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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언제나처럼 야근을 하고 있는데 급하게 들어온 청년이 있었습니다.
"죄송하지만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
예전에도 문을 벌컥 열고 급하게 화장실 키를 찾는 아저씨가 계단부터 흩뿌려 놓은 흔적 때문에 흠칫 했지만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이것도 덕을 쌓는 것 같아서 화장실 키를 손에 들려드렸지요.
화장실을 다녀온 청년은 연신 고맙다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 사례를 하려 했습니다. 아니라고, 여긴 책방이니까 정 그러시면 책을 사달라는 말에 또 굳이 책은 잘 안 읽는다며 돈을 받아 달라던 청년. 언젠가 아저씨가 남겨두었던 노란 흔적마저 말끔히 지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그럼 다음에 와서 사겠다던 그 청년. 지갑에서 꺼내던 3만원이 보고 싶은 게 아닙니다. 혹시 1년 가까이 지난 아직까지도 책을 안 읽고 있는 거라면, 꼭 왔으면 해요. 당신을 생각하며 화장실 락스 청소를 하곤 해요.
언제 오나요. 책 읽을 당신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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