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오는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나의 서점에 온 걸 환영해, 연진아.'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서점이 될 거거든. 연진아.'
'난 니가 시를 읽는 이 순간이 아주 길었으면 좋겠거든. 우리 같이 천천히 다시 읽어 보자,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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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드라마 '더 글로리'를 정주행 했습니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천천히 복수하는 이야기입니다. 한 번도 행복한 적 없던 문동은이 가해자들을 불행하게 하는, 빚을 갚는 드라마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단죄를 보긴 어렵습니다.
사실 학교 폭력은 아이들만이 가해자가 아닙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어른들이 외면하고 회피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윤리와 질서를 우습게 여기고 잘못된 힘을 휘두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실상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회에 나오면 다른 방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갑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해자가 됩니다.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꿈꾸는 것을 대변하곤 하지요. 그만큼 우리는 "왜 그랬느냐"라는 질문을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두환 시대였다면 네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 따위 가사가 나오는 이유도, 엉터리 문장으로 이루어진 가사는 차치하고 그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른들이 외면하고 회피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 '돈만 벌면 됐지' 같은 말들이 쌓여갑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저는 하나도 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서점이 더 오래, 더 많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시서점,
오늘도 열려있습니다.
#다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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