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시서점/다시서점 일기

그래도 있지 않습니까. 책 한 권 안 읽는 게 자랑은 아니지 않나요.

by onebookonelife 2024. 2. 27.
728x90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끔 어느 술자리에서, 어느 미팅에서, 어느 모임에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을 자랑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한없이 쓸쓸해지곤 합니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무섭다지만,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을 만나면 말문이 막히곤 하는 것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독서 목록을 일정부분 공개하곤 했습니다. 여름휴가쯤이면 ‘대통령의 추천책’이 기사화되기도 했지요. 얼마 전 '안 읽었을 것 같아'라는 한겨레21 기사를 읽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무슨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안 읽었을 것 같다."는 요지의 기사였습니다.

2023년 3월 대통령비서실에서는 대통령 취임 뒤 10개월간 도서 구매 내역이 없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1년간 단 한 권도 안 읽은 성인이 절반이나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이해됩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들은 납득이 되기 어렵습니다. 비교군이 많기 때문에 그저 한국사회의 흐름이 이렇게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뿐입니다.

지역서점 지원예산 11억이 '전액 삭감'되었다지요. 문체부에서는 그 대신 '유통망 구축'을 한다고 반박했다고 하고요. 사실 이런 갑론을박을 보면서 가장 부끄럽고 창피한 것은 지역서점 지원예산이 11억 밖에 안 되었다는 점입니다. 11억 예산에 사업을 진행하는 대행사가 끼고 나면 실질적으로 얼마나 지원이 되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 작은 예산을 쪼개고 쪼개서 지원했던 기관들을 다시 떠올리니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아, 앞으로도 읽는 사람만 읽고 안 읽는 사람은 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읽는 것만 읽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을 비난, 비평 할 수 없습니다. 그거라도 읽기 때문에 사회가 이 정도라도 굴러가는 거 아닐까 싶어서요. 더 많이 읽고 대화하고 토론하자는 건 욕심이고 오만이겠다 싶어서요. 더 많이 읽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어서요.

"서점은 왜 망하면 안 되냐?"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서점을 똑같은 자영업으로 바라보는 사람과 어떤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네, 뭐. 망해도 되죠. 새로운 서점이 생길 테고 계속 서점을 이어가는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그래도 있지 않습니까. 책 한 권 안 읽는 게 자랑은 아니지 않나요.

#다시서점

728x90
LIST
사업자 정보 표시
다시서점 | 김경현 |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동 301-13, 1층, 지하1층(공항동) | 사업자 등록번호 : 101-91-40768 | TEL : 070-4383-4869 | Mail : dasibookshop@nate.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 2016-서울용산-01124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