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탄생 100주년이자 10주기를 맞는 영화감독 에릭 로메르의 대표작 사계절 연작의 각본집. 『사계절 이야기』다시서점에 입고되었습니다.
스트리밍서비스는 물론 극장 상영도 드문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를,
원하는 페이지에서 멈춰 각자에게 알맞은 속도로 감상할 수 있는 책의 형태로 만나볼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스크린 위의 글자 수에 구애받지 않은 만큼 감독의 사색적인 대화의 맥락을 최대한 보존하여 옮겨낸 길경선의 번역,
표지재킷을 그대로 펼치면 하나의 지평선을 공유하며 다채로운 계절이 한눈에 들어오게끔 의도한 이규태의 섬세한 일러스트,
단절되지 않고 순환하는 계절의 흐름을 책등과 표지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원 형태의 제목 글자로 시각화한 이기준의 북디자인 등
이번 각본집의 꼴을 만들어낸 작업자들이 고심한 흔적들은 영화와 감독에 대한 깊은 애정과 경의를 보여준다.
저자:에릭 로메르
역자: 길경선
디자인: 이기준
일러스트: 이규태
에릭 로메르가 포착한 사계절의 풍광,
빛나는 젊음의 순간, 부딪히는 감정들을 제대로 음미하는 유일한 방법
제목:사계절 이야기: 에릭 로메르 각본집
지은이:에릭 로메르/ 옮긴이:길경선
분야:예술>영화드라마>시나리오연출
형태: 무선제본(재킷 있음)/ 판형: 128X182mm
쪽수: 288쪽/ 정가 25,000원
발행처: goat(고트)/ 발행일: 2020. 6. 6./ ISBN: 979-11-89519-15-5(03860)
✔︎ 책소개 『사계절이야기』는올해로탄생 100주년이자 10주기를맞는영화감독에릭로메르의대표작 사계절연작의각본집이다. 스트리밍서비스는물론극장상영도드문에릭로메르감독의영화를, 원하는페이지에서멈춰각자에게알맞은속도로감상할수있는책의형태로만나볼특별한기회가 될 것이다.
스크린위의글자수에구애받지않은만큼감독의사색적인대화의 맥락을최대한 보존하여옮겨낸길경선의번역, 표지재킷을그대로펼치면하나의지평선을공유하며다채로운 계절이 한눈에 들어오게끔의도한이규태의섬세한일러스트, 단절되지않고순환하는계절의흐름을책등과표지의경계를가로지르는 원 형태의제목글자로시각화한이기준의북디자인등이번 각본집의꼴을 만들어낸작업자들이고심한흔적들은영화와 감독에대한 깊은 애정과경의를보여준다.
✔︎ 출판사 리뷰
누벨바그의아버지에릭로메르가포착한계절의순간들
에릭로메르는 “장르의발명가”라불릴정도로, 꾸준한주제를특징적인스타일로연작에담아온영화감독이다. 소위누벨바그의어린감독들이앞다투어개성적인표식으로젊음을영상화할때, 이미마흔을넘긴아버지였던로메르는그간묵혀온이야기, 즉젊음의단상들을자기만의방식으로유감없이선보였다. 로메르의영화속인물들은제감정과생각에골똘히집중하다가인상적인풍광을맞닥뜨리며주변인물과서툴게관계를맺어나간다. 이렇다할모험이그려지지않아도모험심가득한주인공들이기대하고갈등하고시도하는것만으로관객의마음속을팽팽한긴장으로채우는영상과서사의마력은수십년이지난오늘까지도새삼스럽다.
인위적인설정보다는자연적인순간순간을현재형으로담은로메르감독의영화는수많은이들의노스탤지어를자극해왔고, 그중 대표작은 사계절 연작이다. 초록의힌트만군데군데놓인 봄, 내리쬐는태양아래파도가굽이치고바닷바람이끈적하니부는여름, 수확의목적과실제를눈으로판별하게되는가을, 포기하기쉬운희망의한자락을한층붙들게하는겨울… 이렇게순환하는온도와습도속에서여러개념들은엉키고떠다니다못해춤을추는듯하다. 책에서얻은지식과삶에서얻은지혜, 자제와해방, 우연한기회와의지, 사소한사건과운명의낭만과같은얼핏 모순처럼 보이는 부유하는것들을붙들어곱씹고싶은관객의 열망을 쉽게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요약될수없는분위기와감정들을줄거리가아닌살아있는 ‘말’들로써부딪혀보기기를권한다.
