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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입고소식

풀꽃 / 후쿠나가 다케히코 / 시와서

by 다시서점터미널 2024.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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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금처럼 살아 있다. 오로지 이 지금이라는 것 외에 어떤 삶의 방식이 있단 말인가."

 

 

 


<책 소개>

 

“산 자는 반드시 죽은 자의 기억을 늘 새롭게 하고, 죽은 자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죽은 자를 슬퍼하고 애통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그라진 생명을 되돌리려고 하는 것은 산 자의 당연한 의무여야만 한다.”

 

1954년에 출간된 전후파 작가 후쿠나가 다케히코의 대표적인 소설이다. 이십 대 후반에 폐결핵 치료를 위해 7년 가까이 요양원에서 지내는 동안 집필된 초고를 바탕으로 하여 출간된 소설로 저자의 작품 중 유일하게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소설이다.

“전후 가장 아름다운 청춘 소설”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 이 소설은 삼십 대에 접어든 후쿠나가가 열여덟 살 때와 스물네 살 때 겪은 사랑을 회상하며 쓴 소설로 스스로 “잃어버린 청춘의 소설”이라고 불렀다.

전쟁을 겪고 폐결핵 치료를 위해 요양원에 입원한 시오미 시게시. 그가 남긴 두 권의 노트에 기록된 두 번의 사랑을 통해 그려지는 청춘의 사랑과 고독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다.

 

 

<저자 소개>

후쿠나가 다케히코

 

1918년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 불문과 졸업 후, 1948년에 시집 《어떤 청춘》, 단편집 《탑》을 발표하고, 1952년 장편소설 《풍토》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54년 장편소설 《풀꽃》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립했다. 1961년부터 가쿠슈인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중심으로 유럽의 문학 동향을 강의하는 한편, 《명부(冥府)》, 《황폐한 도시》, 《망각의 강》, 《신기루》 등 서정성이 풍부한 시적 세계 속에 날카로운 문학적 주제를 드러낸 작품을 발표했다. 1961년에 《고갱의 세계》로 마이니치출판문화상을, 1972년에 《죽음의 섬》으로 일본문학대상을 수상했다. 1979년에 사망했다.

 

역자

박성민

 

도쿄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어학을 전공하고 통번역사로 일했다. 전문 번역가로 좋은 일본 문학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번역서로 《책은 시작이다》, 《봄은 깊어》, 《심호흡의 필요》, 《세상은 아름답다고》, 《나쓰메 소세키 - 인생의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 - 내 마음의 문장들》 등이 있다.

 

 

 

 

<목차>

 

1장 - 겨울 7

2장 - 첫 번째 노트 57

3장 - 두 번째 노트 179

4장 - 봄 281

《풀꽃》을 뒤돌아보며 ― 후기를 대신하여 299

옮긴이 후기 309

 

 

 

 

 

<추천글>

 

“근대 일본문학에서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진 ‘미소년의 이야기’를 나는 알지 못한다. 나 역시 한 사람의 독자로서 후지키를 깊이 사랑했다.” - 미시마 유키오 (소설가)

 

“<풀꽃>은 일본문학에서 드물게 지적인 청년을 그린 소설이다. 이 청년의 고독은 이지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이지가 그를 결백하게 하고 결백이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그는 친구를 잃고 연인을 잃는다.” - 혼다 아키라 (문학평론가)

 

“모든 사랑은 짝사랑으로 서로가 똑같이 사랑하는 일은 없다. 이토록 연애소설을 계속 써 나간 후쿠나가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의 불가능에 대해 쓰려고 했던 것 같다.” - 이케자와 나쓰키 (소설가)

 

