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하고, 또 무책임하다고 느끼는 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멀찍이 떨어져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다시서점에서는 박선민 시인 낭독의 밤 행사가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1월 1일이면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는데, 유독 시 '버터'에 눈이 간 이유는 첫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추우면 뭉쳐집니다"
시인의 시를 잘 이해하고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펭귄의 허들링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냉혹한 시대, 우리가 뭉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출근해서 서이초 교사 추모를 위한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 실시간 영상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에 내몰린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안전망이 붕괴되고 그 무엇도 믿을 수 없어지면 무엇을 의지하며 살아야 할까요. 나 자신도 믿지 못하고 기대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으켜줄 힘은 없는 걸까요.
뉴스페이퍼의 '지역서점 지원 예산 전액 삭감, 750여개의 문화 프로그램 사라질 위기'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단순히 지원금이 사라지는 문제를 넘어서 낙담하고 무기력하게 만들려 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괜한 생각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텅 빈 손에 힘을 주어보는 것입니다. 박선민 시인의 시 '버터'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으면서요.
"악천후를 뚫고 달리는 창문은
격렬한 속도입니다"
이 악천후를 뚫고 제 자리를 지키며 달리는 격렬한 속도를 떠올리면서요. 날이 추워집니다. 각자도생 같은 말을 하기보다는 따뜻한 시 한 편 읽는 주말되시길 빕니다.
#다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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