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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입고소식

인생이 거지 같은 사건들로 채워진 이유 (청춘문고 020) / 남연오 소설 / 디자인이음

by 다시서점터미널 2024.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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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인생이 거지 같은 사건들로 채워진 이유 (청춘문고 020)

정가 6,000원

사이즈 105*150

페이지 224

제본형태 무선제본

분류 문학/소설

지은이 남연오

출판사 디자인이음

출판년월일 2019년 4월 3일

ISBN 979-11-88694-45-7 04800

978-89-94796-85-7 (SET)

 


책 소개 : 남연오 『인생이 거지 같은 사건들로 채워진 이유』

 

독립출판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을 문고판으로 재현한 《청춘문고》 시즌3.

『인생이 거지 같은 사건들로 채워진 이유』는 우울증과 이를 겪는 평범한 회사원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연오는 성격의 문제가 있는 상사 밑에서 극심한 고통을 받으며 회사생활을 한다. 늘 차가웠던 엄마와의 관계, 친구한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 극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상담을 받고 도자기도 배우고 독서클럽에도 나가게 된다. 바닥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연오의 마음들, 또 가족과 친구, 상담사, 북클럽 멤버들과의 관계들이 일상적이고 진솔하기에 보는 이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출판사 서평

 

작가와의 짧은 서면 인터뷰 -

 

* 『인생이 거지 같은 사건들로 채워진 이유』는 소설의 형식으로 우울증을 다뤘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 낯설고 환영 받지 못하는 불청객을 친구로 받아들이기까지의 발걸음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1인칭 그대로 담아내는 것보다는 3인칭으로 타자화하는 것이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나, 이 부분만은 꼭 신경썼으면 좋겠다 하는 점들이 있나요?

- 우울증은 의지로 나을 수 있는 병이라는 인식이 가장 불편합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에게 뛰어보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조금 더 힘을 내서 우울증을 이겨내라는 말을 들을 때 괴롭습니다.

 

* 실제 경험과 그것을 글로 쓰는 데에는 어떤 차이와 연관이 있을까요?

- 가능한 한 경험과 글을 일치시켜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인생 언젠가 그때 그 시점을 돌아보려고 할 때 사진처럼 그 시절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했어요. 이제와 다시 읽어보면 그 당시의 감정이 스스로 놀라워요. 힘들었던 그 시절을 잘 견뎌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대견합니다.

 

* 책을 쓰기 전과 후의 차이가 있나요?

- 책을 쓰기 전에는 참 외로웠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주변 사람들을 알지도 못했고, 이해해줄 만한 사람을 찾지도 못했어요. 책을 쓴 이후에는 여러가지 기회로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뵐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 글쓰기의 치유 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모든 날숨이 울음이 될 때, 글을 시작하곤 합니다. 글에 감정이 피어날수록 제 마음은 잠잠해져요. 글은 나를 표현할 때 한 번, 그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또 한 번, 치유의 마법을 부린다고 생각합니다.

 

* 책을 보고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 아직은 우울증이 사람들에게 어려운 주제인지, 여럿은 침묵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놀라워하면서도 침착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어쨌든 시간은 조용하게 흘러갔습니다.

 

* 책에서도 서점이 소중한 공간으로 묘사되는데요, 작가님께 서점은 어떤 의미인가요.

- 얼마 전에 포르투갈에 있는 렐루서점을 간 적이 있어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의 책들이 가득한 공간에서도 저는 안전함을 느끼더라구요. 서점은 참 불안정한 제게 안정을 선물하는 공간인 것 같아요.

 

* 앞으로의 활동을 여쭤봐도 될까요.

- 새로운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좋은 글로 인사드리기 위해 노력할게요.

 

저자소개 : 남연오

 

“본 환자는 우울증으로 본원에서 외래 치료 유지 중임. 환자는 최근 우울증상이 악화되어 정신적 심리적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이며, 휴직 등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됨. 현재 상태로 볼 때 향후 6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됨.”

 

책 속으로

 

9p

연오는 짧게 대답했다. 요즘의 일상에서 하나 즐거운 일. 보통은 좋지 않은 일을 상담하러 온다는데, 왜인지 그러면 너무 침통할 것 같다. 죽을 만큼 힘든 하루하루도 아닌데, 대뜸 힘든 이야기부터 꺼내면 엄살 같기도 하고 꾀병인가 싶기도 하고. 일단은 좋은 일을 말해야 그래도 조금은 일상이 평온하다고 스스로도 믿을 것 같다, 고 연오는 생각했다.

