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도 몰라주는 일을 합니다.”
지퍼를 목 위까지 올린 운동복 차림, 주머니에 찔러 넣은 양손, 한껏 움츠린 어깨. 화장도 하지 않은 민낯. 누구든 이런 저자의 모습을 보면, 그녀를 학생이나 백수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래 봬도 전문직! 치과기공사다.
낯설게 느껴질지 몰라도, 사실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직업, 치과기공사. 치과기공사는 치아보철물 또는 교정장치 등을 제작하거나 수리, 가공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건 아마도, 치과기공사들은 간판도 없는 기공소에서, 외부인과는 어떠한 접촉 없이 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명함도 없이 일합니다>에는 저자가 치과기공사로 살아가며 겪은 ‘웃픈’ 에피소드를 담겨있다. 저자의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냉혹한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책 속으로>
첫 문장 “김태희처럼 해주세요”
일이라는 게 참 희한하지 않은가. 하는 만큼 줄어야 하는데 할수록 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부자가 되어 있다.
나는 그냥 알부자가 되고 싶었을 뿐, 일부자나 책상 부자는 되고 싶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하늘에 계신 조상님께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빌 때,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빌었어야 했나 보다. -p.58
누군가는 말했다.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뒤로 물러서는 것이 답일 때가 있다고.
생계유지라는 숙제가 주어진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나 이상 실현을 위한 꿈꾸기가 아니었다. 그저 한 발짝 물러나, 다시 뒤를 돌아 달려갈 줄 아는 용기, 그뿐이었다. -p148
나에겐 그저 일거리라고 생각했던 이 작은 보철물들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삶의 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저 잘 먹고 잘 살려고 이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온 나의 일이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 따위는 그저 우주 먼지에 불과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도 이 사회에 아주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 있었던 건 아닐까... -p.166
<저자 소개>
지민채
치아보철물을 제작하는 치과기공사. 한때는 꿈많던 소녀였지만,
오로지 안정된 삶을 위해 전문직을 택했다.
그러나 전문직으로 살아도 안정적이긴커녕 자꾸만 흔들리고 균열이 생기는 인생.
그런 삶을 살며, 보고 듣고 겪고 느낀 것들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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