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경애
현실을 알알이 드러내는 시 세계. ‘인간적인 삶’을 위하여
고뇌하며 쓴 100여 편의 시에 들어있는
시간의 순환, 인생의 무상함 그리고 작은 희망들
이 책은
시인이 10여 년에 걸쳐 쓴 시를 모아서 정리한 시집으로 여기에 실린 100여 편의 시는, 풀잎보다도 작은 존재감으로 무기력함을 느끼며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에게 작으나마 위로와 활력을 줄 것이다.
우리가 시를 읽고 싶은 때는 언제일까.
가끔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 마음과 대화하고 싶어서 집어 든 시집 하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에 큰 위안을 얻는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끼는 생활상의 깨달음이 시 곳곳에 녹아 있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노래한다. 마음도 시가 되고 자연도 시가 되며 도시인의 생활도 시가 된다. 적어도 이 시집에서는 그렇다. 함께 어우러진 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아무리 아프거나 힘들어도, 그럼에도 살아야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책 속으로
시인이 본 것은 인파 속의 화려한 벚꽃이었다. 그때는 벚꽃축제가 한창이었다. 여의도 윤중로는 벚꽃이 만개해서 그것을 보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벚꽃은 봄을 압도했고 알면서도 벚꽃이 영원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기록을 사진기에 담았다.
벚꽃축제가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바람이 불자 얇고 가벼운 꽃잎들이 후두두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며칠 후 윤중로를 다시 지나가게 되었다. 언제 만개했느냐는 듯이 꽃은 거의 떨어졌다. 청소부의 빗자루에 쓸려 나가는 시든 벚꽃을 보면서 화려함이라는 게 이토록 덧없구나, 시인은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은 시가 되었다.
본문 중에서
윤중로 벚꽃 벚꽃 핀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꽃은 떨어져
청소부의 빗자루 속으로 사라집니다
꽃이 필 때는 그토록 화려해도
질 때는 한없이 초라합니다
윤중로 벚꽃 길에는
화려함이 사라지자
바람 불어 꽃이 떨어집니다
꽃이 언제 피었냐는 듯이
긴 하루
그 날은 참 긴 하루
처음 보는 일
그럴 수가 없기에
그러면 안 되기에
일 초는 한 시간
하루는 일 년
또 일 년
그리고 또 일 년
아, 너무나 긴 하루
그들에게는 그토록 짧은 하루였는데
작가의 말 중에서
계절의 순서가 같음에도 매번 기대하고 설레게 되는 건 사계절 모두 아름다워서일 것입니다. 세상은 연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연결의 최후 점은 발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 소개
인천에서 태어났다. 월간 순수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긴 하루’가 있다. 젊은 시절 몇몇 직업을 가졌고, 지금은 시와 소설을 쓰고 있다. 좋아하는 작가로 톨스토이가 있고 푸시킨과 기형도 시인의 시를 즐겨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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