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서히 죽어간다고 생각했을 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한 달 동안 함께 글을 쓰면서 죽어가는 것이 아닌
살아간다는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문장조차 쓰기 힘들 거라고 단정했지만, 놀랍게도 펜을 잡거나 키보드에 손을 올렸을 때
나조차도 모를 문장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과연 나를 쓰게 만든 것들은 무엇인지, 나를 만든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깊은 우울이기도, 주위의 다정한 사람들이기도, 또 엄마와 아빠이기도 합니다.
나와 그리고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어루만지며 매일 글을 정성스레 지어 올리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쓰고 계시는지요. 그렇다면 여러분을 쓰게 만드는 것들은 무엇인지요.
<책 속 문장>
수없이 걸었던 그 걸음은 어떤 종류의 기도이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나요?’라고 탓하는 걸음이기도 했으며, 답을 구하는 간절한 걸음이기도 했다.
허무함의 걸음이기도, 조금은 후련한 걸음이기도 했다.
어느 날은 그 걸음이 심지도 않았는데 위기가 선물처럼 느껴지는 마음을 자라나게도 했다.
-19p, 두번째 퇴사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곤 하지만 화장터 안의 순서는 아주 정확했다.
줄지어 관이 들어갔고 나왔다.
천장이 퍽 높아서 누군가를 보낸 이들의 울음이 그곳에 오래 머물러 있는 듯했다.
삼촌의 관도 순서를 맞춰 화장터로 향했고, 손을 얹고 삼촌을 위해 잠깐 기도했다.
엄마는 울었고, 고모와 아빠는 울지 않았다.
울지 않은 지금의 시간이 언젠가 그들을 찾아가 울게 하겠지 생각했다.
-32p, 삼촌 죽음 앞에서 한 다짐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데 왜 그 시간은 늦게 갔는지 모르겠어.
두 시간 동안 팔 위치를 바꾸거나 침을 삼키는 그런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계속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서 진땀을 흘렸어.
영화관에서 나오니까 어깨가 뻐근하더라고.
-48p, 내 인생은 그렇게 기다림이었어
J와 야자를 같이 빼고 저녁을 먹으러 간 날은 반이 온종일 떠들썩했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J가 조민정이랑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말하며 놀랐다.
같은 문장에서조차 같이 불려본 적 없는 우리가 친해진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서로에 의해 깊숙한 우울과 맑음이 꺼내져 맞닿았기 때문인지 친밀함은 놀랍도록 가속이 붙었다.
-51p, 모닥불
내가 왜 힘들어도 가족에게는 구구절절 얘기할 깜냥이 안되는지,
왜 괜찮지 않다는 거 가족에게는 쉽게 말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그날 어렴풋이 알았다.
혼자 버텨 낸 시간이 많은 그의 배에서 내가 나왔기 때문임을.
-64p, 엄마의 온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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