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일까.
막연하고도 진부한 ‘삶‘이란 주제에 대해 골몰하기 시작하면 물음표만 가득한 채로 끝맺기 마련이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살아 있는 현상, 또는 살아 있는 것.
해석마저 막연하기만 한 이 단어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얘기하고자 해요.
삶이란 단어를 펼쳐 두면 ㅅㅏㄹㅁ. 흩어진 활자의 모양새는 어쩐지 사랑과 사람을 닮아 있습니다.
수없는 단상들의 종착지는 결국 어떤 사람, 또 어떤 사랑이었지요.
이 또한 그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사람과 사랑을 빼고서 삶을 얘기할 수 있겠어요.
그런 사람과 사랑을 엮어, 삶을 써내려 갑니다.
“사랑과 사람은 불현 듯 찾아와 피할 새 없이 젖게 하고, 마음 한 구석에 마르지 않는 웅덩이를 남깁니다.”
이런 사랑과 사람을 써내려 가는 것은 어쩌면 삶이란 웅덩이를 꺼내어 두는 것이 아닐까요.
이 깊은 수심을 들여다 보는 시선들이 내 삶에 맺힐 수 있길 바라며 씁니다.
<미리보기>
저는 모든 단어의 생김새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약간의 기울임에도 굴러떨어지는 사랑의 둥근 받침이나, 가끔은 베이고 마는 사람의 모난 받침처럼.
삶을 펼쳐 둔 모양새가 사람과 사랑을 닮은 것 또한 마땅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사람이 무섭다 했고, 나는 사랑이 두려웠습니다. 내게 사랑이 받침처럼 둥글어 굴러떨어지는 것이었다면, 당신에게 사람이란 받침처럼 모나 쥘수록 베였겠지요. <16p>
문득 발견하는 낯선 입맛이라거나 언제부터인지 일부가 된 버릇 같은 것들. 하물며 조금 넓어진 보폭까지. 떠난 사람은 습관을 남긴다. 나는 언제까지 당신 없이 당신으로 살아야 할까. <26p>
솔직한 마음을 담은 글들은 고요합니다.
그저 묵음인 채로 소란해요.
말이 되지 못한 문장들에 어떤 마음들을 조금씩 떼어 썼습니다.
나는 내 마음의 풍속을 모릅니다.
고인 물이 바람을 만나 파도처럼 요동치듯, 사랑이란 단어가 내 음성을 타고
어떤 물결을 이룰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잖아요.
삼키는 것만이 온전한 사랑, 그리하여 내 사랑은 묵음입니다. <33p>
솔직한 것들은 고요하다. 소란하지 않고 정적이다.
작은 끄덕임이나 약간의 손짓으로 충분하다.
그런 솔직함은 전파되는 것이어서 우리는 파도 치는 바다 앞에서,
인적 드문 산책로에서 말없이 솔직해지는 것이다.
부서지는 단말마로 묻고, 날아드는 새소리로 답한다.
바람에 응하는 나무의 손짓을 빌려 고백한다.
소음 없는 시선을 나누고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81p>
다른 삶, 다른 심박수.
전혀 다른 둘이 오선지 위로 합쳐지면 분명 불협화음일 겁니다.
이런 불협화음 위로 아름다운 가사를 더해가는 것.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두 선율이 만나 완벽한 불협화음을 이루는 일.
그 위에 쌓아보는 아름다운 가사 같은 것. 사랑. 사랑은 불협화음. <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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