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다는 것과 바라봐준다는 것.
송하영이 바라본 세상 이야기.
<책 소개>
바라본다는 것과 바라봐준다는 것.
송하영이 바라본 세상 이야기.
시선은 바라봄에서 시작되고, 그래서 바라봐준다는 것은 바라본 시선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두 시선이 포개어질 때 마침내 시작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인식할 수 있고, 오해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슬퍼할 수 있다. 눈이 만들어낸 통로가 있다면 그것은 눈길일 테고, 서로 다른 눈길이 연결될 때 세상은 한껏 너그러워진다. 그 통로에서 마주한 눈빛과 눈빛은 세상을 보다 환하게 밝힌다.
식물, 산, 모터사이클, 할머니, 동네, 부조리, 죽음, 당신… 송하영은 자신이 목도한 여러 장면을 첫 산문집에 오롯이 담았다. 빛이 들지 않는 마음 깊은 곳까지 샅샅이 들여다보며, 바라보는 행위 너머의 의미를 발견해낸다. 나를 살게 하기도, 좌절에 빠뜨리기도 한 시선 사이에서 자신만의 눈길을 굳건하게 지켜내면서.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감을 보여주면서. 다정한 시선이 서로를 지켜준다고 믿으면서. 그런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 그런 눈으로 바라봐주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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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송하영
삶이 곧 인터뷰인 사람.
세상에 관심이 많아 주저하지 않고 질문 던지기를 좋아한다.
빚진 마음을 하루하루 갚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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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ㆍ 7
1부│보살피듯 살피기
다듬은 말 ㆍ 13
스토크 ㆍ 14
혼자 술 마시면 무슨 재민겨 ㆍ 15
웃을 일을 만들자 ㆍ 16
오랜 우리 동네 ㆍ 17
눈에 별을 새긴 사람 ㆍ 19
먼저 간 사람, 나란히 걷는 사람 ㆍ 20
아는 사이 ㆍ 21
I’m fine ㆍ 22
꼼수 ㆍ 24
아무도 없는 방 ㆍ 25
외로움 ㆍ 27
작은 사회 ㆍ 28
가늘고 긴 삶의 방식 ㆍ 29
전깃줄 ㆍ 31
강아지 ㆍ 32
아름다움을 따라서 ㆍ 33
가을에 본 나무 ㆍ 34
언니 ㆍ 35
걷기 좋은 날 ㆍ 36
겨를 ㆍ 37
생활체육 ㆍ 38
사놓고 안 쓰는 물건 있으세요? ㆍ 42
재활용 ㆍ 44
단순한 기분 ㆍ 45
깊이 안녕 ㆍ 47
꽃의 효능 10가지 ㆍ 49
2부│반복되는 계절처럼
제주 ㆍ 53
뿌리채소 ㆍ 54
산 ㆍ 56
소원 ㆍ 59
여름 관찰 ㆍ 61
모터사이클이 가져다 준 변화 ㆍ 62
어서와요 아가씨 ㆍ 66
마음 반죽 ㆍ 68
중간이 어려워요 ㆍ 69
홀로움 ㆍ 71
울고, 웃고, 놀랍고 ㆍ 72
우연한 기다림 ㆍ 73
어린 대담함 ㆍ 74
가장 늦은 환영 ㆍ 78
글 쓰며 만난 사람들 ㆍ 79
무슨 일이라도 있다는 듯이 ㆍ 80
배움의 동료 ㆍ 82
경험도 물러줄 수 있습니까 ㆍ 84
조그만 질환 ㆍ 87
에너지 기울기 ㆍ 89
오늘도 24시 ㆍ 90
휴일 ㆍ 91
3부│끈끈하고도 끈적한
제3 ㆍ 95
2401호 저녁 ㆍ 96
이모 ㆍ 98
원산지 ㆍ 100
리듬 ㆍ 101
남매 ㆍ 103
세 가지 씨 ㆍ 105
대가 없는 사랑 ㆍ 107
물물교환 ㆍ 108
남과 자 ㆍ 109
애도 ㆍ 113
0개 국어 ㆍ 114
영원한 언니에게 ㆍ 115
위로라는 처방 ㆍ 118
여행 ㆍ 120
끝을 향해 시작으로 가서 ㆍ 121
4부│진심 어린 진실로
당신 생각 ㆍ 125
결혼식에 다녀와서 생긴 일 ㆍ 126
결혼 ㆍ 130
단잠 ㆍ 131
열병 ㆍ 132
진실의 손 ㆍ 134
어른의 길 ㆍ 135
다정함 ㆍ 137
꿈 깨 ㆍ 138
손뼉 맞추기 ㆍ 139
술버릇 ㆍ 141
부조리 ㆍ 142
우리를 구원할 수 있습니까 ㆍ 144
잡념 ㆍ 145
끼리끼리 틀 깨기 ㆍ 146
소문난 여자 ㆍ 149
산책로에서 ㆍ 150
희망 ㆍ 151
하영에게 ㆍ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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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부드럽게 또는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다. 가끔 가시 돋친 말에 피를 흘리기도 하니까. 다정한 말에 꽃이 피듯 말씨도 말랑할 수 있지. 그럼 오래 이야기 나누어도 지치지 않을 테니까. 내 꿈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의논하며 사는 것.
「다듬은 말」 중에서
나는 당근의 위대함을 단단히 몰라봤다. 온몸으로 땅을 받치고 산다니. 콘크리트 건물을 받치는 철근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다 당근의 생명력에 감탄했다. 사계절 내내 어디서든 뿌리내릴 수 있는 당근처럼 살고 싶어졌다. 드러나지 않은 채 온몸으로 버티다 발견되어 천 원도 안되는 값에 팔려 가 식탁에 오르는 당근처럼.
「뿌리채소」 중에서
함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기쁨과 한 장면 안에 담기는 일은 찰나를 딛고 일어서는 것과 같다. 자연의 변화 앞에서 양보를 배우며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당신 뒤에서 마음 다해 지지하다 보면 우리는 나란히 오를 수 있다. 걱정과 시선이 겹치며 흩어진다는 사실을, 극적인 순간은 함께였으면 하는 사실을 제대로 알게 했다.
「산」 중에서
홀로 몇 번을 스키장을 뒹굴다 자세를 익히고, 턴하고, 기술을 연마하며 눈물이 왈칵 난다. 넘어지면 아버지가 눈을 가르고 내려와 어서 일어나라며 환한 얼굴로 나를 카메라에 담던 모습이 아득해졌다. 이제 아버지와 함께 설원을 누비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면 아쉬움이 두 발을 잡는다. 대신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꾸준히 노력해 원하는 방향에 닿는 그런 사람. 그렇다면 힘들 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피식 웃으며 일어나는 자세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번 겨울은 아쉬움과 친해지는 중이다.
「경험도 물려줄 수 있습니까」 중에서
내가 가진 어떤 무게의 슬픔도 할머니에 비할 수가 없어서 한없이 슬퍼져 온다. 할머니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동무. 먼저 산 사람의 그늘이 초라해서 옛 기억을 더듬는다. 희미한 기억에 호시절만 아득하다. 한 세대를 거슬러 오는 거대한 슬픔 아래 허우적거린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할머니, 살아온 날보다 거쳐온 시간이 많은 사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나. 가로지르는 슬픔이 망연하다.
「남과 자」 중에서
섬세해지려는 노력이 쓸모없어져 입을 다문다면 살아 있는 누군가는 눈을 뜬 채로 가진 것을 빼앗길 것이다. 내가 경험한 다정함은 언제나 미리 사는 사람의 몫이었다. 환희도, 고통도.
「다정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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