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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입고소식

귀로 숨을 쉽니다 / 장채영 음악여행에세이

by 다시서점터미널 2024.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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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음악여행자가 코로나 시대의 음악콘텐츠 기획자로 덕업일치하기까지, 4년간의 기록. 음악여행에세이 <귀로 숨을 쉽니다> 다시서점에 입고 되었습니다.

 

 

 


* 책 소개글

 

세계음악여행자가 코로나 시대의 음악콘텐츠 기획자로 덕업일치하기까지, 4년간의 기록. 음악여행에세이 <귀로 숨을 쉽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자 음악을 업으로 하는 제게 2020년은, 뻘에 갇힌 기분이었습니다. 음악을 업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는 아닙니다. 뮤지션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으는, 음악을 매개로 시간을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각자가 다시 일상으로 흩어졌을 때, 한날한시에 모였던 그 기억 하나로 일상을 살아가게끔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상반기 6개월간 단 2박 3일의 음악 축제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힘과 마음을 합쳐 기획했지만, 코로나라는 거대한 뻘 안에 갇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마저 집어삼켜버렸습니다. 생각나는 것은 단연 음악이었고, 귀에 콩나물 두 개를 꽂았습니다. 숨을 쉬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영혼까지 씻기는 이 음악들이 빌어먹을, 너무 좋았어요.

 

우리가 보는 모든 공연 콘텐츠의 영상 뒤 카메라 너머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음악이 있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수많은 스태프가 있습니다. 현장에 갈 때마다 매번 묻게 됩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그들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이길래? 저는 어디쯤 와 있으며, 공연과 축제를 만드는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요? 그리곤 지금 여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4년간 제가 음악으로 여행하며 사랑을 배운 발걸음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빛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드디어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것으로 일을 하게 됐음에도, 사랑과 지혜를 바라는 2020년이 아프다. 역병이 창궐해도 미련하게 음악이 좋아서, 내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별들이 고작 몇 개 보이는 서울 하늘에 작게나마 외쳤다. 사랑한다고. 신기하게도 내 마음은 헛헛함과 부정적인 마음으로부터 무사히 빠져나왔다. 갯벌에 갇혔을 때 무릎에 힘을 빼던 어린 시절처럼.

 

나는, 사랑과 음악의 힘을 믿는다.

<귀로 숨을 쉽니다> 본문 중에서.

 

 

* 도서 정보

 

도서명. 귀로 숨을 쉽니다

발행일. 2021년 2월 17일

펴낸곳. 일곱개의 숲 출판사 @thesevenwoods

펴낸이/지은이. 장채영

아트디렉팅. 장채영

디자인. 양은지

교정/교열. 다미안

편집. 장채영

 

페이지. 187

판형. 127*182

책값. 15,000원

 

 

* 목차

 

Intro 빌어먹을, 음악을 좋아해서

 

Track A 스물셋에서 스물넷의 음악 여행

01. 행복을 노래하는 사람 02. 일상에서는 귀로 숨을 쉽니다 03. 좋은 음악의 정의 04. 처음 느낌 그대로 05. 추천곡 (상) 06. 추천곡 (하) 07. 사랑과 행복 그리고 문화를 위해서 08.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09. No Surprises 놀랄 일이 아니야 10. Spread Music, Spread Love 음악을 퍼트리고, 사랑을 퍼트려라

 

Bonus Track 내가 갔던 뮤직 페스티벌

01. 피치포크 뮤직 페스티벌 파리 2017 02. 포비든 프루트 뮤직 페스티벌 더블린 2018

 

Track B 스물넷에서 스물다섯의 음악 여행

01. 얼마나 크고 많은 지혜를 얻으려고 02. 어디서 살 것인가 03. 마음이 가는 길을 응원하는 여행 04. 함께 여행할 수 있음에 감사함 05. 나의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마지막 방학 06. 안녕, 더블린 07. 사랑, 그 우선순위에 관하여 08.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 09. 불이야 10. 낯섦을 맞이하는 태도에 관하여 11. 영원히 살 것도 아니면서 (상) 12. 영원히 살 것도 아니면서 (하) 13. 데미안 2019

