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가 계속 된다. 사람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옳고 그름을 따진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전장연이 눈치보지 않고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에 작은 쾌감을 느낀다.
시민들이 눈치보는 사이에 그들은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욕하는 대다수가 그 편의를 이용한다. 21년 간 투쟁한 결과다. 그들이 인생을 바친 결과.
서울 전철역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93.6%. 승강장은 아직도 발과 휠체어 빠진다. 오작동이 빈번한 리프트를 타야 조금이라도 이동할 수 있다. 저상버스 도입률은 27.8%. 언론과 매체는 장애인 이동권에 관하여 떠들지만, 이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할 일이 아닌 시민 이동권의 문제다.
대한민국은 2026년부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노인인 상황. 우리는 그에 관한 대비가 되어 있을까. 2023년 노인복지 예산은 노인 증가율을 반영하지 못한채 소폭 상승했다.
이 소폭 상승에 “예산이 올라갔지 않느냐!”라고 말하려면 물가 인상과 인건비 상승도 고려했어야 한다. 예산을 볼 때는 오르고 내리는 것만 볼 게 아니라 어떻게 쓰이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저 예산이 노인 이동권은 고려한 예산일까.
어떤 사람들은 노인들이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바람에 출퇴근길이 괴롭다고 말한다. 돈도 벌지 않고 놀러다니는 노인들 때문에 매일 시간을 낭비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1960~1970년대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을 이끌었던 그들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은 그들이 만들었다. 그들의 젊음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한국이라는 국가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해상도를 높였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국가나 사회에 기여한 바가 없다.
굳이 개인을 희생하며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물질적, 경제적 자본 외에 사회적 자본이 함께 쌓여야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 국가, 사회, 개인 모두 경제적 수치로만 측정할 수 없다.
이 글은 원래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때문에 쓰려 했다. ‘한국 사람들 다 미쳤어. 그런데 그건 서로가 서로의 목을 졸라서 그런 거야. 졸리는 놈이 숨쉬기가 힘들어서 목에 힘주는 건 나쁜 게 아니라 불쌍한 거야. 비참한 거고. 서로가 남의 목을 조르고 있는 손가락에 힘을 빼는 게 먼저라고. 얘들아, 남의 인생에 ‘참견’ 좀 하지 말자. 부탁이다.’라는 글이었다.
슬프게도 서로가 서로의 목을 조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토록 불쌍하고 비참한 사람들이 서로를 손가락질 한다. 손가락을 놀려 키보드를 두드린다.
공동체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너무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개인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너무 좁게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 모두 구체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이웃이나 동료는 눈에 보이는 존재일 뿐, 더 많은 시각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옳은가, 그른가. 착한가, 착한 척인가. 경제적으로 이로운가, 아닌가. 내가 저들의 편을 드는 건 옳거나 착하거나 이로움을 따져서가 아니다.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그들이 보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껄끄러울 수 있다. 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그러면 그렇게 생각하시라. 우리는 서로 다르게 살아가며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쉽게 단정짓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게도.
겸손하자는 말이 아니라, 친절하자는 말이다.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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