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입구 교차로에서 양천구 양화교(노들로)까지를 잇는 길이 6.9km, 너비 40m의 왕복 8차선 도로인 '공항대로'는 '김포가도'라고 불렸습니다.
사진은 공유마당에 셀수스협동조합이 기증한 1971년 사진인데요. 중앙분리대 대신 분수가 있어 괜스레 시원한 기분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비그라운드 아키텍츠와 앵커랩 대표님, 직원분들, 이예울 감독님과 함께 지역 관련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다시서점은 시인 박철 선생님이 쓴 시에 나오는 강서구 공간과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포가도'도 박철 선생님 시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시집 《험준한 사랑》에 있는 '외길'이라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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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더듬거리며 간다
서울의 마지막 들판이라는 가양지구 논에는
공항동에서 방화동으로 이어지는
외길이 있다
외길은 굴곡이 없고 오후의 적막만이 들길을 가르며
이승과 저승의 고리처럼 엄숙하게 누워 있다
그 길을 산책하는 사람은 대개 고혈압으로 한번 쓰러진 사람이거나
아주 큰 병으로 삶의 안과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
지팡이를 짚고, 누군 항암 치료로 벙거지를 눌러 쓰고
또 누군 한쪽 손을 덜렁거리면서
더듬거리면서 주춤주춤
외길을 오가며
인생의 소중함과 삶의 경이를 잡는다
고통도 함께 느낀다
향량한 들판도 좋고 갈아엎는 3월의 햇살도 부럽고
파릇파릇 자라나는 볏잎도 고마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외길을 간다
비록 한때는 서럽고 아쉬웠던 외길
멀기만 했던 나의 길
그 길을 떠나고 싶지 않아
황혼을 등에 지고 모든 정성을 다해
더듬거리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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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김포비행장 건설과 함께 만든 신작로 김포가도가 확장되어 지금의 공항대로가 되었는데요. 공항으로 가는 길, 공항에서 서울 중심으로 가는 길에 분수가 이어진 길이 있었다면 믿어지시나요?
무더운 여름이지만 마음만은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라면서 짧은 글 한 자락 보내드립니다.
박철 선생님의 시 '외길'처럼 천천히 외길을 걷더라도 모든 정성을 다해 더듬거리며 내일을 향해 갑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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