“나는 이 책을 읽었을 때 내가 쓴 소설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그 문장은 마치 쇼팽의 음악 같아서, 악보를 외우듯 책 속의 페이지를 통째로 암기했다.” - 오바야시 노부히코 (영화감독)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풀꽃》은 1954년에 출간된 전후파 작가 후쿠나가 다케히코의 대표적인 소설이다. 후쿠나가가 폐결핵 치료를 위해 7년 가까이 지낸 요양원에서 집필한 원고를 재구성하고 내용을 덧붙여 출간한 것으로, 후쿠나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소설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건은 작가의 상상에 의한 것이지만, 삼십 대에 접어든 저자가 열여덟 살 때와 스물네 살 때의 자신을 회상하며 쓴 글로, 작중 인물들에게는 그들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실제 인물이 존재한다. 주인공 시오미 시게시에는 저자 자신을 비롯해 요양원 동료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고, 후지키 시노부의 실제 모델은 저자와 같은 궁술부 부원이었던 ‘기지마 나리노부’라는 고등학교 후배이다. 후쿠나가는 이미 고등학교 때 기지마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단편과 시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의 동료의 회상에 따르면, 후쿠나가의 일방적인 사랑은 작품 속 시오미의 모습보다 훨씬 더 격정적이었고, 후지키의 고뇌와 곤혹스러움 또한 작품에 그려져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깊었다고 한다. 또한 지에코에는 기지마의 여동생뿐만 아니라, 투병 중 헤어진 첫 번째 아내이자 문학적 동지인 야마시타 스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죽은 자를 이 세상에 붙잡아두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표현하고 정착시켜 그 모습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다. …… 죽은 자에 대해 쓰는 것은 산 자의 의무이다.”

 

사소설에 부정적이었던 후쿠나가가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소재로 소설을 쓴 것은,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풀꽃 같은 삶들을 기억하고 이 세상에 붙잡아두기 위한 의무로서의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전쟁, 가난, 병으로 고독하게 청춘을 겪어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그들 하나하나의 삶을 기억하고 되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청춘인 것이다. 희망 가득한 화려한 날들을 보내는 청년들에 비하면 그들의 청춘은 불행하고 일그러졌을지 몰라도, 그래도 그 역시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살아남아 과거를 돌아본다면, 비록 잃어버린 청춘이라도 그 하나하나에는 고유한 의미가 있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인생이란 늘 무언가를 잃어가며 살아가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투병 중에도 필사적으로 써낸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풀꽃》은 출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의 손에 의해, 독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지금은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지만 어느 시대든 청춘이란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기에 지금까지도 이 소설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후쿠나가는 죽은 자는 산 자의 기억 속에 늘 함께 살고 있다고, 그리고 산 자의 죽음과 함께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죽음을 맞는다고 했다. 그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또 자신의 이야기를 쓴 후쿠나가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를 읽는 이들이 있는 한, 그들은 영원히 산 자의 마음속에서 함께 살아갈 것이다.

 

 

 

 

<책 속의 문장>

 

첫 문장

나는 그 백일홍 나무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은 주코칸이라고 불리는 넓은 강당 뒤쪽의 정원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한 그루 서 있었다.

 

모든 환자가 죽음과 그 그림자에 떨고 있는 동안, 오직 그만이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운 듯이 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그도 역시 깊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 24쪽

 

소년 시절 꿈꾸었던 ‘산다’라는 것은 지금 같은 이런 비참한 상태를 가리키는 건 아니었다. ‘산다’라는 말 안에는 타오를 듯한, 온몸을 바쳐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기쁨과 슬픔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다는 것이 그저 하루하루의 소모일 뿐이었다. - 25쪽

 

산다는 건 자기를 표현하는 거야. 자기를 불태우는 거야. 있는 힘을 다해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태워야 해. - 30쪽

 

넌 정말로 살려는 마음이 강한 인간이야. 난 그게 존경스러워. 그건 네가 예술가로서의 자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야. 예술가는 살아 있어야 해, 일을 하지 않고 죽으면 아무것도 안 되니까. 언젠가는 반드시 좋은 글을 써내겠다는 네 그 마음, 그게 너라는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거야. - 40쪽

