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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입고소식

찰칵- / 그런의미에서

by 다시서점터미널 2024.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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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찰칵-

빛 바랜 필름 사진, 지직 거리는 부모님의 결혼 비디오, 평생 잊혀지지 않을 풍경, 늘 어색한 웃음으로 찍는 증명사진. 순간을 영원히 기록할 수 있는 방법, 잊고 있던 기억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단서. 모두 이 소리와 함께 시작하였다.

 

소근소근은 소박하고 근사한 책을 의미하며,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다섯 작가의 수필을 담았다. 이번 문장은 '찰칵-'으로,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다섯 작가와 함께 했다. 문장도 ‘찰칵-‘이며 사진을 좋아하는 작가 다섯을 섭외한 만큼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줄 알았으나, 반전이 있었다. 카메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들려온 ‘찰칵-‘ 소리를 주제로 글을 썼다.

 

 

 

<목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_06

폐쇄병동으로의 유배 _22

아무도 오지 않도록 _36

호텔 _54

기록으로 기억되는 찰나의 이야기들 _77

 

 

 

 

<책 속으로>

 

방문을 열자마자 깨진 식탁 유리 위에 엎드려 있는 사람이 보였다. 부축해 침대에 눕히고 휴지에 물을 적셨다. 손목에 말라붙은 피를 닦아냈다. 방문을 닫고 나와 냉장고에서 잔멸치를 꺼냈다. 김을 잘게 부수고 싱크대에 있던 실온의 밥과 함께 뭉쳤다. 어린아이를 깨워 주먹밥을 만들어 먹고 학교에 갔다.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고무줄놀이를 했다. 웃고 떠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나 했을까. 그날 나는 단 한 방울도 울지 않았다. 울지 않은 것인지, 울지 못한 것인지. 혹은 울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던 모양인지 모를 일이다. 유리가 사라진 저녁 식탁에서 우리가 어떤 얼굴로 마주했는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_13p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병동. 이곳에 들어온 까닭은 기억나지만, 작은 독방에 며칠이나 갇히게 된 까닭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독방에 갇혀 며칠을 보냈다는 것뿐.

세상을 등지려 시도했고, 경찰들이 두세 번 정도 집에 찾아왔던 건 기억이 난다. 씻고 나가려는 내게 낯선 두 사람이 찾아와 보건복지부에서 나왔다고 했다. 가서 몇 가지 질문에만 답을 하면 된다 하여 길을 따라나섰다. 따라간 곳에는 앰뷸런스가 있었고, 앰뷸런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왜 죽으려고 했냐는 의사의 질문에 덤덤히 답을 했다. 의사는 내게 선고했다.

"병동에서 지내셔야겠네요."

_31p 「폐쇄병동으로의 유배」

 

첫 번째로 던진 것은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찍은 증명사진 5장과 사진관 이름이 박힌 금색의 종이봉투였다. 사진 속 얼굴은 제법 살집이 있는 것을 보니 3~4년 전에 찍은 사진 같았다. 30년 동안 내가 봐 온 강인하고 단단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건 언제 찍고 오셨대? 사진 엄청나게 잘 나오셨는데?"라며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나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할아버지는 큰 소리로 입을 뗐다.

"그거 내 영정 사진으로 써라."

_46p 「아무도 오지 않도록」

 

계절의 경계에서 봄이 목소리를 냅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존경이었고 배려였으며 경외(敬畏)였다고. 새순을 틔우는 나무들의 녹빛이 눈에 어룽대고 제법 따스한 바람이 살결에 와 닿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랑이라고 믿었던 겨울의 흔적이 흉터로 새겨집니다. 상처가 아물고 남은 자국이 현현(顯現)한 계절입니다.

_68p 「호텔」 중에서

 

자 이제 마지막 장면을 찍을 거예요. 마지막에는 우리 가게 앞에서 어머니 아버지 같이 계시는 모습을 찍을 건데요. 손 한번 잡아보시고요. 그동안의 세월을 잘 한번 떠올리시는 거예요. 좋은 일 나쁜 일 많았지만, 좋은 것만 한번 생각해 보셔요. 그리고 카메라를 보고 웃어보시는 거예요. 아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실 거라고 말하셨잖아요? 나는 건강하다 주문을 외워보시기도 하고 또 좋은 일만 생길거다 생각하시면서 웃어봐 주세요. 아, 참! 우리 손주들 생각해보세요. 그럼 더 잘 웃으실 수 있죠?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자식들 생각! 아셨죠? 지금부터 찍을 거예요. 딱 15초만 찍을게요. 여기 보시고. 하나, 둘, 셋.

_87p 「기록으로 기억되는 찰나의 이야기들」

 

 

 

 

<서지 정보>

 

저자 : 수진, 김현경, 박지현, 방멘, 하성주

출판사 : 그런 의미에서

출간일 : 2024.10.15

페이지 : 96p

판형 : 100*182

가격 : 10,000

ISBN : 979-11-93761-01-4

분류 : 시/에세이 > 에세이 > 한국 에세이

키워드 : 카메라, 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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