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지금, 여기 작가와 비평가: 상승의 세계를 함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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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5년에 이어 2번째 이루어진 <2016 비평페스티벌>의 기록이다. 미술 비평가이자 동덕여대 회화과의 강수미 교수가 총괄 기획하였으며 “비평가의 기능: 역량과 역학 Functions of Critics: Capacity and Its Dynamism"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예술 언어의 실험이 이루어졌다. 이 행사의 목적은 현역 문화예술계 및 학계 전문가, 시각예술 창작자와 비평가, 현장 실천가와 이론가, 후속 세대 예술가 및 인문연구자들이 소통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동시대 미술을 구성하는 다양한 존재들이 같은 시공간에서 새로운 예술 행위를 발견하고, 깊이 있는 비평 언어를 탐구할 수 있는 조건이 제시되었다. 사전 공모를 통해 짝을 이룬 작가-비평가 팀들이 총 3일간 라이브 퍼포먼스로서의 비평을 진행하였다. 과연, 이 시점에서 비평은 무엇이고 비평은 어떤 형식과 가치를 발명할 수 있으며, 어떤 스타일을 제시할 것이며, 무엇을 연결하면서 어떠한 형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일어난 현장 기록이다. 각자 예술계의 장에서 존재함에도 공간의 물리적, 심미적 거리의 한계로 인해 평소 발견하지 못했던 접점들을 발견하고 미적언어로 생산해내며 예술 인식의 틀을 확장하는 무대였다. 공공 문화예술 기관 및 공적 매체, 문화예술 주체들 - 예술가, 비평가, 이론가, 큐레이터 등-을 비롯한 무명의 독학자 및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가 이루어졌다. 글을 통해 비평을 수행하는 비평가라는 기존의 관념에 대해 도전하며 비평이라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실험하면서 비평의 가능성을 펼쳐보였다. 2016년 10월, 3일간 진행된 <2016비평페스티벌>은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도록 편집, 출판되었다. 당일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비평에 대한 관심을 가진 모든 독자들이 비평을 수행하는 현장의 에너지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소 조용한 가운데 막을 내린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세션이 별도로 마련되어 공적영역에서의 예술행위와 제도비평에 대한 비평과 토론이 진행되어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독자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이번 <비평페스티벌>에서는 비평가들이 친숙한 글이 아닌 ‘발화’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예술언어를 실험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동시에 현재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단면들이 하나의 지형을 이루고 그 접점들이 생산하는 문제들에 화답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현대미술의 새로운 언어가 생산되었으며 다소 평가절하 되거나 간과되었던 비평에 대한 신선한 모험이 젊은 비평가와 작가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3일간의 라이브 퍼포먼스로서의 비평에 대한 심사가 주최측과 후원사에 의해 이루어졌고 3명의 젊은 비평가들이 <그레파이트온핑크 크리틱 어워드>를 수상했다.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만의 비평 형식에 대해 실험해볼 수 있었던 그들이 앞으로도 한국의 현대미술계에서 주요한 비평가로서 비평의 가능성을 열어가며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책 속에서
동시대 사회 전반에 걸친 말의 변화에 견주면 '예술, 이 오래된 것' 내부의 말들은 고루하고 단조롭고 여전히 자기 지시적이다. 특히 창작의 상관 항으로서 예술비평은 예술이 오래된 만큼이나 긴 역사를 통과한 끝에 현재는 물리/행위도 아니고 관념/철학도 아니며, 정신의 산출도 아니지만 시장의 즉석언어도 아닌 어중간한 능력과 특성 없는 생존 방식으로 근근이 생존하고 있다. 예술비평이 창작을 견인하고 사회를 계몽하고 인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은 좋았던 옛 시절, 모더니즘의 짧은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오늘 우리가 당사자로서 수행하고 있는 '비평'은 사실 누구도 혁신의 귀추는 고사하고 그 생사여부조차 주목하지 않는 음지식물처럼 존재한다. 장르나 분야로는 존속하고 있지만, 정작 그 일을 하는 이가 역량과 기능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비평, 있기는 하지만 수용자가 큰 의미로 받아들이거나 사용하지는 않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형편인 것이다. 