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야요 aka 김서연의 첫 글모음집이다. 어떤 기억과 기록, 허구와 사실 속에서 시작을 알리는 서문집이다.
이야요 aka 김서연
-김서연
조금 진지하며, 자기검열을 하며, 인연에 집착하고, 돈을 벌기 위해 애쓰며, 독서만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며, 많이 아팠던 캐릭터다.
-운율
병원에 입원했던 기간에 지은 이름이다. 구름 운. 리듬, 북을 치며의 율.당시에는 구름처럼 바람의 리듬을 타며 북을 치고 싶었던 모양이다.병원 친구들이 “운율아” “율아” “율언니” 라고 불러주는 게 참 좋았다.
신나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신나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이름이 필요했다. 내가 쓰고 있는 시도 모두 말장난 속에 의미를 담아본다. 이름도 그런 성격을 지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램 하트를 누르며 ‘좋아요’를 생각했다. 좋아요, 아요, ayo 이아요(자음 놀이) 아요는 어딘가 작가인 척 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맘에 들지 않았다.또 다른 자음 놀이 – 이야요. 김서연 이야요. 사랑 이야요. 내 마음 이야요. 뭘 붙여도 말장난 같아 마음에 쏙 들었고 그렇게 ‘이야요’를 탄생시켰다.
-이야요
진지한 걸 싫어한다. 자기개발 독서는 너나 해라 나는 글을 쓸태니, 쓰는 건 나의 몫. 읽는 건 당신 마음. 신나게 만들어 내는 건 나의 몫, 감상은 당신 마음.
예술인 이야요
이야요는 예술인이다. 여기서 예술인은 무엇을 특정하지 않는다. 작가 이거나, 연출가 이거나. 안무가 이거나, 시인 이거나 등을 특정하지 않는다. TV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배우, 영화배우, 가수, 개그맨, 아나운서, 앵커, 기자. 캐스터 등등. 그중 ‘방송인’이 있다. 방송인으로의 분류는 그들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을 때 붙는 호칭 같다.이야요도 그렇다. 예술계를 기웃거리니 ‘예술’은 사용해본다. 하지만 이야요는 무언가로 특정되지 않으려고 한다. 그 호칭에 포획되는 순간, 이야요는 그 호칭에 맞은 책임감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진지해져 버릴 것이다. 그럼 캐릭터는 죽는다. 그래서 이야요는 예술인이 되기로 했다.
네 개의 시간
내가 너에게 빌린 하나의 꿈. 실현 가능할지 모르는 부채를 안고 어제도 꿈을 꿔가며 숲속을 달려갔다. 개가 달려왔다. 눈이 네 개 달긴 개가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황소보다 큰 개가 네 개의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옆에 서있는 앙증맞은 세퍼트는 그의 친구인 개.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내 친구는 어디 갔을까. 개들의 눈이 부러운 걸 보니, 나는 친구를 잃어버렸다는 걸 떠올렸다. 나는 눈이 두 개 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구가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주었을 텐데, 어디에 두고 왔을까 생각하니 아버지 옆에 서있는 그를 봤다. 아버지는 나의 부채, 내가 꿔 가고 있는 꿈에 나타났다. 20년 만의 일이다. 꿔본 적 없는 아빠 꿈은 늘어나기만 하는 나의 부채, 펄럭일 수도 없잖아. 바람도 불지 않으니까. 다 너 때문이라고 원망했다. 내가 이 약을 먹고 있는 건 다 너 때문이라고. 발로 찼다. 팔뚝을 물었다. 아빠는 참고 있었다. 이렇게 쌔게 물어도 되는 걸까?라고 나는 이불 속에서 생각했다. 친구는 거기 있었다. 아빠의 상처를 감싸주기 위해 지켜보고 있었다. 시킨 적 없는 오지랖 때문에 내가 너를 잃어버렸다. 그럴 거라면 나의 꿈을 갚아줘. 그 오지랖으로 모자란 눈의 개수를 채울 수가 없다. 저쪽은 여섯 개고 나는 두 개뿐이다. 내가 질게 뻔하다지만 방법이 있다. 꿈에서 깨어나는 일. 어떻게 하면 꿈을 꾸지 않을 수 있지? 내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만 있잖아. 걔도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겠지. 앙증맞은 세퍼트가 헥헥 거린다. 나는 그 틈을 타서 개의 입속으로 달려간다. 노련한 몸놀림. 나도 좀 놀랐지만 성공적이다. 꿈을 꾸게 하는 약이라고 한다. 나는 초록의 하양 캡슐 한 알 덕분에 꿈을 꾸고, 미래를, 그리고, 20년 만에 꿈에 나타난 아버지를 원망하고, 다시 미래를 상상하고, 미소, 짖다가, 다음 달을, 올려보고, 다시 꿈을 꾼다. 다음 달은 눈을 네 개 가진 개의 하울링 위에 떠있다.
초판 1쇄 인쇄 2020년 12월 17일
초판 1쇄 발행 2020년 12월 24일
지은이 김서연
펴낸곳 다시서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디자인 The page of feelings
판형 10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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