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힘든 한 해였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할지 방황하면서 괴로워하던 시기였습니다.
그해 존경하는 세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그들을 생각하며 시 한 편을 썼습니다.
시 한 편을 완성하기까지, 사람을 마음에 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별은 그렇게나 오래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라는 주제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오늘.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한 걸음이 두려운 지금. 시민의 몫, 나의 몫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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離別
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죽은 이를 기억하지 못했다 삶은 산처럼 쌓인 서류들 같았고 하루는 겨울바람처럼 날카롭게 흘러갔다
타인의 죽음에 대한 고통이라는 놈은 개개인에겐 오래 남았으나 다수의 기억 속에선 쉽게만 흩어졌다 술은 썼지만 안주는 달았다
바람은 죽은 이의 향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여전히 사람의 향기는 구천을 맴돌았고 시간이 무색해 질만큼 그가 나이가 먹었을 무렵에도 술은 쓰디썼다
그가 술잔을 들 때마다 술잔에서 사람향기가 났다 떠나가 버린 이들의 삶이 눈에 아른거렸다. 유리와 유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그윽하게 투명했다 밤이라 불리는 밤이었다
낮에만 햇살이 비추었다 잔디가 햇살을 머금어 커가는 동안 남은 이들은 세월을 머금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는 거라고 말했다
입안에서 술이 맴돌 때, 혀는 무뎌지고 이는 꽉 다물어졌다 하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한숨을 쉬고자 한숨을 참았던 날들이 오늘은 왜 이리 무색한가 누구에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삶은 말 해주지 않았다 누구에게 소원하고 빌어도 삶은 변하지 않았고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산이 애닳아 빨갛게 물들 때쯤 그대로 멈춰있는 나를, 그대는 산으로 이끌었다 노란 은행잎들을 바스락거리며 걸어 올라간 산 귀퉁이에서 잠을 잤다
그곳에서도 바람은 불었고 바람은 은행잎을 쓸어 모았다나는 기억을 모아야 했다 지금까지의 낮과 오늘까지의 밤, 기억으로 남지 못한 시간들이 밤하늘 별로 빛났다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 그대가 내 삶에 남았다 헤어지고 나서야 그대의 얼굴이 보였다 우리의 이별은 그렇게나 오래되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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