 한글로 쓴 지 오래입니다.

아무튼 누구나 알다시피 전라남도는 땅뙈기는 꽤 넓으나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곧 사라질 마을이 가장 많은 전라남도입니다. 사라질 마을이 가장 많지만, 들이 가장 넓은 전라남도라서, 사람은 적되 서울사람을 먹여살릴 나락은 바로 전라남도에서 가장 많이 거둔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먹는 김이나 미역이나 바지락이나 갯살림도 전라남도에서 가장 많이 얻거나 캡니다. 전라남도하고 경상남도 바닷가는 대단히 깨끗하기에 ‘해상 국립공원’이 길게 있기도 합니다.

뭍에 줄줄이 세우는 ‘초고압 송전탑’도 무시무시하지요. 그러면 바다에 파묻는다는 ‘초고압 직류송전 고속도로’는 안 무시무시할까요? 바닷가나 전남 곳곳에 때려박은 햇볕판만으로도 이미 전라남도는 많이 망가졌는데, 이 햇볕판을 거의 못 돌리는 판이라, 2036년까지 8조 원을 들여서 바다밑을 새삼스레 파헤쳐서 ‘초고압 해저 고속도로’를 낸다면, 이제 전라남도 바다는 ‘해상 국립공원’으로 이을 수 없을 뿐 아니라,갯살림은 다 죽어버린다고 여길 만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요? 바다밑에 뚝딱 묻으면 전라남도부터 서울까지 전기가 한달음에 번쩍번쩍 날아간다고 여겨도 될까요? 2024년부터 2036년까지 열세 해에 걸쳐서 바다를 몽땅 갈아엎는 삽질을 곧 벌이려고 한다는데, 다들 까맣게 몰라도 될까요?

바다밑에 열세 해 동안 한 줄로 굵고 크게 파묻을 ‘초고압 직류송전 고속도로’ 탓에 우리 바다살림이 얼마나 망가지거나 다치거나 무너질는지, 이리하여 우리 삶터가 어떻게 엉망진창이 될는지, 아직 아무도 말을 않는 듯싶습니다. 그래서 시골끝에서 서울끝으로 글월을 띄웁니다. 부디 서울끝에서 이 글월을 읽고 우리 앞날을 함께 생각할

이웃님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숲노래 (사전편찬자. 전남 고흥에서 살면서 국어사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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