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시서점/입고소식

가족을 갖고 싶다는 착각 / 연옥

by 다시서점터미널 2025. 1. 23.
728x90

 

 

 

 

'가족과 관계 안에서 구원을 찾으려는 마음은 정말 헛된 걸까요?'

연옥, [가족을 갖고 싶다는 착각] 다시서점에 입고되었습니다.

-

<책 소개>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새로운 가족으로, 혹은 또 다른 친밀한 관계로 해결하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가정폭력을 겪었던 저는 과거를 말끔히 치유하고, 행복을 가져다줄 새 가족을 기다렸답니다.

하지만 막상 배우자가 덜컥 생긴 후 뒤늦게 깨달았어요.

가족과 관계에 투사한 환상이 컸다는 걸요.

가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그저 착각에 불과했을까요?

가족과 관계 안에서 구원을 찾으려는 마음은 정말 헛된 걸까요?

가족 구성원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

그 역할이 좌절되었을 때 발생하는 원망과 결핍,

그런데도 관계를 포기하지 못하는 모순을 탐구하는 과정을

배우자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쓰고 모아,

이 책이 탄생했습니다.

<저자 소개>

연옥

에세이 작가, 1인 출판사 ‘제로페이퍼’ 대표, 모임 기획자, 번역가.

가정폭력으로 얻은 우울증과 경계성 성격 장애로 인해 학교와 회사를 그만둔 경험이 있습니다.

정상 가족, 노동에 적합한 몸과 같이 사회에서 규정한 정상성에 의문을 던지고,

이로부터 비껴간 존재로서 느리지만 유연하게 살아남는 이야기를 합니다.

https://instagram.com/yournokok

https://yournokok.com/about

<목차>

프롤로그 10

1부: 원 가족의 죗값을 대신 치러줘

프레젠테이션 16

출발, 출발, 출발 20

죗값은 누구의 몫 32

나의 산, 나의 몸 37

미안하다 47

2부: 나도 완벽한 가족을 가질 자격이 있어

무조건 무조건이야 60

맛이 없어요 68

이모 78

3부: 마음의 그릇을 아름답게 넓혀줘

빗방울 94

혼인 없는 신고 100

잃어버린 파편 112

술상을 차리는 마음 119

잘잘못을 그만 가리자 123

깨진 그릇, 이어 붙이기 128

에필로그 136

<책 속으로>

네가 나의 고통을 모조리 없애줄 거란 기대는 없었어. 대신 나의 지옥 속에서 함께 살길 바랐어. 사실 무척 외로웠거든. 이런 고통을 느껴본 사람이 세상에 오직 나밖에 없는 것 같아서, 그게 참 외로웠기에, 그걸 옆에서 온전히 다 느껴줄 동지가 필요했어.

(...)

거기에 더해 한 가지 더 기대가 있었지.

나는 네가, 내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너그러운 가족이 되어주길 바랐어.

힘들 때 받아주는 게 가족이라며. 뭐든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가족이라며. 그런 내 가족이 되어줘. 난 그런 가족이 너무 갖고 싶어. 그런 가족이 생기면 과거의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없던 일로 만들고 새출발하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

-출발, 출발, 출발 中

새로운 시작은 완벽해야 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면 큰일 나니까,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어. 헷갈리거나 실수할 생각은 하지도 마. 우린 완벽해야 해. 완벽한 가족이 되어야 해.

나의 완벽한 가족이 되어서 원래 가족이 나에게 했던 모든 잘못을 다 없던 일로 만들어줘.

죗값을 대신 치러줘.

-죗값은 누구의 몫 中

천천히 알게 되었어.

이런 일을 겪지 않았던 사람으로 살 수는 없었어.

하지만 이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은 될 수 있었어.

그리고,

나는 너를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

나의 상처 때문에 타인에게도 상처를 입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

그러려면 나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부터 받아들여야 했어.

