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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다시서점 일기

어렸을 때는 일기를 열심히 썼습니다.

by 다시서점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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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고등학교 박명수 선배님)


국민... 아니, 초등학생 때는 매일 일기를 썼습니다. 연필로 쓰는 일기부터, 그림일기, 만화일기... 컴퓨터를 일찍부터 사용해서 고학년 때부터는 한글 프로그램으로 일기를 쓰곤 했습니다. (돌아온 너구리가 생각나네요.)

다시서점 일기가 이토록 불성실한 이유는 그때보다 지금 더 바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야 먹고 사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이제는 먹고 사는 것부터 말끔하게 살기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있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빨래를 돌립니다. 거의 매일 빨래를 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거르면 금방 빨래가 쌓여버립니다. 빨래를 돌리고 나면 청소기를 돌리고 씻으며 화장실을 청소하고 빨래를 정리합니다.

요즘은 식욕이 없어서 식사를 거르고 출근합니다. 출근해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잡무를 처리합니다. 오늘은 냉장고 청소를 조금 했습니다. 아무래도 날잡고 해야할 것 같은데 통 기운이 없네요. 다른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코로나 이후로 도서관들이 문을 열지 않아서인지 도서관 단체 주문이 줄었습니다. 책이 판매되는 기쁨도 있지만 책이 도서관이 놓였을 때 작가들이 기뻐할 생각을 하면 뿌듯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주문해주시면 조금 무리하더라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퇴근을 하면 식사를 하고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 왓챠를 보다가 잠에 듭니다. 똑같은 날의 반복이지만 이와 같은 삶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도 인생이 고달프고 괴로운 것은 매 한가지지만 즐거운 날도 많습니다.

오늘은 예전부터 알던 손님이 와주셨습니다. 소소시장에서 주셨던 선물이 생각나서 가시는 길에 책 한 권을 더 선물로 드렸습니다. 감사한 마음은 언제나 감사한 것. 어머니는 만난 사람들을 항상 소중히 여기라고 하셨는데 언제나 그러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도 많습니다. 가끔 너무 좁은 폭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만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이루고 싶은 것보다 지키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계급주의 논쟁 같은 걸 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키고 싶은 대부분은......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살기 참 어려운 시대입니다. 요즘 자주 오는 손님은 참 똑똑해서 이야기할 때 즐겁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5년만에 만드는 시집이지만 많은 친구들, 형들, 누나들, 동생들이 응원해줘서 한편으로는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고 고맙기도 합니다.

유명하지도 않고 돈도 많지 않아서 평소에 도움도 주지 못하고 소식도 잘 전하지 못하는데 먼저 발벗고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놓으면 언젠가 마음이라도 닿지 않을까 생각해요. 고마워요.

올해부터는 입고를 조금 더 까다롭게 하고 있습니다. 다시서점에 입고되지 않았더라도 안 좋은 책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본인에게 당당한 책을 만드셨을테니 자신있게 소개하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서점마다 입고에 따른 기준이 많이 다르니까 양해부탁드립니다.

올해 입고를 더 까다롭게 하는 이유는 작년에 입고받았던 책 중에 한 권이 표절도서였기 때문입니다. 너무 화가 났지만 상대방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입고를 받은 저의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표절을 했거나, 무단 인용을 했거나, 다른 작가의 문장을 도용하는 책들은 입고를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입고 받지 않는 모든 책들이 표절작이거나, 무단 인용을 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서점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른 책들은 더이상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2021년은 다시서점이 8년 차에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10년만 채우고 그만둘지 더 할지 생각하려고 해요. 6개월 일 하고, 1년 일 하고 했다고 말하는 건 제 스스로한테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서 10년을 채웠을 때 서점을 더 키울 것인지 그만두고 제 인생을 더 돌볼 것인지 생각하려고요.

그래서 8년 차부터는 더 내실을 기하고 단단해지려고 합니다. 그래야 책을 맡겨주신 출판사나 작가, 제작자분들도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다시서점을 만나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퇴근하고 싶지만 자리를 지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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