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영화 <서울의 봄> 단체관람에 대한 극우단체 고발에 부쳐_
“예술을 좌우로 구분하고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이어오면서 작성되고 실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대통령이 구속되고, 2명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었다. 예술 검열과 문화예술계 혐오와 차별 행위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화예술과 관련한 검열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예술 검열은 존재해 왔다. 사실 “예술의 역사가 곧 검열의 역사”라고 불릴 정도로 예술은 수많은 권력의 검열에 저항하며 표현의 자유를 획득해 왔다. 물론 군부독재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지나면서 예술 검열에서 정치 검열은 사라져가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예술 검열은 문화적 권리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과 합의는 고사하고, 군사독재의 유물인 정치 검열을 다시 소환했다. 박정희 유신독재,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풍자 등과 같은 1차원적인 정치 표현을 억압하고 통제하려 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이제는 정부뿐만이 아니라 극우단체에 의한 예술 검열이 일어나고 있다. 마치 해방정국 세상을 좌우로만 보는 서북청년단의 민간인 학살이 연상되는 행위가 21세기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 12월 13일 ‘자유대한호국단’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 극우단체 회원 15명은 마포구 상암중학교 앞에서 영화 <서울의 봄>이 ‘좌편향 영화’라며 1시간 동안 항의집회를 벌이고 생중계했다. 이들은 "학생을 선동해 왜곡된 역사의식을 심어준다"라며 단체 관람을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들은 최근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했던 학교의 교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하고, 성명을 발표한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일부 임원을 명예훼손죄로 고발하는 만행을 자행했으며, 당연한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를 정치적 쟁점으로 몰아가는 행위를 저질렀다.
이 같은 극우단체의 행동은 오직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 문화다양성 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회적 폭력이다. 이들은 이제 자신들의 극우적인 역사 인식을 강요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민주화 역사는 물론 예술 창작과 향유의 권리, 학교의 공공성 등을 훼손하고 있다.
전두환 등 반란군의 군사 반란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좌절시켰으며, 군사독재를 연장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범죄 중 하나다. 이미 법적 처벌까지 다 끝난 사실조차 역사 왜곡이라고 말하는 세력에 대해서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우려한다. 이를 옹호하는 세력이 유발하는 예술에 대한 좌우 구분과 혐오야말로 사회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오직 자신들의 이권을 위한 극우 유튜버들의 예술 혐오와 사회적 폭력에 대해 언론은 무차별적으로 이용하고 정부는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서울의 봄> 사태만 보더라도 교사를 고발해 교육 현장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교육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문체부 역시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방해하고 예술 창작의 권리가 훼손되고 있음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언론은 이처럼 비상식적인 예술 검열이 벌어질 때마다 좌•우, 진보•보수의 낡은 이념 프레임을 고스란히 가져다가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문화와 예술을 이념의 잣대로 평가하려고 했던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악용해 여전히 정치를 하고 돈을 벌려는 야비한 자들에게 민주화된 정부와 사회의 이름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때다. 예술은 혐오와 차별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영화 <서울의 봄>에 천만 시민들이 호응하듯이, 예술은 우리의 일상과 역사를 둘러싼 성찰과 연대의 장이다.
2023년 12월 28일
단체 13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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