계절연작에대하여
“일정한주제를갖는도덕연작과는달리, 사계절이야기는한가지주제아래변주된다고보기는어렵죠. 그럼에도네영화의구조와문제의식속에서유사성과상반성, 대칭성이발견됩니다. 「가을이야기」는넓은의미의 ‘생각’을다루는데, 그것이실제든짐작이든일종의계략이등장한다는점에서 봄 이야기와짝을이루죠. 「겨울이야기」와「여름이야기」는차례로한여자와세남자, 한남자와세여자가등장한다는점에서이미지적대칭을이룹니다. 또이두이야기는 ‘믿음’을소재로삼는데, 「겨울이야기」에서는선택에대한확고한믿음을, 「여름이야기」에서는자신의무(無)선택에대해그만큼이나확고한믿음을얘기했습니다.” ㅡ에릭로메르
🌸 봄 이야기(Conte de printemps)
잔: 학생들상당수가그래요. 확실한건문학이나역사보다철학을좋아한다는거예요. 이상해보이겠지만이건아이들에게자존심의문제라고요. 철학에서나쁜점수를받으면창피한일로여겨요.
이고르: 설마요?
잔: 정말이에요. 사고하는존재로서스스로가부족하다고느끼듯이요. 수학못하는건떳떳하게말해도, 철학으론못그래요… 모두가자기자신의철학이타인의철학보다낫다고생각하죠.
이고르: 그렇다면학생들의기분을상하게해서는안되겠네요. 그건교사의잘못이에요.
잔: 네, 맞아요. 수학에서는잘한다, 못한다 딱 떨어지게얘기할수있죠. 하지만철학이라면얘기가달라요. 당신의철학이나학교에서가르치는철학으로그들의철학을갈아치우려는게아니라, 보완하고확장해줄수있다는걸학생들에게보여주면되는거예요. 어렵지만흥미로운일이죠. ㅡ본문에서
주말에머물곳이마땅치않은고등학교철학교사잔. 남자친구의집은온통어질러져있고, 잔의집에는이미사촌이남자친구와함께와있다. 충동적으로친구의파티에갔다가비슷한처지의나타샤를만나의기투합한잔은나타샤의집으로향한다.
🏖여름이야기(Conte d’été)
배에탄모든사람들이바다를둘러보면서, 아코디언연주에맞춰가스파르가만든노래를부른다.
“난해적의딸, 날해적아가씨라고들부르지. 난바람이좋아, 난파도가좋아, 바다를가로지르네, 군중을가르듯, 군중을가르듯, 군중을가르듯. 어서, 어서, 나의사랑스러운배여, 빨리서둘러야하네. 발파라이소를지나, 샌프란시스코로노저어가려면. 인도양을건너, 알류샨열도까지가려면. 이세상끝까지가려네, 지구가둥근지보려네, 아무도날따라잡지못하리. 절대내자릴내어주지않으리. 늘곧게배저어나아가리. 새하얗고우아한백조처럼, 백조처럼, 백조처럼.”
배에탔던이들은집으로와저녁식사를한다. 가스파르는신이나서자신의음악론을이야기한다. 솔렌은그이야기에감탄한다. 모두건배한다.
삼촌: 우리예쁜조카를위해!
가스파르: 우리의아코디언연주자를위해!
삼촌: 그가돌아왔다고.
아코디언연주자: 어쨌든정말즐거웠어.
삼촌: 꽤 괜찮은항해였지! 그건그렇고, 그노래말인데도대체어떻게그런노래를쓰게된거야? 요즘같은록의시대에, 정말대단해! ㅡ본문에서
허구적단순함, 우아한진지함, 도덕적딜레마를설득력있게묘사해온에릭로메르영화의특징을잘반영한작품. 가스파르는스페인으로바캉스를떠난여자친구레나를기다리며브르타뉴의휴양지에서시간을보낸다. 우연히카페에서만난마르고, 그녀의친구솔린, 뒤늦게나타난레나사이에서갈피를잡지못한다.
