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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다시서점 일기

아이들이 흘릴 눈물을 걱정하셨던, 조세희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by 다시서점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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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마지막화 결말 때문에 시끌시끌하네요. 원작과 다른 마무리 때문에 많이 아쉬운 탓이겠지요.

저는 몇몇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아쉬운 점을 느낍니다. 뭐랄까, 모두 ‘재벌’에 꽂혀있달까요. 저런 막장 가족들 모습에도 재벌을 동경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뭐, 그럴 수 있지요. 드라마니까요.

재벌 오너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이라는 말이 드라마에서 나왔습니다. 이 드라마가 재미있던 점은 이처럼 인물들의 입을 빌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를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결말을 싫어하지만, 저는 이 드라마 전반이 좋습니다. 김운경 작가님 드라마 이후로 (어쨌든) 서민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오랜만인 것 같기도 합니다.

히피이모라는 유튜브 채널을 봅니다. 전에 살던 한남동 모습이 담겨 있어 재미있기도 하지만, 삶을 열심히 꾸려가는 모습이 자극제가 됩니다. 많은 이가 “이런 것까지 해야돼?”라고 이야기하지만, 히피이모는 “이런 것까지 해야돼? 라고 생각하는 순간 돈은 당신을 떠난다. 돈과 자리도 근성없는 사람 볼 줄 안다.”라고 말합니다.

돈에 관한 갈망을 투영해 드라마 결말을 따지는 것보다, 차라리 현실적으로 자산 증식을 위한 마인드셋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슬프게도 현실이 더 작품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어제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조세희 작가님이 별세하셨습니다. 난쏘공 같은 작품에 담긴 담론을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인지, 다른 담론으로 대체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회 계급에 관한 이야기가 사라지니 겉만 핥는, 껍데기만 남은 이야기를 보게 되는 것 같아 종종 아쉬웠습니다. 물론 300쇄 넘게 찍은 작품과 빗대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여전히 이 지옥이 지겹습니다. 되려 천국에 관한 환상이 오히려 삶을 이어갈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재벌집 막내 아들이 국밥집 첫째 아들이 되었다며 결말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갑니다.

매일 전쟁 같은 하루에 지면서도 사소한 것에 분개하는 이유도 얼핏 알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김수영 시인의 시를 되내입니다.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 정말 얼마큼 적으냐’ 작은 존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내가 ‘난장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거,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지을지도 모른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

아이들이 흘릴 눈물을 걱정하셨던, 조세희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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