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천국이 누군가에게는 지옥입니다”
나는 매주 닥쳐올 재앙을 걱정하고 그 재앙이 지난간 뒤에는 재앙이 미친 고통을 곱씹으며 또 다른 고통을 겪는 감정소모를 택하는 대신, 그저 매주 교회로 출발하는 오후 5시부터 집에 도착하는 밤 11시까지 정확히 6시간을 내 일주일에서 도려낸다는 생각으로, 즉 이 고통에 대해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10주를 견디기로 했다.
_책속에서
이모의 전도로 어머니와 함께 10주간 ‘새 신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필자가 교회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일기입니다. 그는 작은 볼펜과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10주 동안 교회 안에서의 모든 순간을 수첩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기록하고 또 기록했습니다. 고민과 분노, 호기심과 웃음, 지루함과 불가해함을 종이에 꾹꾹 담으며 시간을 견딘 그를 보며 신자들은 그윽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과연, 무의미한 시간을 유의미한 것으로 바꾸고자 분투한 그의 시도는 성공했을까요? 다행히 그는 10주를 무사히 ‘통과’했고, 지금 그의 집에는 ‘새 신자 교육 프로그램’ 수료증이 당당히 놓여 있습니다. 교회에 다녀온 그는 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부활하지도 않았죠. 그저 괴상한 기록물을 하나 남겼을 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께서는 그저 이 책을 30대 찌질한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와 10주간 동행한 ‘믿음 없는 교회 탐방 후기’ 정도로 가볍게 읽으셔도 퍽 재미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당신의 지옥은 어디인가요?
목차
프롤로그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1주 × 예수님은 누구신가
2주 × 예수님은 왜 돌아가셨는가
3주 × 어떻게 나의 믿음을 확신할 수 있는가
4주 × 어떻게 성경을 읽어야 하는가
나의 종교력 × 태초부터 지금까지
5주 × 하나님은 어떻게 우리를 인도하시는가
6주 × 어떻게 악에 대항할 수 있는가
7주 × 왜 그리고 어떻게 전도하는가
해피데이 특별예배 ×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10주 × 교회란 무엇인가
에필로그 × 어디가 진짜 지옥일까
서평 × 그의 물음에 응답하며
김민호 목사 서평
일찍이 니체는 “무엇을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든 그런 문화를 비웃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기독교인인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저마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기독교인은 “그는 왜 ‘우리’가 되지 못하는가?”라고 자문하길 바란다.
책속에서
나는 이 빌어먹은 예수쟁이들이 지독한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야 말았다. 오늘 메뉴는 돼지두루치기였는데, 고작 예비군 훈련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제육볶음을 거대한 그릇에 애처로울 정도로 예쁘게 담아 내온 것이 전부였다. 사이드메뉴는 부추전과 치커리 샐러드. 김치. 물론 전부 맛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종교를 뒤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밥상이었다. _‘1주’ 중에서
10시 예배가 시작되기 직전 무대 위에서는 순수하고 신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중년 남성들이 서 있었다. 주말이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아내의 눈치에 자녀의 괄시에 애완동물의 무시에 자존감을 파괴당하며 새우잠을 청했을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영혼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_‘7주’ 중에서
지은이 × 삼일팔
1987년에 태어났다. 파주에서 혼자 산다. 출판사에서 일한다. 가끔 책을 만든다. 탄핵(사건의디자인, 2016), 퇴사의 이유(ㅎㅈㅁㅈ, 2016•2017), 우리가 팬이 없이 펜이 없냐(마실, 2019), 평균 34.1세, 근황 인터뷰(바꿈, 2019)를 제작했다.
2019년 10월 1일 초판 1쇄 발행 / 정가 1만 5000원 / 192쪽 / 무선 / 표지 4도, 내지 먹 1도
판형 127×187mm, 판면 81×123mm / 표지 인버코트 260g, 내지 아도니스러프 70g
ISBN 979-11-966816-1-6 (03300)
'다시서점 > 입고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원 / 빌리 찰리. 짠민우 펑크 시집 (0) | 2024.07.12 |
---|---|
동쪽 수집 / 윤의진 그림책 (0) | 2024.07.12 |
서로의 계절을 꼭 잡고 나란히 걸었습니다 / 신민규 시집 (0) | 2024.07.11 |
쎗쎗쎗, 서로의 데드라인이 되어 / 스튜디오 티끌 (0) | 2024.07.11 |
안녕, 디자이너 - 음악이야기 (0) | 2024.07.11 |