 

Bonus Track 내가 갔던 뮤직 페스티벌

03. 글라스톤베리 현대 공연 예술 페스티벌 2019

 

Track C 스물다섯에서 스물여섯의 음악 여행

01. 다들 철 좀 드셨습니까 02. 젊은 예술가의 초상 03. 행복한 나를 04. 번아웃 증후군 05. 낮엔 글을 쓰고 밤엔 엘피 바에서 일해요 06. 취업하다. 평화하다. 07. 아마추어와 프로, 그 사이 어딘가 08. 사람 09. 미생 2020 10. 긴긴밤의 끝에서 11. 코로나 시대, 모든 춤에 삶이 있다 12. 거리두기 13. 하반기에 뭐먹고 살지 14. 재미를 찾아서 15. 주니어 기획자 그리고 주니어 프로듀서 16. 서울, 나의 재채기 17. 듣고 쓰고 찍습니다 18. 6개월간의 치열하고 평화로웠던 항해를 마치며

 

Bonus Track 내가 갔던 뮤직 페스티벌

04. 잔다리페스타 언리얼 2020

 

Outro 다행이야, 음악을 사랑해서.

 

 

* 본문

 

예전의 나를 잊지 않고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깊은 사랑이 마음에 있다는 것이고, 이는 큰 축복이다. 지금 내 곁에서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와 가족이 있어 감사하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언젠가는 많이 사랑했던 음악이 혹시 닳아버릴까 두려워서, 그때의 추억이 헐어지고 그 공기를 이제는 잘 느끼지 못하겠기에 듣지 않았던 음악들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를 추억해도 아프지 않고 미소를 지을 수 있어 행복하다. 그때는 반복되고 지겨운 일상이었더라도 지금은 이토록 사랑스럽게 추억할 수 있게 되다니, 인생은 그래서 아름답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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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이란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우리는 볼 수 없는 4차원의 세계로 가는 열쇠다. 좋은 음악은 시간을 관통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는 것을 음악이라는 순간의 소리로 대신 보여준다. 좋은 음악을 만날 때, 우리가 원하는 모든 순간으로 갈 수 있다.

<좋은 음악의 정의> 중에서

 

 

‘모험’을 하러 와서 큰일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밤에는 절대 나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내 모습이 더 겁이 난다. 어쩌면, 누가 누가 그랬대, 누가 어제는 그랬고, 오늘은 그랬대, 누구는 저쨌고 어쨌대, 같은 내가 실제로 보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내 생각에 가득 메우고, 반복하고 곱씹으며 당황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조심은 해야겠지만. 이 모든 위험을 이전 여행에서 겪고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여행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으며, 앞으로도 모를 것이며, 그럼에도 나는 다시 똑같은 선택을 할까? 온전히 내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을 원하면서도, 그 선택권이 내게 주어진 지금 나는 무엇을 쥐려고 할까? 머릿속에 떠다니는 말들을 흘려보내는 것도 결국은 나일 것이며, 어떤 말들을 흘려보낼 건지 선택하는 것도 결국은 내 몫일 테다.

 

글을 쓰다 깨달은 것은 스물셋 그리고 스물넷의 내가 1년 20여 일 동안의 세계여행에서 가장 사랑했던 것은 ‘내 선택을 내가 결정했다는 것’이다. 내 삶은 나의 것이고, 내가 선택할 때 가장 빛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데미안 2019> 중에서

 

 

기타리스트의 연주로 공연이 시작됐다. 그 순간.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숨통이 트였다. 온몸의 세포가 크루앙빈의 운율과 함께 무언가 귀에 속삭이는 듯했다. 나의 호흡 기관은 코와 입만이 아니라는, 귀로도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 우리는 피부색도 다르고 말하고 쓰는 언어도 다르지만, 음악을 듣는 지금, 공연장에서의 모든 사람이 함께 귀로 숨을 쉬며 호흡하고 있다고. 답답하고 혐오가 넘치는 세상 속에서, 오직 음악으로 숨을 쉴 수 있고,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공연이 끝난 후 내 귀에 들리던 요정의 날갯짓은 일종의 믿음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계 음악 여행자 장채영입니다. 일상에서는 귀로 숨을 쉬며 음악으로 여행합니다.”

