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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입고소식

알레고리 블루 / 임영훈

by 다시서점터미널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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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타인에게서 전력질주로 도망친 내가 도착한 곳은 나르시시즘이라는 동굴이었다.

그 동굴은 배달음식 플라스틱 용기의 새하얀 빛과 치킨을 시키면 오는 맛소금으로 가득했다.

동굴의 내부는 거울로 이루어졌고, 거울을 보면 거울마다 신이 있었다.

나는 동굴 속에서 세계를 마음껏 비웃을 수 있었으나 거울 앞에서 웃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동굴에서 9년간 계속해서 자폐적인 방식으로 자라난 나의 우울이

몸통이라는 동굴 내부 벽면에 그린 낙서를 우울의 붓기가 빠진 현재 종이 위 글자로 옮기고 다듬었다.

자기자신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한 인간이 자기자신이라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며,

부조리한 아픔인 우울에 반쯤 침몰된 나르시시즘이라는 난파선의 항해일지다.

알레고리 블루는 9년짜리 우울의 휘파람이다.

 

 

https://smartstore.naver.com/dasibookshop/products/6188326576

 

알레고리 블루 / 임영훈 / 다시서점 독립출판물 : 다시서점

[다시서점] 글자속꽃밭 다시서점 - SINCE 2014.05.18 @강서구 공항동 - 독립출판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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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임영훈

 

 

 

 

<목차>

 

천박함과 외로움

산책

안티로망

끝 없는 물결

부여에서 온 그는

내안의 독재자

경주의 밤

그늘

낭만은 위선이 된다

비오는 날 이케아

말이라는 거짓말

오리배

웨어아유프롬

꿈장냉

스타벅스

목요일 오후 기차

불티

페르소나

오후 두시에 우울이 죽어있는

GENERIQUE

밤과 새벽 사이

심연

구식블루

돈 콜미

편지

편지

편지

택배

이상한사람

 

 

 

 

 

<책 속으로>

 

 

형님이 내일 사망하시면 좋겠어요.

세계 최초로 정신을 스스로의 힘만으로 터뜨린 사람이 될 테니까요.

물론 비공식이지만, 우리는 비주류 아닙니까?

 

형님께서는 영원히 살게 되었습니다

원자로 이루어진 세계에서는 완전히 실패했지만

코드로 이루어진 세계에서는 실패까지는 아니에요

누가 형님을 3.6mb 짜리 데이터로 옮겨놓겠어요?

 

이제부터 잘 들으세요

모니터 안쪽 깊은 네트워크에서

천국이라면 자유도 높은 스토리 모드구요

지옥이라면 캐시를 벌어서 다시 세계에 참여해야 하는

자유라는 이름의 감옥일 텐데요

제가 캐시는 없구요

대신 짧은 스토리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

마이너스가 아니면 아무것도 플러스할 수가 없는,

부채로 돌아가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한 이야긴데요

- 『60.08.15 부여에서 온 그는』에서

 

 

가로등 불빛 없는 집 앞 나무의자에 앉아 저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을까?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지도 몰라.

생각은 언제나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거니까 생각은 언제나 낡은 것일 수밖에 없고,

할아버지들은 더 이상 낡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조수석에 커피 스토리라고 적힌 아반떼에서 다방 아가씨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중얼중얼 운전수는

담배에 불 붙이려 숙인 고개 들지도 않고 그대로 계속 담배 피우다 우리랑 눈 마주쳐

너는 이 고장의 장면들 모두 귀엽다고.

항구 다방, 커피 스토리, OK반점 앞 힘 없이 늘어진 강아지 숨소리, 나무의자에 어둠처럼 묻어있는 노인,

항구의 비린내, 손 잡은 아저씨 아줌마, 소주방에 앉아 심각한 청년 셋, 비틀거리다 운전석에 들어가 잠든 아저씨,

다른 아저씨 손 잡은 아줌마 사라진 주택 베란다 화분 위 검은 잎, 커피 스토리 아반떼 원룸 건물 사이로 멀어져

고요한 항구, 요즘도 어딘가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지는 않느냐고 물어보려다

항구의 잔잔한 우울에 들떠 나는 이런 구식 우울감이 좋아, 단순하고 깨끗한

- 『구식블루』에서

 

지우개로 밀면 사라질 글자들 위에서 오후 세시.

냉장고의 뒤통수에 내려앉은 먼지 같은 슬픔, 슬픔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슬프다.

눈물을 흘리는 건 뉴런들의 업무일 뿐이고, 냉장실에서 성실하게 썩어가는 결국 모두 버려야 할 몇 가지 감정들.

냉동실로 옮겨보지만 해동하면 미묘하게 변질된, 그래서 또 버려야 하는 이미 기억이 된 감정들.

썩은 양파에서는 뭔가 자라기 시작하고, 썩은 두부는 말이 없고, 이미 죽기로 약속된 달걀이 죽어간다.

잠든 노인의 숨결처럼 은은한 냉장고 팬의 소음, 오후의 음성, 슬픔이 평화롭게 내려앉는 초등학교 정문 앞 호각소리.

- 『꿈의 장소로서 냉장고』에서

 

그와 저는 서로를 응원하고 존중했지만 미세하게나마 p가 저보다 조금 더 우위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에게 그를 관통하는 말을 해줄 수 없었지만, 그는 저를 관통하는 말 또는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는 분명했고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저보다 조금의 우위를 가진다는 사실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 『이상한 사람』에서

 

우리는 맥주와 과자가 담긴 검은 봉지를 들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어깨를 스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밤에 술을 마시면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 혼자 미친 것 같지만,

낮에 술을 마시면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미친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그는 조금 비틀거리며 습관처럼 침을 세게 뱉었습니다.

그러나 커다란 소리에 비해 그가 뱉은 침은 그의 보폭만큼도 날아가지 못하고 땅에 처박혔습니다.

저는 그에게 무언가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아무 말 없이 그의 걸음 속도에 맞춰 걸었습니다.

- 『이상한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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