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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다시서점 일기

'더 이상 국민들은 책임감 없는 국가를 참아주지 않을 것이다.'

by 다시서점 2024.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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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5일 [한겨레S] 커버스토리 '책임지지 않는 국가에 묻는다…우린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기사는 '더 이상 국민들은 책임감 없는 국가를 참아주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살아남은 자의 몫은 무엇인지. 죄책감으로 무기력해지는 것만이 애도의 방식이 아니라며 국가에 책임을 묻는 기사였다.

 

나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 그 당시 모습을 지켜본 시민 모두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식이 다를 뿐, 모두 그날의 참혹함을 삶으로 견디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트라우마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끊임없이 누적되어왔다. 한국에서 대형 사고와 참사가 이어지는 동안 사회적 참사 재발 방지와 진상규명은 언제나 속 시원하게 된 적 없이 흐지부지 되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우리는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익숙하다. 온라인 사이트 회원가입에서부터, 온갖 계약서에 '~는 책임지지 않는다.'를 명시한다. 종종 헌법을 위배하는 계약 조항이 적혀있음에도 으레 그러려니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그로 인한 크고 작은 위법은 모두 계약서에 서명한 자의 탓이다. 그렇게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것이 된다. 

 

시민의 안전과 권리보다 우선하는 일들이 사회 곳곳에 산재하지만, 이에 관한 문제제기를 하면 바보 취급을 받거나 문제아로 낙인 찍힌다.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거나 '문제만을 제기한다'라는 말을 듣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언론이나 책, 연구를 통해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고찰'을 마주하지만, 시스템의 변화를 마주하기는 어렵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고치지 않고, 보이는 '방식'만 바꾸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식만 바꾸는 이유는 결국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2014년 11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공통으로 ‘자기 책임 회피(성향)’이 있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매뉴얼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답답한 일처리로 유명한데, 이 때문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강하다들 말한다. 

 

실례로 코로나 기간 일본 정부는 의료진이 직접 시스템에 감염자 정보를 입력하는 '허시스(HER-SYS)'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스템을 보완하는데만 3년간 58억엔(약 569억원)이 든 이 시스템은 매일 밀려드는 팩스를 수작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팩스 입력을 위탁하는 비용이 추가로 들기도 했다. 

 

복잡한 입력방식의 의료 시스템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통합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부처마다 제각각의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고, 단말기 사용법이 어려워 현장과 지자체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비단 일본만의 문제인가.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은 보조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부정수급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표방하며 개발되었지만, e-나라불편이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 심지어 e나라도움을 써도 지원기관으로부터 모니터링과 사후 감독을 받는다. 절자만 늘어났을 뿐 그 어느 누구도 효율적이지 않다. 사실상 통제와 검열, 위력에 가깝다.

 

이후 e나라도움 이후 다양한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이 생겨났다. 기관마다 관리시스템 사용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익히고 사용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최근 생긴 관리시스템은 개발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모든 서비스가 오픈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일부 서비스를 오픈했다. 관리시스템을 사용하는 대부분 '세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검증해야 하는 방향성에 동의'한다. 하지만 매뉴얼 없도 없는 일방적인 통보로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기관의 탓을 하기도, 국가에 책임을 묻기도 지친다. 지쳐 나가 떨어지기를 바란 것이라면 성공했다. 축하한다. 사회 곳곳에서 떠밀려온 책임을 떠맡기 어려운 개인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 2023년 춘천시는 떠나는 젊은 공무원이 늘어나자 뜬금없이 자신의 이름표를 단 나무 심기를 시행했다. 그러나 취지가 무색하게도 나무 심기 주인공인 새내기 공무원들도 퇴사를 단행했다.

 

처우를 개선하지 않고 나무심기나 하는 모습을 보면 헛웃음이 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곳이 춘천시뿐인가.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라는 말이 나오는 모습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진다. 권한은 없고 의무와 책임만이 가득한 곳을 떠나 유유자적하는 삶을 종종 꿈꾼다. 한국에서 버티는 삶을 택한 건 내 부모가 이곳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자원 봉사가 아니다.

 

'더 이상 국민들은 책임감 없는 국가를 참아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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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추가로 볼 자료]

책임지지 않는 국가에 묻는다…우린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5842.html

 

책임지지 않는 국가에 묻는다…우린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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