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것> 미리보기 ✨
언어의 감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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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도 성경을 인용합니다. 성경을 읽으셨거나 베니스의 상인을 읽은 분이라면 어떤 부분을 말하는지 아시겠지요. 우리는 어떤 문장을 인용할 때 그 문장이 쓰인 의도와 그 맥락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말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내포한 더 넓은 세계를 만나기 위해서는 합리화나 목적성을 지닌 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언어 체계 위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좁은 범위인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에 새로운 뜻을 부여하는 것과 단어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다릅니다. 이 분별없이 어물쩍 세상을 탐미하는 듯한 태도는 사실 ‘탐닉’이 더 어울리는 듯합니다. ‘바람이 나를 위해 불었다.’라는 문장은 나관중의 삼국지 같은 곳에서나 쓰일 법합니다. 바람은 그 누구를 위하여 불지 않고 그저 불 뿐이지요.
그러나 이 문장이 맥락을 가지면 조금 달라집니다. ‘오늘은 무척 울었다. 그리고 그 위로, 바람이 나를 위해 불었다.’와 ‘바람이 나를 위해 불었다’는 다르지요. 허무맹랑한 문장에서 작은 서사와 서정이 생겼습니다. 이야기를 더 만들어 볼까요. ‘어제는 악마가 성경을인용하며 나를 꾀었고, 오늘은 무척 울었다. 그리고 그 위로, 바람이 나를 위해 불었다. 오늘은 바람도 울었다.’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요. 세상에 수많은 글쓰기 책이 탄생했지만 단지 쓰는 것만이 좋은 것일까요. 우리는 단지 사건만을 나열하는 책에 공감하기도 하고, 이미 어디선가 보았던 익숙한 느낌의 책을 좋은 책이라 혼동하기도 합니다. 적은 단어만으로 구성된 책을 잘 읽히는 책이라 여기기도 하고, 오래 길게 쓰는 것을 문장력이라 착각하기도 합니다. 마케팅에 관한 자각 없이 말입니다.
그만큼 이 세상이 위로받지 못했고, 응원받지 못했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미신에 현혹되는것이겠지요.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거나 그 가까이에 가려 하거나 신이 되려 하는 사람들, 독재자의 태도와 자본가의 사고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쓰는 감동 없는 글에 흥분하고 열광하는 사람들. 내 삶을 운전하는 건 스스로여야 합니다.
계속 쓰고 읽고 생각하다 보면, 그 어떤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나 자신을 깨우치다 보면 언젠가, 바람이 나를 위해 불어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무척 울었고 바람은 그 누구를 위하여 불지 않고 그저 불었습니다. 악마는 웃고, 나는 웁니다. 보이지 않는 이 영원한 언어의 감옥에서만 내가 웃고, 악마가 웁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냐고요? 그보다 먼저, 온전한 언어체계에서 만나요.
2021년도 이렇게 가네요. 모두,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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