나 혼자만의 힘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고, 심지어 정신과 약만으로도 그 깊은 뿌리를 뽑아내는 게 불가능했어.

당연히 너에게 그 치유와 구원의 책임을 전부 전가하는 건 옳지 못했고.

감당은 나의 몫이었어. 그 곁에 네가 서 있을 뿐.

-나의 산, 나의 몸 中

나를 움직이는 오랜 관성보다 더 깊숙한 곳에는 '조건 없이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묶어둔 짐승처럼 꿈틀거렸어. 내가 개차반으로 굴어도 그 어떤 편견이나 판단 없이 사랑받고 싶었어. 왜, <어벤져스>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히어로는 그렇던데? 오만가지 기물을 파손하

고 재산권을 침해하고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사람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는커녕 환호해 주잖아. 나도 온 도시에 불을 지르고 집에 돌아와도 나를 꽉 안아줄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 심지어 내가 그 사람에게 불을 질러도 말이야.

-무조건 무조건이야 中

배우자를 만나서 결과적으로 마음이 넓어질 수도 있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아.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고, 때로는 내가 알던 세상 전부가 박살 나는 것 같이 폭력적이기도 해.

(...)

그래, 타인을 만나서 마음이 넓어진다는 건 바로 그런 거야.

마음이라는 흙덩이를 물레에 턱 하니 올려서, 지혜롭고 다정한 손길로 빚어서 넓혀주는 일 따위는 없어.

우리는 이미 몇 번의 소성을 거친 그릇이야. 무슨 모양으로 얼마나 담을 수 있는지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너라는 낯선 그릇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나를 부숴버렸어. 당연히 너도 부서졌고.

와장창-

내가 알던 내가, 네가 알던 네가 수많은 파편이 되어서 흩어졌어.

일부는 어디로 튀었는지 도무지 찾을 수도 없어.

박살이 났어.

박살이 난지라 지금도 여기저기 뾰족하지만,

가끔은 지금보다 더 모나고 거칠고 날카로웠던 내가 그립기도 해.

이런 식으로 마음이 넓어지고 싶지는 않았어.

내가 알던 나를 잃어버린다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잃어버린 파편 中

너를 혼인신고로 구원하려고 했던 나의 선택은,

완벽주의로 점철된 내 삶에 멋진 흠집을 냈어.

어떤 의미로는 완전히 경로를 이탈해 버렸어. 안정, 통제, 예측 가능성으로 무장했던 계획을 무참히 찢어버리고 타인이라는 혼돈 속에 나를 던져넣었지.

솔직히 늘 행복하지만은 않았지만, 또 지나고 나니까 가물가물해지네.

그러다 웃을 일이 생기면 또 한바탕 자지러지게 웃고.

너와 법적인 부부가 되든 되지 않든,

너와는 그런 시간을 아주 오랫동안 공유하고 싶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그때의 선택과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 볼게.

파편을 주워서 다시 붙이다 보면,

없으면 없는 대로 메우고 비워서 붙이다 보면,

때로는 너와 나의 파편을 맞바꾸어 서로의 구멍을 메꾸며 닮아가다 보면,

서로를 담을 수 있는 모양으로

이상하게 넓어진

그런 그릇은 될 수 있지 않을까?

-깨진 그릇, 이어 붙이기

<서지 정보>

제목: 가족을 갖고 싶다는 착각

저자: 연옥

분야: 에세이

쪽수: 144p

판형: 105*148mm

가격: 11,000원

제본형식: 무선 제본

발행일: 2024년 11월 15일

발행처: 제로페이퍼

ISBN: 979-11-978971-7-7

 

 

 
 
 
 
728x90
사업자 정보 표시
다시서점 | 김경현 |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동 301-13, 1층, 지하1층(공항동) | 사업자 등록번호 : 101-91-40768 | TEL : 070-4383-4869 | Mail : dasibookshop@nate.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 2016-서울용산-01124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