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풀잎, 두 번째 산문집 <지나지 않은 문장>
책 소개 글
작가가 적어둔 도시의 새벽, 그 목가적인 풍경.
아직도 우리에게는 지나지 않은 문장이 있다고
당신에게 귓속말하듯 적어둔 82편의 산문.
‘당신은 새벽이 내게 주는 유일한 위안입니다.’
작가의 말
인생이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기를. 입안에는 사탕처럼 달콤한 술이, 입밖에는 희망이 되는 말이, 내 손과 발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걸을 수 있기를. 그 어떤 전쟁도 의미 없는 바다로 가서 바닷물을 삼키면 분노도 원망도 아픔도 슬픔도 차분해지기를. 흰 깃발을 들고 달리는 바람처럼, 수천 번의 키스 같은 파도처럼, 사람을 설 수 있도록 만드는 말과 모래처럼.
본문 일부
마음은 오늘 처음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 같은 것 따위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올 리 없다. 마음은 오늘 처음 눈을 뜨고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는 동안에. 마음은 머리를 손질하고 신발을 구겨 신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에. 다시 시작되는 오늘 하루 같은 것.
그저 흘러가도 좋다. 가슴 깊이 담아두어도 좋다. 마음은 언제나 그렇게, 오늘부터 처음 시작인 것. 마음은 언제나 이렇게, 오늘 처음 가진 것.
오늘은 아무도 없는 날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았어요. 장맛비에 고요한 도시, 이따금 떠오르는 계곡물 소리. 흠뻑 젖을 여유 없는 소문만 무성한 뒷골목, 씻겨가는 중에도 더러워진 것이 있었답니다. 연관검색어였던 이름은 금기어가 되었고, 오늘 밤 아스팔트 도로에는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펄떡펄떡. 세상에 별일이 다 일어나도 모두 눕는 건 아니랍니다. 이유가 있어도 없는 날이 있고, 오늘은 아무도 없는 날이랍니다.
당신은 어디선가
특별한 존재는 없다. 하지만 특별했으면 하는 바람이 맹목을 만들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거짓 당위를 얻게 되면 사람들은 진실이야 어떻든지 간에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짝사랑이 이와 같고, 외사랑이 이와 같아서 나는 가장 선한 사랑만이 진심을 획득하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세상의 아주 작은 슬픔에 관하여 생각한다. 길가 위의 벌레가 밟혀 죽지 않도록 나뭇잎에 옮겨두는 자그마한 일이 남은 인생의 고독을 위로하리라 여기는 탓이다. 특별한 존재는 없다. 하지만 특별했으면 하는 바람이 우리에겐 불어서. 당신은 어디선가 어제, 또는 오늘. 특별할 사람.
초판 1쇄 인쇄 2018년 3월 1일
초판 1쇄 발행 2018년 3월 1일
지은이 채풀잎
펴낸곳 다시서점
디자인 디오브젝트
ISBN 979-11-961549-1-2 다시서점, 2018, Printed in Seoul, Korea
https://www.dasibookshop.com/product/untitled-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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