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간판이 없는 바,
새벽마다 그곳에 고이는 위스키와 사람의 이야기”
바bar ‘포어포어포어(pourpourpour)’ 운영자 서홍주의 에세이로, 그가 일했던
‘간판이 없는 바’에서 수없이 많은 새벽을 통과하며 마주한 술과 사람의 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라프로익Laphroaig, 라가불린Lagavulin, 스프링뱅크 Springbank, 글렌피딕 Glenfiddich, 탈리스커 Talisker, … 이름조차 읽기 어려운 술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위스키 향이 스며든 그만의 언어로 술잔과 이야기가 오고 가는 ‘간판이 없는 바’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바bar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위스키가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도 괜찮습니다.
위스키가 곁들여진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소설을 읽고 그 속의 장면이 떠오르는 것처럼
위스키의 맛과 향을 자유롭게 상상하게 됩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마시는 짭짤한 레몬주스, 낮에 해수욕을 즐기며 마시는 과실차,
오전에 즐기는 크림브륄레와 그 주위의 낙엽들,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과 차가운 시드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듯 섬세하게 표현한 위스키의 이미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위스키를 바라보도록 합니다.
글이 주는 여운을 통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벽과 위스키를 즐기게 되기를 바랍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dasibookshop/products/6224068726
<목차>
작가의 말
간판이 없는 바
K의 스프링뱅크 10년
라프로익이 들어간 칵테일
편수와 오큰토션
테이스팅 노트
얼음의 역할
초콜릿과 위스키
뜨거운 칵테일
아사쿠사의 별
김렛
세 잔의 룰
아이리쉬, 아이리쉬
비 오는 나카스 강변
각자의 매력
Speak—easy
쇼콜라 팝업
돈가스와 CC쿨러
새벽
Angel’s Share
위스키, 위스키
에필로그
잔에 따라 다른 칵테일들
위스키 테이스팅 노트 용어설명
<책 속의 문장>
나는 위스키 병목을 아래로 천천히 기울여 코르크를 살짝 적시고 마개를 열어 그의 코에 가져댔다.
“어떤 향 같아요? 보통 정로환 향이나 치과에 온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해요.”
라가불린을 테이스팅 할 당시 나 또한 치과 치료실을 열자마자 진동하는 향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지만
무언가 처음 맡아보는 향이라고 느꼈다.
마른 해초 같기도 했고 태우다 만 신문지 향 같기도 했다.
- 「간판이 없는 바」 중에서
술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한참을 오갔다.
나는 아직 무슨 술이 어떻고, 칵테일이 어떻고에 대해 자세한 것들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좋았다. 술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찾아보면 어렵지 않은 것이었고 이곳에 있다면 언제든 경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들떠있었다.
- 「편수와 오큰토션」 중에서
“대신 나는 이 보모어 12년이란 병을 설명할 때 오래되고 늙어버린 나무 같다고 얘기해요.
손님들은 그런 향은 뭘까 하고 상상해요.
상상과 동시에 본인이 여태 경험했던 향, 맛을 유추하며 본인 나름의 기준을 세울 수 있죠.”
- 「테이스팅 노트」 중에서
향과 맛에 대한 획일화된 정보는 그들의 상상력을 방해할 수 있고,
내가 할 일은 단지 그들이 그 위스키 한 잔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본인 나름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 하는 것이었다.
- 「테이스팅 노트」 중에서
나는 찻물같이 옅은 나의 핫 토디가 좋았다.
찻물에 띄운 노란 배가 이리저리 움직일 때면 지나간 그 흔적에 작은 기름이 뒤섞였다.
이곳이 처음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한데 섞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뜨거워졌다.
나와 유사한 청춘들은 늘 약술에 취해 그렇게 두런두런 언저리 속 얘기들을 내비쳤다.
언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진 이야기라던가, 상관의 변덕에 놀아난 이야기.
혹은 별 헤던 지난주에 이별한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는 늘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서 숨소리를 타고 스스럼없이 술 줄기와 물줄기를 타고
내가 쥔 몇 개의 작은 도구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 「뜨거운 칵테일」 중에서
가게 전체에 맴도는 붉고 검은 조명에 매킨토시 앰프의 시퍼런 불이 깜빡일 때마다
천장 위의 모래알 같은 것들도 번쩍였다.