예술비평의 말과 글이 인간 행위자의 산출물이라 할 때, 현재 비평의 존재 가치가 이와 같음은 동시대 비평의 어떤 실상을 보여주는가? 그것은 '비평'이라는 이름과 결부된 우리의 경험, 인식, 판단 행위가 동시대 사회 변화와 연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행위의 결과 또한 별반 특이점도 새로움도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우리가 가령 현재의 비평을 두고 저평가나 지탄 대신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면, 그 출발점은 이미 관습화된 '비평'의 보수적 범주는 아닐 것이다. 대신 '비평가 critic'라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행위자와 그/녀들의 '기능, 역량, 역학'에 초점을 맞추고 그 개별자들의 현재 활동과 앞으로의 전망을 서로가 분석, 공유, 발명해나가는 일이 우선한다. 그 편이 훨씬 의미가 선명하고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요컨대 메타피직스 (meta-physics)로서 비평 이전에 피직스 (physics)로서 비평가의 실질적 행위, 언어, 기교, 기술, 전략, 다이너미즘을 고민하고 구체적인 형질로 발명해낼 필요가 있다. 단순화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말하자면, 비평가가 하나하나의 예술 언어 행위이자 예술적 앎의 전개로서 비평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일반명사 '비평 (criticism)'은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형식의 균열과 질적 변화를 거쳐 새로운 말의 생산을 이뤄낼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이전과는 다른 것이 될 것이다. <2016 비평 페스티벌>이 전체 주제로 "비평가의 기능: 역량과 역학 Functions of Critics: Capacity and Its Dynamism"을 설정한 맥락이 이와 같다. - 강수미 / 총괄기획자 <Directorial Opening Speech, 상승의 세계를 함께 하기 中>
한 문장으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예술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며, 기존의 것들을 확언해서는 안 되고, 사회적, 문화적 쟁점들에 비판적 자세를 취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세는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또한 글쓰기, 회화, 영화 등 다양한 예술적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준 양 / 예술가 <무력감을 거부하기! 공적 영역에서의 예술가와 기관에 대하여 中>
저는 이 글이 일종의 시스템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글이 다른 매개변수들을 가진 소프트웨어가 되는 것입니다. 매 번 구동할 때 마다, 즉 지금과 같이 제가 글을 읽을 때, 또는 활자로 출판물에 실렸을 때 관객들과 독자들에게 각자 자신만의 이미지와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입니다. - 텐 차오밍 / 예술가 <아바타 트레이닝 中>
반경란: 지금 보시는 작품은 2015년 작품 <after FRIDRICH>입니다. 독일 작가 프리드리히는 관념의 풍경을 표현했습니다. 그 풍경은 실제 존재하는 풍경이 아니고 자신이 본 아름다운 풍경들을 머릿속에서 조합을 하고 그것을 관념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 프리드리히의 ‘해변가의 수도자’라는 작품에서 인물을 제외한 풍경 이미지를 차용해서 그 뉘앙스를 제 작품에 표현했고,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부표는 어떤 특정한 사건을 상징한 것만이 아닌 우리가 보지 못하는 비가시적 장소에 대한 표상입니다. 저 부표를 통해서 어떤 암시를 주고 그것을 통해 보는 이가 추적해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표현했습니다. 유은순: 앞서 언급했듯이 수도자가 자신의 내면에서 지향성을 찾는 자라고 이해했을 때 작품에 드러나는 풍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fter FRIDRICH>를 통해 작가가 언급했듯이 작가는 내면의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매우 흥미로운 구도가 생성되는데요, 수도자는 내면의 풍경에서 초월적 세계를 추구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그 초월적인 세계 역시도 자신의 내면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한한 존재인 우리가 무한한 존재를 지향하는 것은 모두 우리에게 내재해 있는 사건입니다. -반경란 작가, 유은순 비평가 <Day2-비평 워크숍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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