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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세계 타이피스트 시인선 6 / 변선우

by 다시서점터미널 2024.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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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변선우의 첫 번째 시집 『비세계』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6번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당시 김혜순 시인, 조강석 평론가로부터 “소재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힘과 다층적 사유를 전개하는 역량을 지닌 신인”이라는 평을 받은 시인은 지금껏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형이상학적 시의 영역을 다루며, 우리가 사는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다세계를 선명한 감각과 충만한 개성으로 선보인다.

 

이번 시집은 총 54편의 시와 1편의 산문으로 묶여 있다. ‘비세계’는 세계와 잇닿아 있는 세계, 세계의 “경계” 혹은 “표면” 너머에 있는 세계이다. “나는 이 세계의 경계에 당도하여, 문을 밀어 열듯, 선을 넘어 입장하였어요”라는 전언처럼, 시인은 세계의 무한한 확장을 위해 “비세계”와 “제정신세계”를 경유하며, 역동적이면서도 우리가 생각지 못한 무의식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유머와 역설로써 시인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 세계와 비세계와 제정신세계가 맞놓인 삼면경(三面鏡)을 볼 수 있다. 그 삼면경 속에서 변선우의 시는 찢어짐으로 정확해지며, “이탈한 유체처럼” 자발적으로 곤란을 맞이하면서도, 끝내 손톱을 세워 이 세계를 뜨겁게 껴안는다.

 

 

 

<저자 소개>

 

변선우

 

1993년 대전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하였다.

연구서로 『1990년대 한국 현대시의 의미』가 있다.

 

<시인의 말>

 

이토록 깨끗하게 펄럭이는 공간이라니.

 

구슬을 자아내 우연을 제작하는 순간이라니.

 

 

마치 무균실에 입장하는 검은 양이 되어

 

헐렁한 리듬이 되었다가, 잠들어 버린 밧줄이 되었다가,

 

빗발치는 종말이 되고 있다.

 

거울이 이글거리고 반복되는 세계가 있다.

 

2024년 10월

변선우

 

 

 

<목차>

 

1부 거리를 빚어 보세요 거리를 잊어 보세요

비세계 11/ 비세계 14/ 제정신세계 16/ 개시 18/ 비세계 19/ 유체들 22/ 제정신세계 24/ 나는 당신 안에 많습니다 26/ 사건과 순간 28/ 비세계30/ 오토와 마톤 35/ 비세계 38/비세계 40/제정신세계 42/ 어떤삽화3 43/ 제정신세계 46/ 식물의 말 48/ 제정신세계 50

 

2부 저건 꼬마였고 이건, 종이학이었다

유령 생물 무한 발광 55/ 딱딱한 연결 어지러운 마음 57/ 제정신세계 60/ 폭탄 마니아 64/ 태도들 67/ 폭탄 마니아 70/ 제정신세계 72/ 선두 74/ 복도 75/ 코 파기의 명수 76/ 어떤 삽화2 78/ 제정신세계 80/ 게슈탈트 82/ 지속 83/ 제정신세계 84/ 잡초와 산책의 방 86/ 시절인연 88/ 비세계 91

 

3부 앞뒤가 다른 사물은 좀 치사하다는 거야

비세계 99/ 용혈수 102/ 담벼락의 전개 104/ 제정신세계 107/ 회전문 108/ 비세계 110/ 자전하다 111/ 현대시작법 116/ 폭탄 마니아 121/ 폭탄 마니아 126/ 생활, 일기, 안녕, 건강 128/ 미스터리와 미저리 129/ S 131/ 나이트 크롤러 132/ 태몽 133/ 비세계 134/ 제정신세계 136/ 자화상 138

 

산문_비세계

 

 

 

 

 

 

<출판사 리뷰>

 

“나는 세계의 경계에 당도하여,

문을 밀어 열듯, 선을 넘어 입장하였어요.”

 

세계의 무한한 확장을 위해

비세계와 제정신세계를 경유하며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변선우의 첫 번째 시집『비세계』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6번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당시 김혜순 시인, 조강석 평론가로부터 “소재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힘과 다층적 사유를 전개하는 역량을 지닌 신인”이라는 평을 받은 시인은 지금껏 우리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형이상학적 시의 영역을 다루며, 우리가 사는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다세계를 선명한 감각과 충만한 개성으로 선보인다.

 

“나는 세계의 경계에 당도하여, 문을 밀어 열 듯, 선을 넘어 입장하였어요. 새하얀 세계, 금방 새카만 세계……, 새하얗기도 하고 새카맣기도 하는 세계가 펼쳐졌어요. 복판에 사람들이 있었어요. 살충제 마신 벌레들처럼 반지르르하게 널브러져 있었어요. 바라던 광경이었어요. 너무도 돌아왔어요.