🍇가을이야기(Conte d’automne)
1998년베니스영화제각본상수상작
마갈리와이자벨은포도밭을둘러본다. 마갈리는포도한송이의무게를손으로헤아려본뒤, 곧포도가잘익을거라는걸확인한다.
마갈리: 정말아름다워. 상태도좋고.
이자벨: 그러네.
마갈리: 날보고정신나갔다고들하지만… 이것봐, 이것좀보라고. 정말아름답지.
이자벨: 정말훌륭해.
마갈리: 여기소출량은다른사람에비하면절반이나될까. 나한테중요한건수확량이아니거든. 그저잘숙성된와인을만들고싶은마음이야.
이자벨: 89년산와인은정말훌륭했지.
마갈리: 그러니까난코트뒤론와인이오래보관할수록더좋은맛을낼수있는와인이란걸보여주고싶어. 부르고뉴와인처럼말이지. 그래서사실더오래숙성하려고보관중인와인들이있어. 위험을감수하고시도해보는거야. ㅡ본문에서
계절연작중마지막에만들어진작품. 장성한아들과딸을둔마갈리는프랑스남부에서포도농장을운영하며홀로지낸다. 쓸쓸하지만소극적인마갈리를본오랜친구이자벨은신문에몰래구인광고를내어마갈리와어울릴만한사람을물색한다.
⛄️겨울이야기(Conte d’hiver)
1992년베를린영화제국제비평가협회상수상작
아멜리: 그래, 하지만그아빠는사라졌잖아?
펠리시: 다시나타날수도있어. 사람일은모르는거야. 아마내가죽고나서그런일이생길수도있지.
아멜리: 아니, 진지하게보자고. 그런일에기대를걸면안되지. 너도잘알잖아. 넌 엘리즈에게헛된희망을심어준거야. 나중에분명실망할텐데. 아이한테얼마나끔찍한일이니.
펠리시: 그렇지만아무것도없는것보다그래도희망이있는게나아. 유치원에가서친구들한테 “내게도아빠가있어. 지금여행중이야. 그런데이세상에서제일잘생겼다니까!”라고말할수있는게훨씬낫지. ㅡ본문에서
버려진믿음과잃어버린사랑을재치있지만싸늘하게탐색하는점은「모드집에서의하룻밤」을, 갈피를못잡는듯헤매면서도고집센주인공은「녹색광선」을연상시키는영화로, 로메르의원형에가장가깝다고평가되는작품이다. 휴가지에서만난펠리시와샤를은짧지만운명같은시간을나눈다. 그러나펠리시가주소를잘못알려주는실수를하는바람에두사람은오래만나지못하게되고, 5년의세월이흐른후카메라는딸과함께파리에서사는펠리시를비춘다.
✔︎ 지은이/옮긴이소개
에릭로메르(Éric Rohmer, 1920. 3. 20. ~ 2010. 1. 11.): 본명은장마리모리스셰레(Jean Marie Maurice Schérer). 프랑스의영화감독인에릭로메르는비평가이자소설가, 교사이기도했다. 에릭로메르라는이름은영화감독에리히 폰 슈트로하임과작가삭스로메르에게서따왔다. 프랑스의영화운동누벨바그를이끈기수이면서도감독으로서의명성은비교적뒤늦게얻었으며, 「녹색광선」으로 1986년베니스영화제황금사자상을, 「겨울이야기」로 1992년베를린영화제국제비평가협회상을, 「가을이야기」로 1998년베니스영화제각본상을수상하였다. 2010년 1월 11일아침눈을감은뒤몽파르나스 묘지에묻혔다.
옮긴이길경선: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와같은대학원을졸업했다. 이후이화여자대학교통번역대학원한불과에서수학하고, 현재통번역사로지낸다. 옮긴책으로모파상의『밤: 악몽』, 『시몬베유의나의투쟁』(공역), 『페멘선언』이있다.
✔︎ 차례
봄 이야기
겨울 이야기
여름 이야기
가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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