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선택에 관해 이야기하는 주얼의 네 번째 소설집,
<책 소개>
상실과 부재를 마주한 순간 흐릿해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믿음과 선택에 관해 이야기하는 주얼의 네 번째 소설집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여름의 한가운데』,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으로 평범한 일상의 미묘한 순간을 감성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내었던 주얼이 신작 『당신의 판타지아』를 발표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작가의 이전 소설들과는 조금은 다른 결을 가진 환상적이고도 어두운 여섯 편의 소설(「당신의 판타지아」, 「경수의 다림질」, 「키클롭스」, 「이상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곰팡이」, 「순간을 믿어요」)이 수록되어 작가가 앞으로 펼쳐내고자 하는 새로운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여섯 편의 소설 속에서 인물들은 저마다 소중한 무언가를 이미 상실했거나, 상실한다. 그건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람(「당신의 판타지아」, 「경수의 다림질」)이거나, 신체 능력(「키클롭스」), 인간성(「이상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곰팡이」), 또는 뜨겁게 타올랐던 열정(「순간을 믿어요」) 등이다. 『당신의 판타지아』는 소중한 것의 상실과 이로 인해 발생한 부재의 자리를 인지한 인물들이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초현실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 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불안과 의심의 순간을 통과하면서 좌절하거나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이 세상에 유효한 용기와 온기를 전하는 믿음과 선택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되묻는다.
그동안 주얼의 서정적이고 애잔한 문학적 세계를 아끼고 응원해준 독자에게 이번 『당신의 판타지아』는 어쩌면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경함을 잠시 거두고 깊고 단단한 믿음을 바탕으로 펼쳐낸 작가의 새로운 세계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딘다면, 분명 선명하게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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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주얼
2020년 1월부터 독립서점 〈부비프〉의 글쓰기 모임을 통해 단편소설 창작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여름의 한가운데』,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을 발표하였다.
1인 출판사 〈이스트엔드〉를 설립하여 창작 활동과 출판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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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번에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에는 내가 지난하게 통과한 의심과 불안의 시간이, 그리고 끝내 도달한 믿음의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작들과 달리 다소 환상적이고, 다소 어둡기도 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눈앞에 마주한 의심의 순간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 세계를,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깊고 단단하게 믿는 것이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였다. 어떤 믿음은 끝내 좌절과 슬픔을 초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믿음은 분명 유효한 용기와 온기를 전해준다. 나의 믿음이 부디 나와 연결된 누군가에게, 그리고 이 세계에 작은 용기와 온기를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나의 희망이 독자들에게도 진실하게 가닿는다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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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당신의 판타지아_005
경수의 다림질_039
키클롭스_077
이상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_101
곰팡이_141
순간을 믿어요_173
작가의 말_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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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현실이든 환상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이 순간을 믿는 거예요.”
나를 향해 몸을 살며시 돌린 그녀가 우산을 바꿔 잡고 내 왼손 위에 살포시 자신의 오른손을 올려놓았다. 포근하고 다정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러면 당신의 이야기가 되니까.”
_「당신의 판타지아」, 34쪽
경수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다림질과 LP 음악, 그리고 밝은 햇살. 단지 이것만으로도 경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게 필요 없다고 했던 그때 경수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던 것일까. 얼마나 메마르고 황폐했던 것일까.
_「경수의 다림질」, 75쪽
현오는 이제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자신은 그저 끔찍하게 생긴 외눈박이 괴물일 뿐인 것을. 손바닥에 눈이 있는 이상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없고,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려 할수록 상처만 받는 삶. 그게 자신의 삶인 걸 알게 되었다.
_「키클롭스」, 99쪽
난 커다란 반창고가 붙어있는 내 왼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이제 의심이나 주저함은 없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막아야 한다. 그게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이유도 없는 일방적인 폭력과 희생이라면 더더욱.
_「이상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138쪽
정신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벽을 바라보던 유선은 어느 순간 압도적인 무력감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잠식하기 시작해, 이제는 없앨 수도 없고 가릴 수도 없는 곰팡이로 뒤덮인 삶. 그게 자신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_「곰팡이」, 172쪽
우리가 겪은 일은 모두 현실적으로는 불가해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힘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와 온기를 전해주었다. 그저 그 사실을 온전히 믿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거면 충분했다.
_「순간을 믿어요」,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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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현실이든 환상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이 순간을 믿는 거예요.”
불가해한 삶 속에서 밀려나고, 상실하고, 흔들리는 가운데
환상에 기대어 일어서는 이야기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여름의 한 가운데』,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으로 평범한 일상의 미묘한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던 소설가 주얼의 신작 『당신의 판타지아』가 출간되었다. 6편의 소설을 묶어낸 이번 소설집은 전작과 달리 환상적 요소를 차용해 현실이 아니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 사회의 면면을 비춘다.