일흔은 넘어 보이는 백발의 오너 바텐더가 직접 주문을 받았다.
“맨해튼 오네가이시마스.”
바텐더는 갸우뚱했다.
“아, 마—나—딴.”
- 「아사쿠사의 별」 중에서
“특별히 넣었어요. 오늘 이 칵테일 가격은 제임슨을 넣은 것과 동일하게 받죠."
“좋은 커피와 좋은 아이리쉬 위스키라니. 영화 주인공이 된 것 같네요.
시가만 한 대 태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 「아이리쉬, 아이리쉬」 중에서
엔젤스 셰어 현상으로 인해 위스키가 더 부드러워지는 것처럼,
이유 없는 증발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곧 세상에서 증발할 공간과 그 안의 기억들이 누구의 몫으로 남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Angel’s Share」 중에서
새로이 맞이한 ‘간판이 없는 바’의 새벽도 여전히 고요했으나
웃고 떠들고 간 이들이 남긴 잔들은 아직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작가의 말>
술과 전혀 관련이 없는 직종에 근무하던 내가 술을 마시기 위해 첫 방문을 한 그곳.
‘간판이 없는 바’의 나무틀 창문은 눈앞에 놓인 어떤 술보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자리에 앉아 술을 권유받던 그곳에서 직원이 되어 5년여의 세월을 보냈다.
수많은 사람과 수없이 많은 새벽을 맞이하며, 그들이 가진 이야기와 함께 어울렸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정제되고 각색되어 나와 그들이 쥔 술잔을 통과했다.
‘바’라는 공간에 혼자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어느 곳이든 향하길 바란다.
이름조차 읽기 어려운 위스키와 칵테일들은 바에서 즐기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주류를 가이드해 줄 바텐더는 많다.
그중 본인의 어느 한구석이 편안한 바와 사람, 그리고 그들과 함께할 새벽을 찾길 바란다.
2021년 겨울 서홍주
<추천의 글>
현대인들이 삶에 지쳐 외로워서 모이게 되는 바.
게일어로 ‘생명의 물’ 이라는 뜻을 가진 위스키. 그 한 방울이 코 끝을 자극하고,
혀끝을 지나 목젖으로 넘어갈 때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위스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한다.
- 그라더스(grds) 디렉터 박유진
간판이 없는 단골 바에 초대받은 기분으로 위스키를 곁들여 서홍주의 글을 읽는다.
에피소드가 열리고 닫힐 때마다 온더락 잔을 빙글 돌리면, 얼음이 달그락거리고
코끝에 새벽 어스름 향이 감돈다.
그의 문장은 온더락 얼음의 표면처럼 차분히 빛난다. 덕분에 이야기는 목 넘김이 부드럽다.
은은한 대화들이 차가운 공허를 희석시킨다. 소설처럼, 사람들은 간판이 없는 바로 모인다.
눈빛과 향이 오간다. 술잔과 귀를 기울인다. 한동안 그의 새벽을 채우던 바는 시간 속으로 증발해 버린 듯하다. 하지만 이유 없는 증발 따윈 없다고 그가 썼듯이 그의 새벽은 한층 더 부드러워졌을 거라고 믿는다.
그가 마련한 새벽 풍경으로 사람과 이야기가 모인다.
나도 함께 잔을 마주하고 싶어졌다.
- 작가 최유수
<작가 소개>
서홍주
1988년 서울 출생. ‘엔젤스셰어’에서 바텐더로, 바스크 다이닝 레스토랑 ‘모스꼬라’에서 소믈리에로 일했다.
현재 서울 용산에서 ‘포어포어포어’를 운영하고 있다. 여전히 그의 바bar에는 간판이 없다.
@heckpoet
@pourpourpour_
<출판사 소개>
프랙티컬 프레스 Practical Press
별책부록에서 운영하는 실용/에세이 출판 브랜드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작업자들의 이야기와 알아두면 언젠가 쓸모있는 정보들을 모아,
일상에 유용한(때로는 무용한) 아름다운 책과 물건을 만듭니다.
@practical.press
쪽수: 240p
판형: 128*188mm
가격: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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