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낱장의 숲을 지나, 여백의 강을 건너,
나는 너라는 문장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렇게. 아름답던 코스모스를 기억하고자,
사랑을 노래하듯이, 모든 꽃이 시들어 버린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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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순간의 이미지를 붙잡아 적어둔
이 짧은 글은 '글'이 아니라 '길'일지도 모른다.
발목까지 잠긴 슬픔의 광경을 지나고 나면
그가 그토록 보여주고 싶어 했던 꽃밭 에 다다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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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정맑음
너에게 주고 싶던 모든 것을 적어 두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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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을 기리는 긴 시간 동안 찢었던 편지 조각을 다시 이어붙였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도 아니었고, 끝난 이별을 되돌리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잃어버린 이정표를 과거에 남겨두고 온 탓에 손끝으로 말의 표 면을 더듬어야만 했다.
눈을 감아도 찰나의 순간이 장 편영화처럼 상영될 수 있도록,
눈을 뜨면 내일이었던 오늘을 홀로 맞이할 수 있도록.
누군가 쓸 수 없을 거 라던 짧은 글에 온몸이 젖은 채, 그렇게.
나는 너라는 문장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뒷표지 글>
본문 일부
그때 잡지 못했던 당신의 손이 나를 붙잡고 놓지 않는다. 높이 나는 새가 나를 비웃는다. 아직도 바람이 불고 나는 공항 벤치 에 앉아있다. 떠나지도, 떠오르지도 못하는 하루. 마음 무거운 철새는 어디로 가야할까. 허공을 붙잡아 본다. 아무 것도 없는, 당신 없는 먼 허공.
입 속의 금귤 씨를 혀로 굴려본다. 과육이 휩쓸고 간 작은 우주에서 자전도 공전도 않는 씨앗을. 그리고 또 한 알의 금귤로 맛보는 황홀한 빅뱅.
어젯밤 꿈에서는 당신의 청첩장을 받았다. 다시 꿈을 꾸지 않으면 그 결혼식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젯밤 꿈에서는 ‘꽃을 살 돈이 없어, 그녀의 손을 잡고 꽃밭으로 달려갔다’는 사내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을 기억하는 것보다 처음을 떠올리는 게 더 쉬워. 마지막이 너무 어려웠던 탓이었을까. 마지막 날도 처음 만난 그날도 하늘은 너무 시퍼래서 가을은 참 서늘한 계절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한때는 상쾌한 기분을 느꼈던 가을이 날카로운 칼처럼 느껴져. 그만큼 너에게 많이 베었던 걸까. 함께한 날들에 물들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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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1쇄 인쇄 2018년 5월 01일
초판 1쇄 발행 2018년 5월 15일
지은이 정맑음
펴낸곳 다시서점
편집 디자인 김선영
인쇄 삼원기획
판형 125x182mm
ISBN 979-11-961549-2-9 03810
다시서점, 2018, Printed in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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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넨 용지 사용으로 인하여 표지의 색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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