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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다시서점 일기

'평온을 비는 기도'로 새해를 맞이하며

by 다시서점 202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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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을 비는 기도'로 새해를 맞이하며

아직 새해가 오지 않을 걸까요. 2024년이라는 말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저는 새해 첫 날, 친구와 개화산에 올랐습니다. 약사사에서 나눠주신 떡국을 먹고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강서구에서 난다 긴다 하는 분들이 해돋이 행사에 모여계신 걸 보다가 얼른 내려왔습니다. 해는 사람과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더군요.

어머니께서 전해주신 외할아버지의 전언은 "새해 첫 날에는 바른 자세로 앉아 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라."였습니다. 그 말씀을 지키려 노력해왔는데 올해는 아직도 책 한 권 읽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사놓은 책도 많이 쌓여있는데 새해라고 또 책을 사모으고 있습니다. 파는 책보다 사는 책이 많으니 어머니의 한숨도 깊어갈 것입니다.

며칠 전에는 당근마켓에서 『샘이 깊은 물』과 『뿌리 깊은 나무』를 구입했습니다. 너무 저렴하게 올라와 있어서 부리나케 연락드렸는데 '20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책이니 잘 써주세요.'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판매자 성함이 『샘이 깊은 물』과 『뿌리 깊은 나무』의 디자이너 선생님의 성함과 같아서 '혹시...'라는 생각을 하면서 '잘 읽고 공부하겠다'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렇게 한 걸음씩 한창기 선생님의 발자국을 따라 걷겠다는 다짐을 하면서요.

새해가 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새 책을 읽지 않아서 일것입니다. 사람들은 일이 바빠서 책을 읽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곤 하지만, 저는 진짜 바빠서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12월에는 한 해 동안 진행한 사업의 결과보고서 작성과 결과자료집 제작을 비롯해 외주로 들어온 200쪽 짜리 결과자료집 작성, 스크립트 작성 등을 했습니다.

2023 강서 N개의 서울 결과자료집

https://url.kr/hni9vc

 

0111_결과자료집_웹용.pdf

 

drive.google.com

거의 매일 같이 새벽까지 야근을 했지만 밀려드는 일은 마르지 않았습니다. 1월에는 2023년도 사업 정산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요. 아마도 1월은 숫자와 씨름하면서 보내겠지요.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시대에, 이토록 좋은 컴퓨터로,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개탄스럽지만 어쩌겠습니까. 아마도 이것 또한 예전에 비하면 발전한 모습일 것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흉흉합니다. 국가 의전 10위 안에 드는 야당 대표가 급습을 당하기도 하고, 언론은 주목해야 할 것보다 가쉽거리에 더 관심을 둡니다. 서로를 향해 겨누는 칼끝과 펜끝이 두렵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너진 치안과 사람들을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 사회가 슬픕니다. 시민을 지키던 사회 안전망이 사라진 것 같달까요. 언젠가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들은 분열, 갈등, 경쟁, 대립, 차이, 격차, 이기, 차별, 착취, 낙인 등을 넘어서야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고,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일본이 잃어버린 세대, 취직빙하기 세대를 무책임하게 방치한 대가를 사회가 어떻게, 얼마나 치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개인 탓, 노력 탓으로 돌리다 그것이 쌓여 폭발할 때서야 문제를 인식할 테지만. 범죄가 빈번해지고,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이 날카로워지는 동안 분명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 얼어버리고 깨져버리는 것이 있다. 녹거나 찾지 못하는, 돌이킬 수 없는, 무엇.'

사회가 어떤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상황에 집중하기 보다 잃어버린 무엇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종종 삶이 고달플 때 진정 내가 원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찾듯이 말입니다. 새해 첫날에는 신춘문예에 당선한 시를 찾아 읽는데 올해는 유독 가슴이 텅 빈 듯한 시를 많이 읽은 듯 합니다. 시를 읽고 나서 심사평을 이어 읽다 보면 신춘문예는 사회 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화면을 끄고 잠에 들었다가 『맹자』 고자장(告子章)을 찾아 읽었습니다.

천장강대임어시인야(天將降大任於是人也)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고 하면

필선고기심지(必先苦其心志)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노기근골(勞其筋骨)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

아기체부(餓其體膚)

몸을 굶주리게 하고

공핍기신(空乏其身)

생활은 빈곤에 빠뜨리고

행불란기소위(行拂亂其所爲)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

소이동심인성(所以動心忍性)

그 이유는 마음을 흔들어 참을성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며

증익기소불능(增益其所不能)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조선시대 웃어른들은 고자장(告子章)의 이 글을 써붙여 놓고 살았다던데 저는 친구들도 같이 보라고 인스타그램에 써붙여 놓았습니다. 괴롭고 외로운 친구들이 많습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쌓이는 빈곤과 슬픔 속에 사는 친구들이 올해는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일과 작은 마음에 얽매이기 보다 큰 일과 큰 마음에 뜻을 두었으면 합니다.

올해 다시서점은 함께 일하는 친구의 꿈을 이루는 것에 힘을 보태면서 근심과 걱정으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고마움을 나누고 슬픔은 조금 덜어 등에 지고서요. "신이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평온을 비는 기도'로 새해를 맞이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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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link.steadio.co/Pe4ZgzI6iGb

 

'평온을 비는 기도'로 새해를 맞이하며

아직 새해가 오지 않을 걸까요. 2024년이라는 말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저는 새해 첫 날, 친구와 개화산에 올랐습니다. 약사사에서 나눠주신 떡국을 먹고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강서구에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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