<일상에서는 귀로 숨을 쉽니다> 중에서

 

스물여섯, 음악 페스티벌 연출 직무로 회사에 들어와 가장 처음 한 일은, 듣는 일이었다. 많이 들었다. 듣고 이야기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그저 내 취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듣는 음악들과 ‘내’가 만난 뮤지션들이 대중들에게 소개되는 일이 되었다. 2020년 8월 깨달았다. 지금이 비로소 내가 말한 문장들에 도달한 순간이라고. 지금부터는 책임감을 가지고 견고히, 단단히 할 때이다. 듣고 쓰고 찍는 일을 말이다.

<듣고, 쓰고, 찍습니다> 중에서

 

각자의 ‘사랑’들이 잠시 멈춘 지금,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은 각자 공포심의 분출구를 찾느라 휘청거리며 차별하고 혐오하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채 판단하는 어리석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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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전제 조건이 있다.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것. 그저 사랑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모든 걱정은 잠시 잊고 춤을 출 수 있는 그 순간을, 귀로 숨을 쉬며 호흡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코로나 시대, 모든 춤에 삶이 있다> 중에서

 

6박 7일간의 음악 여행

“자, 이제 출발한다. 첫 곡은 래그 앤 본 맨Rag’n’Bone Man의 Human이야.”

버스 기사님이 말씀하셨다. 디제이처럼. 그러고는 ‘오늘 누구의 생일이던데,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자’라고 하시자 버스에 탄 사람 모두 그 사람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모두 크게 웃고 박수를 쳤다. 한참을 가니 오른쪽에 세계 7대 불가사의 스톤헨지가 있더라. “와, 이 윈도우 바탕화면을 실제로 보고 있네.” 감탄했다. 꿈꾸는 것이 있으면, 그 꿈으로 가는 길에 평생 꿈꾸지도 못한 걸 만날 수도 있더라. 도달하는 길, 그 과정 자체도 축제였다.

 

드디어 글래스톤베리에 도착했다. 50리터나 되는 큰 뒷가방에, 앞에도 백팩을 메고 있어 진이 다 빠졌다. 항상 캐리어를 가지고 여행을 했었는데, 글래스톤베리에서 캠핑을 해야 하니 가방으로 들고 온 것이 화근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누가 시켜서 온 게 아니라, 내가 음악을 좋아해서 온 거니까.

<보너스 트랙 : 글라스톤베리 현대 공연예술 페스티벌 2019> 중에서

 

+ 작가소개

 

장채영 세계 음악 여행자 듣고 쓰고 찍습니다. 일상에서는 귀로 숨을 쉬며 음악으로 여행합니다. 무려 스물여섯번의 사계절을 마주하며 만나는 지금 여기가 기쁘고 애틋해서요. 처음과 같이 음악을 항상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문화콘텐츠와 문화예술경영을 공부하며 2017년 여름 단지,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고, 글로벌 공연 브랜드 ‘소파사운즈 더블린Sofar Sounds Dublin’에서 포토그래퍼로 활동했다. 2018년 여름, 한국으로 돌아와 이태원과 인천 영종도를 기반으로 1인 출판사 ‘일곱개의 숲’을 운영하며 2019년 1월, 아일랜드 유학생 27인 인터뷰에세이집 <지금 여기, 더블린사람들처럼>을 독립출판 했다. 2020년 2월,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기획운영팀 코디네이터를 시작으로 본격 음악 산업의 주니어 기획자로 발을 들였다. 포스트락 밴드 잠비나이JAMBINAI의 소속사 ‘더텔테일하트’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음악도시 플랫폼창동61에 출근했으며, 이따금 토요일에는 연남동 ‘여행책방 사이에’ 책방스탭 러키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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