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삶은 의도만큼 의도하지 않은 행위들로 결정되는 것일까. 28세의 젊은 미술평론가 자크 베르디에가 자기 삶을 반추한다. 타인의 죽음을 부르는 불길한 삶. 불의의 사고들. 누구를 해치려는 사악한 의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형언할 수 없는 부주의와 사소한 허영이 있었을 뿐. 자신의 책임을 집요하게 되물으며 그늘 속을 배회하는 청년은 자기 운명이 죽음을 부르는 숙명에 내몰렸음을 깨닫는다. 그가 애절하게 갈구했던 사랑마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자, 그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는다.
그림자의 화가 펠릭스 발로통 예술의 불가사의한 마법을 푸는 열쇠.
일상의 신비와 불안을 그려낸 화가 펠릭스 발로통의 자전적 소설.
우리 내면에 깃든 조리 없는 어둠에 색깔과 형체를 부여하는 발로통의 터치는 무해한 일상조차 불안으로 장식하며 우리의 욕망과 탐욕, 위선을 조명한다. 발로통 예술의 불가사의한 마법을 푸는 열쇠를 이 자전적 소설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나이 42세에 쓴 이 소설은 1925년 6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공개되었고 곧바로 모두의 기억에서 잊혔지만, 발로통 세계로 들어가려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나침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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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펠릭스 발로통 Félix Valloton (1865-1925)
스위스 로잔 태생의 프랑스 화가.
부르주아 가정의 실내와 풍경, 누드, 초상, 정물을 강렬한 색조와 평면성, 굵은 선을 사용해 상징적이고 장식적인 스타일로 담아냈다. 사실적 표현과 시각적 아름다움보다는 작가의 사유를 화면에 담아내려 했다. 일찍이 홀바인과 앵그르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으며, 피에르 보나르, 에두아르 부이야르 등과 함께 인상주의와 고답적인 화풍에서 벗어나 상징주의와 추상 미술 등 현대 회화로의 전환을 이끈 나비파(Les Nabis)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현대 목판화의 발전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그림 속 상황과 인물은 아름답지도 숭고하지도 않다. 일상의 은밀한 사생활이 블랙 유머와 농담으로 펼쳐지며, 삶이 우스꽝스러운 비극이라는 암시로 가득하다. 그는 1,700여 점의 그림과 200여 점의 판화, 수백 편의 삽화, 두 개의 조각상, 다수의 평론과 몇 편의 희곡, 세 편의 소설을 남겼다.
“펠릭스 발로통은 불길한 의미로 통용되는 "이념론자"가 아니며, 일반적으로 무기력하고 허영심 많은 어리석은 자들이 흔히 그렇듯 이론들 속에서 영혼을 고갈시키지 않는다.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비관적이다. 그러나 이 비관주의는 공격적이지도 않고 독단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 이 정의로운 남자는 최선의 상황에서도 낙관적인 기대로 자신을 속이지 않으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비관적이길 원치 않는다. 그는 매 순간 솔직함과 진실을 추구한다.”
-옥타브 미르보, 1910년 1월 10일에서 22일까지 파리 드루에 갤러리에서 열린 발로통 전시회 카탈로그의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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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김영신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을 좋아한다. 잊힌 소설들을 찾아 번역하는 재미를 얻어가고 있다. 매번 좀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피에르 루이스의 소설 <욕망의 모호한 대상>, 동성애 혐오의 역사를 다룬 <호모포비>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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