―「비세계」 중에서

 

비세계의 주민들은 실신한 사람들이다. 의식의 저 아래, 혹은 무의식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자 신(神)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리고 시인은 비세계의 관찰자이자 증언자로서 존재한다. 비세계는 ‘나’와의 관계를 통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비세계에서 눈을 돌려 “나”를 관찰할 때, 혹은 비세계라는 거울에 비친 “나”를 볼 때, “제정신세계”의 풍경이 드러난다. 선을 넘어 입장하기 전의 세계, 나의 인식과 감정과 표상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가 제정신세계다. 세계와 비세계와 제정신세계를 맞놓으면, 세계에 대한 삼면경(三面鏡)을 얻게 된다.

 

육교를 건넜다. 대교를 건넜다. 나만 걷고 있었다.

잠시 백기를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었다. 백기는 때가 타 있었으며, 나는 가까운 천에 가 백기를 빨았다. 그러자 백기는 사라져 버렸다. 물에 풀어져 버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을 떠올렸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말을 떠올렸다.

―「제정신세계」 중에서

 

유머와 역설로서 그려내는

일인칭 자유연상에 의한 사실주의 부조리극

 

이 시집은 총 54편의 시와 1편의 산문으로 묶여 있다. ‘비세계’는 세계와 잇닿아 있는 세계, 세계의 “경계” 혹은 “표면” 너머에 있는 세계이다. “나는 이 세계의 경계에 당도하여, 문을 밀어 열 듯, 선을 넘어 입장하였어요”라는 전언처럼, 세계의 무한한 확장을 위해 비세계와 제정신세계를 경유하며, 무의식의 세계, 이데올로기가 설명하지 못하는 세계들을, 유머와 역설을 통해 11개의 다세계로 보여 준다.

 

나는 어제도 실패했고 오늘도 실패했으며, 내일도 실패할 예정이거든요. 그르친 일이 많거든요. 엎어진 일이 많아요. 내가 대신하여 엎질러졌어야 하는데, 몸은 늘 뒤늦거든요. 아닌 말로 기분이 앞서거든요.

―「딱딱한 연결 어지러운 마음」 중에서

 

입술을 오므린 내가 거울 속에 많아지자, 우리는 서로에게 실패를 말하기 위해 밀려온 느낌입니다.

―「게슈탈트」 중에서

 

“비세계란 세계의 부정어가 아니라 세계의 틈새를 벌리는 움직임의 이름”(김선오 시인)이며, 이 “균열”과 “확장” 속에서 변선우의 시는 역동적이면서도, 생각지 못한 무의식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변선우는 찢어짐으로서 정확해지며, “이탈한 유체처럼” 자발적으로 곤란을 맞이하면서도 폭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제 시인은 “비세계”와 “제정신세계” 사이를 가로지르며 우리를 향해 걸어온다.”(이기리 시인) 오랜 기다림 끝의 저 복도에서.

 

 

 

 

 

<본문 속으로>

 

나는 주인공처럼 군다.

그래서 이 삶이, 이 실패가 너무도 분하다.

―「제정신세계」 중에서

 

나는 실신을 경유하여 절벽에서 칠천 번의 추락을 감행하였으며, 그때 아버지의 얼굴에 이천오백 번째 침을 뱉고 있었거든요. 처음 보는 할머니가 느닷없이 나타나 나의 엉덩이에 매질하기 시작하기도 하였는데요, 벼락 맞은 박달나무로. 부지불식간에 나의 사지에 줄을 묶어 사방으로 당기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윽고 끊어지면서 알았어요. 독립을 느꼈어요.

―「비세계」 중에서

 

입술을 오므린 내가 거울 속에 많아지자, 우리는 서로에게 실패를 말하기 위해 밀려온 느낌입니다.

―「게슈탈트」 중에서

 

내가 너를 길렀다. 나는 주인이었으며, 너는 양육되는 개였으므로. 어미로부터 버림받은 너를 포육하며, 가령 짐승의 젖을 몰래 짜 먹이거나 짐승의 내장을 발라 먹이며 사랑과 다짐을 배웠으므로. 그리하여 나 또한 성장하였다는 사실을 너는 알까.

―「비세계」 중에서

 

 

육교를 건넜다. 대교를 건넜다. 나만 걷고 있었다. 잠시 백기를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었다. 백기는 때가 타 있었으며, 나는 가까운 천에 가 백기를 빨았다. 그러자 백기는 사라져 버렸다. 물에 풀어져 버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을 떠올렸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말을 떠올렸다.