18p

원래 연오는 말이 느린 편이 아니었다. 상담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 앞에서만 느렸다. 꿰뚫어보이는 느낌이 영 좋지 않아서, 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 뭔지 잘 가늠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노아 앞에서는 자신이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겨웠다. 또 자기 이야기만 빙글빙글 계속 쏟아내겠구나, 생각하고 그 부정적인 에너지를 최대한 덜 흡수하기 위해 느리게 대답하며 대화의 속도를 스스로 조금씩 조절했다. 최대한 생각을 줄이고 노아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그 불평불만을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꼭 헤어질 시간을 정해 놓고 만나야 마음이 편했다. ‘나라고 불평불만이 없는 줄 아나? 자기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다가도, 들려오는 노아의 목소리 사이에서 제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야… 이런 이야기를 할 사람이 달리 없어서 그렇겠지. 더 괴로운 나한테 징징대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것뿐이야.

 

30p

문제는 일할 때였다. 실존하는 사람을 마주하고 있을 때는 쉽게 위장되는 증상들이 모니터만 마주하면 돌아왔다. 사람을 상대하지 않으면 ‘나는 혼자라 너무 힘들다’고 외치는 뇌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서 이명과 싸우던 어느 날 ‘죽을 것 같다’는 말만 내뱉으며 진호에게 돌연 휴직계를 내겠다고 했다. ‘죽을 것 같다’는 게 대체 뭐냐는 질문에는 명확히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죽을 것 같은 느낌 그 자체인데,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증상에 대한 설명과 함께 “죽을 것 같은, 그런 예상이 돼.”라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132p

연오는 처음 병원을 찾아간 날을 떠올렸다. 처음으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출근길에 갑자기 미칠 듯이 불안하고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가 덮쳤을 때,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정말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출근도장만 찍고 바로 조퇴한 날이었다. 그 전까지 눈과 관련된 기억은 아름다운 시간들뿐이었다. 새벽에 눈 냄새를 맡고 뛰어나가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처음으로 사뿐사뿐 조심스레 밟고 다시 돌아갈 때는 똑같이 그 발모양에 맞춰가며 뒷걸음친 기억, 눈에 산란된 빛에 의해 하늘 가득 분홍색, 보라색이 가득한 광경을 목이 꺾어지게 쳐다본 겨울밤의 기억. 연오는 혼자였지만 눈이 내리면 이상하게 혼자가 아닌 느낌이 들었다. 옆에 같이 있지는 않지만 분명 이 세상에 자신과 비슷하게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을 거란 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병원을 찾아간 그날,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서 혼자 병원을 향해 조금씩 가까워질 때는 자신이 사람들과 같은 감정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발끝이 차가워서 조금이라도 더 빠른 버스를 타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다가올 한 시간이 자신의 삶을 다르게 정의해버릴 것 같았고, 토할 것 같았고, 도망가고 싶었는데 무엇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건지도 알 수 없었다.

 

160p

사람들은 연오가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길 원하면서, 어차피 도피하지 못할 문제면 그냥 빨리 받아들이라고 충고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연오의 대나무숲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 편이 단 한 명만 있으면 됐는데, 사람들은 외면했다. 끝까지 손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나보다 먼저 지쳐서 나를 떠나갔다. 그런데 그냥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욕하며 풀라고? 직접 와서 해봐라,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우는 가슴에 말뚝박듯 말하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었다.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들마저 이해하지 못하고 등 돌리는 고통, 그 망연한 고통을 왜 나에게 주었느냐고, 회사에서 내가 그토록 잘못한 일이 무엇이기에 나에게 이런 벌을 주었느냐고.

 

 

목차

 

남연오란

신세 한탄

진호와

책방, 주인공

약이라니, 연오야

아프고 아픈 이름

아주 보편적인 지옥

성악설의 선구자

종두득두

샛길

지름길

죽음은 급살이 제일이라

3 대 1

토끼의 출현

남자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어

자조 모임

지금 여기 내가 정면

촉감놀이

급커브길

과속방지턱을 조심하세요

연오의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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