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장르는 에세이지만, 중간중간 그때의 감정과 연결되는 시를 담았다.
길고 깊은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본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직장인이 쓴 에세이.
10년간의 메모를 열어보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돌이켜보고 현재의 감정들을 시와 에세이로 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지난 10년간의 메모, 그리고….
회사 생활 10년 차, 하루하루 평온하고 지루해지기를 끊임없이 바라왔다.
매일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그야말로 전쟁터 같은 회사 생활이지만 성과를 위한 노력을 멈출 수는 없었다.
입사 전에는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했다.
그러나 그 반대가 된 지금, 내, 외부 사람들로부터의 압박이 나를 더욱 작은 공간으로 몰아갔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꺼리게 되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심지어 로봇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으니까.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10년 동안 메모한 글을 다시 열어보게 되었고, 2011년부터 현재까지 두서없이 작성한 메모를 보면서 지난 내가 어떤 과정을 겪어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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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_____________________ 시작
32 아직도 성장 중입니다
36 나의 소중한 시간
39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44 이토록 가벼운 관계
49 무언가에 집중하는 힘
50 미운 날
53 나쁜 기억
57 행복
60 믿음의 한계
_____________________ 나, 그리고 우리
64 슬픔은 더 큰 슬픔으로 묻을 수 있을까
67 모르는 게 약
71 세대가 바뀐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뀐 거야
74 당신의 에너지를 빼앗을 것이라는 핑계
78 말이 많은 사람, 적은 사람
81 자유의 권리
84 침묵의 이유
89 외모에 대한 이해
91 삶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면
_____________________ 나를 이해할 수 있다면
94 유서
96 불행하지 않는 법
99 답정너
101 설렘의 시작
102 질리지 않는 것들
106 이상한 아이디어
109 여유와 불안 사이
112 기회라는 가치
116 흥미로운 취미
_____________________ 깨달음으로 얻을 것
119 누구나 이상한 성격 하나 쯤 가지고 있지
120 로봇 심장
123 지각을 하지 않는 이유
126 절제
128 가치의 변화
130 아파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
134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목표
136 어떠한 경우에라도
138 돌이킬 수 없다면
_____________________ 마지막 기억
141 평가라는 무기
146 모순적인 기억
148 기억해 내야 할 것
150 가진 것에 대한 사랑
153 아침을 먹는 이유
155 운 좋은 하루
157 인 복과 인생 복
160 괜찮다는 착각
161 이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
163 성공의 비결
166 온전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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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꽃잎이 떨어지면 그것들을 모아 가지런히 말렸다.
받은 꽃들은 모두 시들어 있어.
그들은 꺾여진 순간부터 시한부가 된다.
다른 많은 예쁜 꽃들 속에서 가장 예쁠 때 잘려 나가 또 다른 예쁜 꽃들과 뒤섞여지고,
서로 더 돋보이려 노력하다 결국 더 화려해 보이는 비닐에 갇힌다.
꽃병에 잠긴 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내 모습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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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날’
하루를 대단히 망친 날이 있다. 아, 왜 더 나아지려고 한 건데 더 악화된걸까.
사실 난 알고 있었다. 그저 막연한 '믿음'으로, 혹은 순간의 '쾌락'으로 나 스스로를 위협했다.
잘못된 걸 알았으면서 멈추지 않은 날 탓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어차피 가장 슬픈 건 나다.
살면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참 많다. 그럴 때마다 '아무것도 하지 말걸. 그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러질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평온하게 살면 될 것을 꼭 이런저런 사고를 만들고 만다.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동시에 올 때, 슬픈 일에 감정이 치우치게 된다. 후회되고, 자책하고, 마치 돌이킬 수 없는 듯, 내 인생에 큰 오점 하나를 남긴 것 같이 확대해석 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침대 속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숨어 잠들고만 싶다. 미련하다. 현명하지 못하다. 이럴 땐 내가 참 지긋지긋하다. 두 볼이 화끈거린다.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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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1989년 울산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2008년에 상경하여 10여 개의 대외 활동과 공모전, 해외 인턴과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대학 졸업 전부터 일을 하며 빈틈없이 살았다. 2015년 6월, 어느 식품 대기업에 입사하여 오직 일에만 매달려 비교적 어린 나이인 4년 반 만에 팀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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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또각또각 또각….’첫 출근 하는 날, 버스와 지하철을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100평 남짓 되는, 1층엔 당구장이 있는 건물이었다. 당구장 입구와 반대쪽 끝에 들어서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사무실 문은 열려있었다. 내가 가장 놀란 건 1층이 당구장인 것도, 2층 뒷문 틈에서 불어오는 담배 연기도 아닌 바로 철제 책상이었다. 맞다. 그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가끔 옛날 경찰서 모습에서 나오던 푸르스름한 철로 된 책상. 모든 책상이 철제 책상이었는데, 그 위에는 다름 아닌 칼로 흠집이 난듯한 초록색 고무판이 떡하니 놓여있었다.
내가 속한 팀은 처음 개설된 듯했다. 인턴인 나와 면접 때 봤던 30대 초반의 남자 팀장, 그리고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도급 직원 언니 한 분이 계셨다. 사무실엔 우리 팀을 포함하여 약 6개 팀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이 많았다.
그렇게 나의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중략)
‘사라지고 싶다. 원래 없었던 존재처럼’이라는 생각한 적 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하면 아직도 두렵다. 원래 없던 존재라면 삶의 책임감 따위조차 필요 없을 텐데….
그저 최소한의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성장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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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책 제목: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지은이: Gv (본명: 조가비)
출판사: 핑앤땅스
판형: B6 (W:128mm / H:182mm)
페이지 수: 176p
값: 12,900원
초판 1쇄 발행 2024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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