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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다시서점 일기

무지에 대한 찬양(celebration of ignorance)

by onebookonelife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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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아이들이나 손주들 세대의 미국에 대한 불길한 예감을 갖고 있다. 미국은 서비스와 정보 경제(산업)에 있을 것이고, 주요 제조업의 대부분이 다른 나라로 넘어갔을 것이고, 뛰어난 기술의 힘은 극소수의 손에 넘어간 상태에서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이해하지도 못하게 되고, 대중은 자신의 어젠다를 설정하거나 힘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로 지식에 기반한 의문조차 제기할 능력을 잃게 되고, 점을 치거나 불안한 마음에 별자리를 알아보면서 우리의 비판적 사고능력이 쇠퇴하고, 자신의 기분에 좋은 것과 진실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눈치도 채지 못하는 상태에서 미신과 미개한 시대로 되돌아갈 것 같은 예감이다. 미국인들이 단순해지고(dumbing down, 복잡한 지식과 개념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있음은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에 등장하는 의미 있는 콘텐츠가 서서히 쇠퇴하는 모습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30초짜리 (지금은 10초 이하로 줄어들었다) 사운드바이트, 가장 단순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 유사과학과 미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무지에 대한 찬양(celebration of ignorance)이 그렇다."

칼 세이건이 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The Demon-Haunted World)]의 일부분입니다. (절판되었던 책을 구해 읽었는데, 작년에 사이언스북스에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이를 회의주의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과학이 아닌 미신을 믿는 사람들의 반지성주의. 무지에 대한 찬양이 이어질 때마다 종종 꺼내어 읽게 됩니다.

오늘 아침에는 경계경보로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실제상황이라는 말에, 상황이 떨어진 것보다 늦게 재난문자가 온 탓에 상황을 판단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이런 일이 생겨도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방법은 인터넷 밖에 없었는데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이미 기분과 진실을 분간하지 못하고 감정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사안을 단면이 아닌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양극단을 설정한 뒤에 이야기를 열면, 수직적 구조에서 자기 위치를 찾기에 바쁩니다. 지식에 관한 대화가 아니라 이익에 관한 관한 대화만을 나누고, 불안한 마음을 가누지 못해 짜증으로 삶의 태도를 일관하는 사람들. 그로 인한 지식과 개념의 단순화. 악순환.

어쩌면 오늘의 경계경보와 오발령 문자,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떠넘기기 등은 예정되어 있던 일인지도 모릅니다. 시민들이 북풍에 움츠러들고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하는 것 또한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황이 발생했는데 NSC가 즉각 열리지 않는, 안보실장이 NSC회의를 주재하는 이 안전불감에 가까운 현실도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누리호 발사, 욱일기를 단 일본 자위대함의 입항, 얼어붙은 관계 등이 북한의 신경에 거슬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오늘의 위성 발사 계획을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습니다. 협정세계시(UTC)를 기준으로 5월 30일 오후 3시부터 6월 10일 오후 3시까지 위성용 로켓을 발사한다는 내용과 발사체 낙하물이 떨어질 장소 3곳의 좌표가 포함한 통보였습니다.

사전에 일정까지 공유된 발사였다면 오늘 경계경보가 납득되지 않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했어야 할 일입니다. 기술과 지식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사용되어 합니다.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정치병자로 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합리화를 위해 깊이에의 강요를 들먹이곤 합니다. 누가 정치병에 걸린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점을 치거나 별자리를 알아보는 것으로 위안이 되는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도 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그렇게 살아서는 안됩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고들 하지요. 저는 지식이 태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분내면서 삶을 즐기는 것과는 별개로, 기분이 판단기준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의 삶을 기분 따위로 책임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새소리로 잠을 깨지 못했습니다. 읽던 책을 마저 읽으면 잠이 달아나겠지요. 새는 하늘을 날고 우리는 땅위를 걷겠지요. 가끔 기억하거나 기록하면서, 기도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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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실은)

책 읽어야 한다는 말이 길었네요.

다시서점 12시부터 18시까지 열려있습니다.

20시부터 24시까지는 원 북 원 라이프에서 만나요.

#다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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