―「제정신세계」 중에서

 

세상은 뒤집힌 실재인 거지. 실재는 뒤집힌 세상인 거고, 따라서 사건은 빈틈없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거고. 우리는 모두 어딘가로 흘러든다는 거지……. 앞뒤가 다른 사물은 좀 치사하다는 거야.

―「용혈수」 중에서

 

헌신할 대상을 상실한 인간들, 정확히는 폭탄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고 믿는 인간들은 무엇에도, 세계에도 연연하지 않게 된다. 이따금 물렁해지고 유연해진 폭탄에서 피가 새면, 그때라야 착각처럼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내 잊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생활이 터져 나오기도 하는 것이라고 믿으며

―「폭탄 마니아」 중에서

 

헤매고 있다 혹시 나의 육체를, 이름도 없이

―「나이트 크롤러」 중에서

 

메마른 꿈을 고백하면 모래가 지근지근 씹힌다 나는 일순간 백사장의 마음이었다가 이건, 꿈이 아닌가 몇 번이나 태어났으니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은가

―「태몽」 중에서

 

핀이 싫어. 못도 싫어. 가두고 자르는 거 싫어. 끊어진 계단을 오를래. 차라리 끊어진 거기가 될래. 있다가 사라지다 찰나가 될래. 나만 하는 사랑도 싫어. 둘이나 셋이 하는 사랑은 더 싫어. 담을 넘을래. 정지선을 침범할래. 저촉하거나 부정할래.

―「자화상」 중에서

 

 

 

 

 

<추천글>

 

6년 전, 시인이 세상을 향해 처음 공개적으로 외쳤던 발화를 기억한다. 자신을 “기나긴 몸짓”이라고 명명했던 말. 몸짓들이 자유로이 운동하는 모습을 읽으면서, 시란 조직을 연결하는 유기성을 끝없이 해체하려는 갈망으로 구성되는 세계가 아닐까 생각했다. 시집을 읽으면 저항 없이 ‘기관 없는 신체’ 개념이 떠오른다. 시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것이 분절되는 감각으로 이루어진다. 자주 무너지는 세계들이 출현한다. 세계의 복수성은 숱한 연결과 해체를 “반복”하고 “번복”하는 감각일 것이다. 육체를 헤매는 시는 유기체를 의심하진 않는다. 다만 “이윽고 끊어지면서” 잠시 “독립”을 느낀다. 또 시인은 ‘버리다’라는 말을 보조 동사로 줄곧 사용한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깨지는 것이 아니라 깨져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시는 완전한 종료를 선언한다. 사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종료를 겹겹이 두르면서 생활한다. 오늘 하루도 완전히 끝나듯. 그리하여 이제 시인은 “비세계”와 “제정신세계” 사이를 가로지르며 우리를 향해 걸어온다. 사이가 통로라면 다행이지만 폭탄이라면 중간에 터져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변선우는 폭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찢어져 버리는 감각으로 정확해지는 시인이다. 나는 이 시인을 오래 기다렸다. 복도 끝에서만 환해지는 빛 속에서. (이기리 시인)

 

 

영원 단위의 시간 안에서 사물들의 존재는 찰나의 사건이며 상태이지만 우리 앞에 도래한 사물들은 우리가 그것을 부르는 이름으로써 잠시 응고되고, 이렇게 응고된 대상은 그것이 영원하리라는 착각을 생산한다. 사물은 언어에 의해 소멸의 미래로부터 보호되지만 영원에게 언어는 자신을 깨뜨리는 균열이며 틈새다. 변선우의 시에서 ‘비세계’란 세계의 부정어가 아니라 세계의 틈새를 벌리는 움직임의 이름이다. 틈새는 세계의 내부이지만 외부로 간주되어 온 공간이다. 이곳을 넓히는 균열과 확장의 운동은 사물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며 흐르고 유동한다는 명제에 기인하는데, 변선우의 시에서 이 운동을 가능케 하는 동력은 ‘되다’라는 지속과 변화의 동사다. “쇠는 풀이 되고” “불은 병이 되”며, 닭들이 그리는 원은 “눈동자가 되고 있”는, 동사 ‘되다’의 역량을 거침없이 발산하는 시들은 대상들을 “자발적인 곤란” 속으로 던진다. 사물이 나를 먼저 시작하는 이곳에서 나와 사물들은 “삼십억 년” 동안 서로가 구별되지 않는 되어감의 흐름 안에, 무화되는 경계 위에 놓인다. 존재보다 운동이 앞서는 ‘비세계’에 던져진 유효한 질문을 곱씹어본다. “내가 회오리친다면 누가 그것을 볼 수 있을까?”(김선오 시인)

 

 

 

<서지 정보>

 

쪽수: 148p

판형: 120*190mm

가격: 12,000원

발행일: 2024년 10월 10일

발행처: 타이피스트

ISBN: 979-11-9818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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