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팬이 없지 펜이 없냐
에디, 지하실주인, 히8, 꽃눈물, 318 지음
2019년 4월 24일 초판 1쇄 발행 / 정가 1만 5000원 / 320쪽 / 무선 / 표지 4도, 내지 먹 1도 / 판형 127×187mm, 판면 79×137mm / 표지 몽블랑 210g, 내지 이라이트 80g / ISBN 979-11-966816-0-9 (03800)
자발적 글쓰기 모임 ‘마실’은 하는 일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른 30대 남녀 다섯이 모여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 만 서로가 서로의 채찍이 되어 지난 3개월여간 글을 써왔습니다. 주제는 그때그때 회의를 통해 정했고, 일상 적인 소재(‘커피’나 ‘치킨’ 따위)부터 꽤 묵직한 주제 (‘차마 하지 못한 말’ 혹은 ‘거짓말’ 따위)까지 한 가지 유 형으로 분류하기 난해한 키워드들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글로 완성시켰습니다. 아무것도 제한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러한 자유로움을 충분히 허용하고 즐겼습니다. «우리가 팬이 없지 펜이 없냐»는 바로 어쩌면 당신 이었을지도 모를, 익명의 남녀 5명이 쓴 잡글을 모은 책입니다. 우리는 전문 필자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를 지 은 작가도 아니며, 그 흔한 문창과나 국문학과를 전공하지도 않았습니다. 각자의 일터에서 각자의 일로 하루 하루 빌어먹고 사는 30대의 익명들일 뿐이죠. 우리는 '일류는 언감생심, 삼류작가들의 연대'입니다. «우리가 팬이 없지 펜이 없냐»는 음악과 함께 듣고 읽는 책입니다. 집필에 참여한 다섯 작가 중 한 명 인 지하실주인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재즈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 지금은 교정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 다. 책을 읽으며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 15곡을 준비하였습니다. 지하실주인이 만든 이 곡들은 우리가 팬이 없지 펜이 없냐에 실린 글감들(목차)과 조응하며, 각각의 글이 좀 더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물도록 도와줄 것 입니다. (모든 곡은 유튜브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지하실주인’을 검색해주세요.)
책 속에서
달을 향한 내 관심은 어릴 때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걸으며 올려다 본 달은 나와 보폭을 맞춰 걷고 있었고 학 원을 나오면서 본 달이 집에 와도 내 머리 위에 그대로 있어서 나는 달이 나를 따라오는 게 분명하다고 믿게 됐다. 만화 속에서만 보던 비밀친구 같은 존재가 나에게도 생긴 것 같아 흐뭇했고, 내가 약간 특별한 것 같은 기분에 으쓱했다. 지금 생각하면 단단히 착각을 했던 것이지만 그 당시 달은 나의 자랑스러운 비밀이었다. (…) 멀리 떨어져 있는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며 지금 달이 보이냐며 우리가 함께 있다고 믿었고, 잠시 겪었던 외지에서 타향살이 중에도, 어릴 적 시험을 망치고 혼자 모르는 길을 마냥 걷던 밤에도 내 머리 위에서 달이 같이 걸어주었다. 내가 겪어온 모든 감정을 알고 있는 달은 그렇게 진짜 비밀친구가 돼준 셈이다. _달
지금은 최첨단 영상이 길거리 전단지마냥 인터넷 세상에 흩뿌려지는 세상이지만, 당시는 나 같은 고등학생 의 ‘19금 영상물’에 대한 접근이 몹시도 폐쇄적이고 지극히 제한적인 환경이었다. 그러나 환경만을 탓하고 있 기에 나의 저항 정신은 몹시도 뜨거웠다. 흡사 게슈타포와도 같은 비장한 마음으로 난 비밀리에 단골가게 바 로 옆 비디오대여점과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아부지 심부름 왔어요.” 순진한 표정과 눈망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였던 시절이었다. 82동 408호. 내가 늘 비디오를 빌릴 때면 사장님은 장부에 우리 집 동 호수와 그 옆 에 비디오 제목을 정성스레 손으로 기입하셨다. 82동 408호 란을 펼치면 그동안 내가 빌려다 본 낯 뜨거운 비 디오 제목들이 즐비했다. 혹여나 어머니나 아버지가 단골매장이 아니라 바로 옆 매장에서 비디오를 빌리신 다면? 그러다 그 장부를 보시기라도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참혹했다. _나는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불 안하다
글쓴이
에디 /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독립출판이자 독서모임이기도 한 마실을 운영합니다.
318 / 김포에 살며 출판사에서 일합니다.
히8 / ENFP, 사자자리, O형,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수식어는 "이모".
지하실주인 / 음악가로 살고자 했다. 교도관이 되었다. 글을 쓰고자 한다.
꽃눈물 / 눈물이 꽃과 같다. 가끔 눈물 대신 글을 쓴다. 꽃과 같은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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