 

나도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 하지만 젊을 때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잖아. 그리고 난 뭔가를 쓰지 않아도, 뭔가를 보는 것으로써 예술가이고 싶었어. 아니면, 사는 것이 예술이기를 바랐어. 산다는 건, 그 인간이 가진 고유의 표현이니까. 그래서 난 그렇게 살았어. - 40쪽

 

산다는 건 전혀 다른 거야. 그건 일종의 도취야.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이성도 감정도 지식도 정열도 전부 다 불타올라 넘쳐흐를 것만 같은 것, 그게 산다는 거야. - 41쪽

 

나는 과거를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미래를 이제부터 시험해볼 수도 없다. 나는 현재도 미래도 없는 인간이고, 오로지 과거가 있을 뿐이다. 그런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살 수 있을까. 덧없이 지나가는 인생은,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자각하며 붙잡을 수 있을까. - 62쪽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왜 나를 떠나갔을까, 내 안의 어디가 잘못되었던 것일까. 나는 성실하게 나의 길을 걸었고 결코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았다, 오직 나만이 상처받은 것은 그저 내 영혼이 지나치게 연약하고 가냘팠기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그것이 내 잘못은 아니었을까? - 63쪽

 

추억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하나의 도피, 현재로부터의 탈출일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이 더 이상 새롭게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속박된 일상이 주어진 인간에게, 과거를 되사는 것 외에 달리 어떤 나만의 삶의 방식이 있을까? - 65쪽

 

신경쇠약이란 건 툭하면 영혼이 놀러 가고 싶어 하는 상태를 말하는 거야. 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네 영혼은 여기에 없어. 근데 뭐, 그렇게 걱정은 하지 마. 누구나 그럴 때가 있는 법이니까. - 86쪽

 

하다못해 지금만큼은, 나는 나로서 있고 싶어. 내 꿈을 그리고 싶어.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 말하자면 작위적으로 꾸는 거야. 꿈꾸는 것 말고는 살아가는 법을 몰랐던 옛날과는 다른 거야. 온갖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다만 이런 삶의 방식을 나 스스로 선택한 것뿐이야. - 194쪽

 

난 그저 편안하게 살고 있는 인간이 쇼팽은 말랑하다는 둥 그렇게 가볍게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아도 예술가는 누구나 괴로운 짐을 짊어지고, 언제 쓰러질지도 모른 채 걸어가는 거야. - 199쪽

 

인간이 날 때부터 지닌 얼음 같은 고독은, 아무리 활활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으로 태워진다 해도 결코 녹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 207쪽

 

그녀는 나를 잊었고, 나는 그녀를 잊었다. 인간은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오래된 기쁨과 슬픔은 전부 의식 밑바닥에 가라앉혀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사람은 새로운 고민, 새로운 괴로움을 위해서는,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걸까. - 246쪽

 

어쩌면 사랑 역시 인간이 마음속에다 그린 이미지를 자신의 고독으로 색칠하고 자기 멋대로 꿈을 꾸고 있는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 258쪽

 

미래의 고통을 생각하기보다, 지금, 이 자연, 이 평화를 내 것으로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지에코가 꽃을 따고, 내가 이렇게 산을 바라보고 있는 이 시간에, 전쟁이든, 죽음이든, 신이든, 그런 게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지금은 지금처럼 살아 있다. 오로지 이 지금이라는 것 외에 어떤 삶의 방식이 있단 말인가. - 259쪽

 

이 고독은 무익했다. 그러나 이 고독은 순결했다. - 264쪽

 

 

 

<서지 정보>

 

제목 – 풀꽃

지은이 – 후쿠나가 다케히코

분야 – 소설, 일본문학

형태 – 133 * 200

면수 - 312쪽

가격 - 16,800원

출간일 - 2023년 8월 1일

ISBN - 979-11-91783-08-7 (0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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