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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다시서점 일기

그저 진심으로 친절하기만 하면 됩니다

by onebookonelife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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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신문을 읽습니다. 궁금했던 기사를 읽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쓴 글을 찾아 읽기도 합니다. 신문기사를 읽고 글을 쓰는 습관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만들어주셨습니다. 매일 아침 사설을 프린트해 오셨는데, 종례 전까지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셨거든요.

오늘은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시민운동가를 깎아내리기 위해 버트런드 러셀이 한 말을 인용한 글이었습니다.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

맞습니다. 사람들은 무지하더라도 카리스마 있는 사람에게 의존합니다. 판단에 따르는 책임마저 위임하며 권위와 권력에 기대곤 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저 인용은 시민운동가를 깎아내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이고 자기합리화를 위해 필요한 말이었을 뿐입니다.

신문 기사를 헤드라인과 문단, 문장과 단어로 해체해보면 글쓴이가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하는지 글감은 어디서 찾았는지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칼럼이랍시고 쓴 저 글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현상을 말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를 검색하다가 쓴 글일 겁니다. 백과 사이트를 싹 긁어서 쓴 티가 역력합니다.

글앞과 글뒤 문체가 다르고 무엇보다 ‘시민운동가가 무지하다’라는 부분만 근거없이 주장만 나열됩니다. ‘자신감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하는 현실’은 슬픈일이지요. 시대의 아픔일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자신감으로 무장하거나,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비난하거나,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사람일지라도 한번 더. 한번 더 판단을 유보하고 내 생각을 의심해 봅시다.

우리는 결과를 위해 과정을 놓치며 달려왔습니다. 불합리한 과정을 합리화하며 성공으로 포장하기에 사회는 고도화되었고, 촌스러움과 세련됨에 관하여 이야기하지만 단기간에 이루어 낼 거라는 생각의 결과일 뿐이었습니다.

‘내가 커야 된다’가 아니라 ‘우리가 자란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적을 설정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시대의 아픔을 잊지 않으려면.

내가 시대의 아픔이 되지 않으려면 편을 가르고 남탓을 할 것이 아니라, 말을 자르고 말을 이상하게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진심으로 친절하기만 하면 됩니다.

다 제각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여기 무지한 사람이 대체 어디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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