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와 작가분들이 책을 보내주실 때 종종 아쉬움을 느낍니다. 상자에 책만 휙 넣어서 보내시는 바람에 판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이 되어 도착하는 경우가 빈번하거든요. 이럴 때는 팔으라고 던져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닐 사용이 불편하다면 신문지 등으로 빈 공간을 채워주시면 손상없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대놓고 이야기 하지 않는 건 언젠가 어떤 분이 그것도 상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추어 일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언박싱 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박스 안에 내용물이 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잠들기 전 읽은 기사를 보다가 MZ라는 말로 세대를 나눈 한국 사회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청년 세대를 MZ라는 상자에 가둬놓았다면 청년들이 다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안전망은 있는 걸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MZ의 특성이 어쩌구 저쩌구 이전에 청년 세대가 그런 사고를 하게 만든 건 그만큼 사회 안전망이 촘촘하지 못하고 얇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밤늦도록 야근을 하다 집으로 갔습니다. 10년 동안 했던 일들을 정리하는데 돈 안 받고 해줬던 일들을 빼고 나니 괜시리 경력이 초라해보였습니다. 그때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라고 다독이며 했던 일인데 정작 남은 건 빚이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사실 남 좋은 거였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어린 세대들이 종종 돈만 쫒는 사람들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이해됩니다. TV에 나온 사람이면 그 사람이 헛짓을 하고 다니고 비윤리적이어도 박수를 치고, 신문에 기고하는 사람이면 비이성적인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고개를 끄덕이는 사회니까요. 타인을 배려할수록 자신이 죽어가는 사회니까요. 그래서 책을 막 보내시는 제작자들도 이해가 됩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전 정권의 슬로건이 무색한 요즘. 감투가 필요한 사람들은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목숨을 거는 사람들 앞에 빈 상자를 던져주는 건 어떤 의미인지요. 혹 조조가 순욱에게 빈 찬합을 던져주는 것과 같은 의미인지요.
다시서점,
책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오늘도 열두 시부터 열려있습니다.
'다시서점 > 다시서점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어른은 절대 없습니다 (1) | 2024.02.27 |
---|---|
다시서점 홈페이지 리뉴얼 2023 - 1월 내내 다시서점 홈페이지를 뜯어 고쳤습니다. (0) | 2024.02.27 |
'여기까지 오는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나의 서점에 온 걸 환영해, 연진아.' (1) | 2024.02.27 |
다시서점 특별판5 (1) | 2024.02.27 |
다시서점 특별판 4 (0) | 2024.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