특히 처음과 마지막에 실린 두 편의 소설(「당신의 판타지아」, 「순간을 믿어요」)은 각각 개별적인 주제를 담은 독립적인 소설로 존재하면서도, 같은 인물과 배경을 공유하는 연작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작가로 등장하는 주인공 ‘나’의 과거와 현재는 두 소설 안에서 연결되어 펼쳐지며, 두 소설 사이에 수록된 네 편의 소설은 주인공 ‘나’가 ‘소설 안에서 쓴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류의 세계에 편입되지 못하고 밀려난 사람들
『당신의 판타지아』 속 인물들은 선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들이 딛고 선 땅은 허공이고, 따라서 매달릴 곳이 필요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 발견한 곳에 밧줄을 건다. 할 수 있는 만큼 단단한 매듭을 짓고 버틴다. 견딘다. 선이 새롭게 다시 그어지거나, 자신이 선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을 때까지. 그래서 몸에 묶인 밧줄을 풀고 두 발로 편안히 땅을 밟을 수 있을 때까지.
「당신의 판타지아」에서 ‘나’의 소설에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친구 ‘K’는 어릴 적 각종 백일장에서 1등을 놓친 적 없는 수재였다. 당연하다는 듯 국문과에 진학하고 작가를 꿈꾸지만, 삶은 그를 문학에서 멀찍이 떨어뜨려 놓는다. 되려 ‘나’가 예기치 않게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가 된다. 이제 ‘나’에게 소설은 삶의 일부가 되었지만, 반면 ‘K’의 삶에서 소설은 저만치 멀어져 있다. ‘K’는 술에 자신을 묶고 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버둥거린다.
「경수의 다림질」 속 ‘경수’와 ‘나’는 “더 나아질 가능성”을 찾아 지방에서 서울로 온 취업준비생이다. 대기업 입사를 희망하지만, 학력도 스펙도 변변찮다. 그들에게 한 뼘 햇볕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 아니라, 즉각적인 ‘비용’이고 ‘지출’이다. 동거를 택하는 두 사람의 결정 뒤에는 ‘사랑’보다 ‘주거비용 절감’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 크게 자리하고, 따라서 사랑이 끝나도 동거는 끝나지 않는다.
그밖에도 타인과는 다른 방식의 시력을 새로 얻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 시각장애인 ‘현오’(「키클롭스」), 비인간 동물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한 폭력에 노출되는 무수한 존재들(「이상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그리고 어릴 적 끔찍했던 기억과 가족과의 갈등 때문에 집안의 청결과 아기에 집착하는 ‘유선’(「곰팡이」)의 세계 등이 차례대로 펼쳐진다.
환상으로 현실을 말하기
이 책의 뼈대를 이루는 두 편의 소설 「당신의 판타지아」와 「순간을 믿어요」의 ‘나’는 취미로 글쓰기 모임에 나가 소설을 쓰다가 독립출판을 하고, 뒤이어 연달아 몇 권의 책을 내면서 소설가가 되는 인물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 한 사람의 소설가가 태어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 ‘나’를 삶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 하는 인물 ‘K’와 ‘유이’는 현실과 환상을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무엇이 현실이고 환상인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않을 것인지 질문하고 택하게 한다.
이 소설에서 환상은 다양하게 변주된다. 「당신의 판타지아」와 「경수의 다림질」에서는 유령의 모습으로, 「키클롭스」에서는 손바닥에 생긴 눈으로, 「이상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에서는 말하는 고양이로, 「곰팡이」에서는 꿈속의 무의식과 온 집안을 뒤덮은 곰팡이로 펼쳐진다.
환상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로 보이는 현상’,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생각’이다. 그러나 불가해한 삶 속에서는 사실이 아닌 것이 때로 사실이 되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생각 또한 현실이 되기도 한다. 그런 현실은 환상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소설에서 환상은 언어의 빈 곳을 메우는 장치가 된다.
소설 안의 소설
이 책의 중간에 실린 네 편의 소설(「경수의 다림질」, 「키클롭스」, 「이상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곰팡이」)은 처음과 끝에 실린 소설의 액자소설이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당신의 판타지아」와 「순간을 믿어요」 속의 소설가 ‘나’가 쓴 소설이 바로 그 네 편이라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소설 안의 소설은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가 창조한 세계로 읽을 수도 있고, 완전히 독립적인 하나의 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전자의 방식으로 읽기를 택한다면 독자 스스로가 또 다른 ‘K’가 된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생을 붙들고, 이야기의 다음 페이지, 삶의 다음 페이지를 펼치고 싶어질 것이다. 후자의 방식으로 읽는다면, 환상을 통해 선명해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주얼 작가는 환상을 통해 죽음을 애도하고, 상실을 어루만진다. 정상성에 기반한 경계짓기와 구별하기가 어떻게 한 개인을 파괴하는지, 우리가 얼마나 인간만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얼마나 철저히 자기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아가고 있는지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환상이 가진 최고의 미덕은 각자의 건조한 삶에 물기를 부여하는 것임을 잊지 않는다.
현실이든 환상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믿는 것이다.
깊고 단단하게 믿는다면 그건 분명, 선명한 나의 이야기가 된다.
_「당신의 판타지아」 36쪽
누구에게나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있고, 현실의 간극 속에서 피어나는 환상이 있다. 소설은 말한다. 현실이든 환상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건 믿는 거라고. 그렇게 믿음을 다져갈 때, 이야기는 완전하고 확실하게 나의 것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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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제목: 당신의 판타지아
저자: 주얼
발행일: 2024년 6월 25일
발행처: 이스트엔드
분야: 소설
쪽수: 228p
판형: 125*200mm
가격: 13,000원
ISBN: 979-11-97746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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