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애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작은 몸피에도 시기하지 않고, 감내와 자족으로 베풀며,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삶의 매화마름, 그 겸손한 '매화마름'을 닮은 시집이요, 시인이다. 아프고 가난한 이들을 먼저 찾아가며 밝고 고운 마음으로 시와 더불어 살아가는 시인이기도 하다.
우주라는 나의 중심을 향하다 내가 가는 길이 진정성이 있는 지, 여한 없는 시에의 여정이 되는지를. 더 할 수 없는 남은 열정 다 데불고 ‘시’라는‘, ’우주‘라는, 나의 ’중심‘을 향해 온전히, 전속력으로 가보겠다는 것이 이 시집의 메시지이다. 특히 시인의 우주관이 잠재된 『그대 나의 중심이여』는, 삼라만상의 모든 사물을 토닥토닥 위로하며 어루만지는 시집이다. 우주와 나의 관계를 찾고 그 속에서 시적 의미를 발견한다. 날마다 일정 거리를 부유하는 듯한 삶도, 결국은 하나의 중심을 향해 돌아가고 있는 것이며, 삶과 죽음, 사람과 사람은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호흡을 주고받고 있음을 말한다. 시인은 시적 대상을 냉정한 시선으로 천착하면서도, 그 관찰하는 모든 것에 따스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인연에는 후회와 슬픔도 공존하지만 결국은 사랑이 존재하는 곳이다. 비록 혼탁할지라도 그래서 그곳의 참된 의미를 찾고 또한 연민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이다. 각 편에서 나타난 의미들 시편은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사무치다’에는 저자 자신의 고백적 삶이 담겨져 있다. 또한 평범하면서도 예스런 서술체로 시적 운율을 이끈다. 삼천대계 우주도/시 안에 한 티끌이리/적막 안에 먼지이리//절창 앞에/한 세상 몸 앉히리/ 넋 놓고 그대 바라보리/이윽고 그대 만지리.-본문 ‘시’ 중 일부 초반에는 ‘시’에 대한 경외심을 보인다. 시를 대하는 저자의 사유를 더불어 나타내는 것이다. 이어지는 ‘바보 같은 나여’와 ‘사무치다’, ‘거기 적막한 당신’ 등에서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회한의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 하지만 후회와 그리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철학을 정립하여 그것에 따라, 강물처럼 바람처럼 유유자적한 승화의 의지를 드러낸다. 2부 ‘그물코 -화엄’에는 “인간이 사는 우주는 서로 연결된 그물코이며 그 그물코는 ‘화엄’의 세계”라는 인식하에 함께 살아가는 ‘생명붙이’들에 대한 관심과 연민을 시로 형상화한 작품들이 담겨 있다. 이 순비기 양지바른 언덕에 옮겨 심으면/하 세월 모래사장에 눕힌 키를/하 세월 진흙땅에 뿌리내리려 세워야 하리/몸부림치리//이렇게 생은 자연에 길 들여져 가는 것//살아남아야 하는 것.-본문 ‘순비기나무’ 중 일부 살아 숨 쉬는 생명체 안에서 삶의 원초적 의미를 톺아본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지만 그들 모두 세계를 품고 있다는 것, 인생의 굴곡진 발자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성찰해 보는 것이다. 3부 ‘환한 봄햇살 같은’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눈으로 저자 주위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여 담고 있으며 따스한 시선이 일관적이다. 꿈은 꿈꾸는 자의 것이니/그대들 야무진 꿈 하나씩 은하수에 새기고/한 걸음 한 걸음 그 꿈 좇아가면/그대들의 은하수에 닿게 되리/꼭 닿게 되리.-본문 ‘서울역 지하도-노숙자2’ 중 일부 4부 ‘쑥부쟁이 꽃그늘 아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과 함께 세기적 인물의 삶도 그 인물의 발화를 차용하여 들여다보았으며, 몇 편의 사랑시도 담고 있다. 삶의 경건함이여/이 새벽을 살아내는/노인의 삶이 애잔하다-본문 ‘삶의 애잔함이여’ 중 일부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위로하듯 모든 것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작은 꽃과 나무에서도 우주가 담겨 있음을 전하는 저자는 그 중심에 항상 사랑을 담은 ‘그대’가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본문 일부 사무치다 하늘 끝, 닿은 사무침이다 함께 길 떠난 길벗이었는데 생의 어느 길목에서 엇갈려 헤어졌다 모든 것을 제쳐놓고 오로지 길벗을 찾았어야 했는데 길 잃고 저잣거리를 떠돌았다 한 생을 바람처럼 떠돌며 돌고 돌아선 길 이제 되돌아갈 길이 아득하다. 오로지 걸을 뿐 길 위에 서면 풍경이 보인다 한참, 걷고 또 걸으면 풍경이 사라진다 종일 걸으면 길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는 텅 빈다 걸으며 도달한 무념의 세계 오롯한 걸음으로 피안에 도달한 그리하여 내 혼을 관통한. 그녀의 목소리가 봄바람이다 투명한 병에 꽂힌 도라지 초롱 술패랭이 어성초 강아지풀이 어우러져 그녀의 하늘빛 스웨터와 어울린다 그녀의 얼굴이 해맑다 잠시 후 한 여인이 버스에서 내려 그녀에게로 다가가 손을 잡는다 여인은 작은 감탄사를 발하며 꽃을 들여다본다 한 신사가 그녀들 쪽으로 걸어가고 두 여인은 숨는 시늉만으로 들킨다 여인이 신사에게 다가가자 신사가 여인의 어깨를 가볍게 감싼다 여인이 미소 짓는다 그녀가 신사에게 꽃병을 건넨다 선생님 뜰에서 꺾어 왔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봄바람이다 꽃을 받아든 신사가 부신 듯 꽃을 들여다본다 화병 속의 맑은 출렁임, 세상이 환하다 세탁소 남자가 다림질을 하다말고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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