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학자 엘빈 토플러는 현대의 문맹은 읽고 쓰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짧은 태국 방콕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기간 중에 서점 열 곳 정도를 돌아보려고 했는데 대략 여덟 곳 정도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쇼핑몰에 있는 서점 대부분은 대형 서점 체인에서 운영하는 서점이었고, 독립서점들은 헌책방으로 운영되어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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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쇼핑몰마다 대형 서점이 입점해있고, 많은 경우는 건물 전 층을 통틀어 서점 다섯 곳이 입점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방콕이 수도이고 여행자와 관광객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건물과 한 거리에 큰 서점이 그렇게 많다는 점은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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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들은 여행자들의 책을 매입하여 판매하는 헌책방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렴하게 매입하고 적당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구조였고 여행자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헌책방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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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와 서점들 사진과 정보를 정리하고 난 뒤, 태국은 왜 서점이, 책 읽는 사람이 많은지 궁금해졌습니다. '태국인은 1년에 8줄 정도만 읽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어떤 근거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 입니다. 태국 통계청(NSO)은 2015년 태국인이 매일 평균 66분을 독서에 소비한다고 밝혔고, 2013년에 진행한 조사보다 29분 증가한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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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ralWorld의 Thailand Knowledge Park (TK Park) 도서관에서 수집한 2022년 기록도 흥미롭습니다. 모든 책이 최소 1회 이상 대출되었고, 최고 기록은 한 권당 1,644회. 종이책 이외에 전자책, 전자 잡지, 온라인 플랫폼 및 웹사이트의 기사를 포함한 온라인 미디어를 하루 약 80분 동안 읽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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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태국과 기본 교육 위원회 사무소는 '모든 어린이가 읽을 수 있습니다(Every Child Can Read)'라는 캠페인을 4년 가량 진행하여 태국 모든 어린이에게 독서에 관한 습관을 장려해왔습니다.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읽는 활동을 통해 국가 차원의 독서 문화를 조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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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서인구가 계속 줄어드는데 이게 단순히 경기가 좋고, 안 좋고의 차이인지. 도서정가제의 문제인지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우리에 비해 물가가 낮은 태국의 책도 가격은 높아보였습니다. 소설류 가격이 100바트에서 300바트였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보면 저렴하지만, 태국인 평균 월급은 약 56만원, 방콕 거주 태국인 평균 월급은 약 107만원이기 때문에 책은 비싼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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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학자 엘빈 토플러는 현대의 문맹은 읽고 쓰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어쩌면 작금의 독서인구는 읽고 쓰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할 능력과 의지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저는 점점 읽지 않고, 쓰지 않고, 학습하지 않는 세상이 두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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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이 유튜브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단 배우려면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되는데 사람들이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고요.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게 되면, 사실은 우리는 많은 지식들을 외주 주고 있지 않습니까. 검색 가능성을 지식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요. 검색해서 나온 것을 5분 동안 읽으면 내가 아는 것 같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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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우리 사회가 조금은 이해됩니다. 하지만 읽지 않고, 학습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쉽게 단정짓고 판단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여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혹, 우리는 여유가 부족한 건 아닐까요.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지만, 다시서점은 오늘도 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